[D가만난사람②] 구석구석 2배 빠른 LTE의 비결…콘텔라 정해관 본부장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통신장비는 글로벌 기업의 전유물이었다. 삼성전자도 LG전자도 휴대폰은 일찌감치 세계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냈지만 통신장비 사업은 별 재미를 못 봤다. 그나마 삼성전자가 모바일 와이맥스(와이브로)를 통해 해외 진출을 타진했지만 기술 자체의 글로벌화가 무산돼 고배를 마셨다. 이런 상황에서 롱텀에볼루션(LTE) 시대의 도래는 한국에 새로운 기회가 됐다. 어떤 통신사보다 빠른 속도로 전국망을 갖춘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와 삼성전자뿐 아니라 벤처기업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주인공은 SK텔레콤의 사내벤처가 모태가 된 콘텔라다.
LTE 시대 들어 ‘속도’는 중요한 서비스 척도다. 800MB 영화 한 편을 받는 시간은 1분30초(75Mbps)에서 43초(150Mbps)로 단축됐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용자는 이보다 느린 속도를 즐긴다. 이동통신은 사람이 많거나 이용량이 많으면 그만큼 속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대로보다 커피전문점에서 교외보다 시내에서 체감속도가 내려가는 것도 그래서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대형 기지국(매크로셀)을 촘촘히 박는 것은 오히려 독이다. 간섭이 심해져 사용자 불편만 더한다. 그래서 통신사는 데이터 사용량 밀집 지역에 초소형 기지국(스몰셀)을 설치한다. 대형 기지국의 전파가 제대로 도달하지 않는 실내나 지하 같은 음영지역 해소에도 스몰셀이 들어간다. 콘텔라는 바로 이 스몰셀을 만드는 전문기업이다.
경기 분당에 위치한 콘텔라 본사에서 정해관 국내사업본부장(상무)을 만났다. 그는 2000년 3월 콘텔라 출범 때부터 같이 한 창업 구성원이다. 30명으로 출발한 회사는 142명까지 늘었다. 연구개발(R&D) 인력만 100명이다.
“음영지역 해소 등 중계기와 성격이 비슷하다보니 스몰셀 전문기업이 아닌 중계기 업체가 신사업으로 여겨 많이 뛰어들었지만 성공한 곳이 없습니다. 전송이 아닌 속도를 다루기 때문에 노하우가 중요한 것을 간과한 것이지요. 100만원씩 하는 휴대폰도 150Mbps를 수용한지 얼마 되지 않습니다. 그보다 적은 비용으로 150Mbps를 낼 수 있는 스몰셀을 만들어내는 것이 콘텔라의 기술력입니다.”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한우물을 판 기술력은 세계에서 먼저 인정했다. 콘텔라는 스몰셀 분야 최고 권위의 상인 ‘스몰셀 산업 어워드(SCIA: Small Cell Industry Awards)’에서 올해와 작년 2년 연속 ‘스몰셀 네트워크 혁신상’을 받았다. 명함을 내밀어도 만나기 힘들었던 해외 통신사가 그들을 통해 국내 통신사의 기술과 콘텔라의 제품을 도입하기 위해 먼저 찾아오기 시작했다. 버라이즌와이어리스 소프트뱅크 BT 등과도 그렇게 연결됐다.
“LTE 스몰셀은 SK텔레콤과 콘텔라가 세계 최초로 상용 서비스를 시작했고 기술 및 표준화를 선도하고 있습니다. 스몰셀 상도 SK텔레콤과 같이 받았죠. 콘텔라는 몰라도 SK텔레콤은 세계에서도 아니까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2012’에서도 단독 전시보다 SK텔레콤 전시관에서 시연을 했던 것이 해외 업체에 신뢰를 줬습니다. 현재도 각종 기술 개발과 시험을 SK텔레콤의 장비를 빌려서 하고 있습니다.”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은 벽이 높다. 국내에서도 잘 모르는 사람이 많으니 해외는 더 모르는 것이 당연하다. 대기업 역할이 큰 힘이 되는 이유다. 대기업 상품의 패키지가 아니라 파트너 형태는 차후 독자 진출까지 바라볼 수 있는 기회까지 얻을 수 있다. 특히 통신업계는 신뢰도가 장비 도입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삼성전자도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LTE 구축이 해외 진출 도화선이 됐는데 콘텔라는 말할 것도 없다.
성장성이 높다보니 SK텔레콤처럼 도와주는 대기업도 있지만 시스코처럼 넘보는 대기업도 있다. 시스코는 이미 관련 업체 한 곳을 인수했다. 시스코는 유선 통신장비 업계 선두 기업이다. 제2의 제3의 시스코가 등장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아무리 기술이 좋아도 대기업에 이길 중소기업은 없다. 골목상권 논란이 좋은 예다.
“중계기처럼 스몰셀도 중소기업보호품목에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기업이 모든 것을 독식하는 것이 아니라 대형 기지국은 대기업이 하고 수반되는 것들은 중소기업이 하는 생태계가 통신장비 분야도 바람직하지 않을까요.”
LTE 발전 속도를 보면 콘텔라의 향후는 미국 일본에서 방향성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 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이름을 각인시키면 이들의 기술력이라면 이후는 순조로워 보인다. 이를 위해서는 정 본부장의 걱정을 덜 수 있는 정부 차원의 생태계 지원이 시급하다. 그동안 우리는 적기를 놓쳐 될성 싶은 떡잎은 모조리 대기업이 차지하는 사례를 너무도 많이 봐왔다.
콘텔라의 지난 2011년과 2012년의 매출액은 각각 246억원과 132억원이다. 스몰셀은 어느 정도 네트워크가 구축된 이후 서비스 보강 차원에서 투자가 이뤄진다. 인정만큼 매출이 성장하는 때는 이제부터다.
“중소 통신장비 제조사 중에 매출을 1000억원 달성하는 곳이 없습니다. 스몰셀 관련 시장은 2015년까지 전 세계 3000만대까지 급증할 전망입니다. 이 중 3%만 콘텔라가 차지해도 연 매출 1000억원 달성은 문제가 아닙니다. 좋은 논의들이 오가고 있으니 기대해도 좋습니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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