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웨어

‘셜리’도 못 막았다…KB국민은행, IBM 메인프레임 걷어낸다

백지영 기자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결국 국민은행마저 IBM 메인프레임을 버리기로 했다. 메인프레임 고객이 돌아오고 있다던 IBM 본사 발표는 먼 나라 얘기다. 국민은행은 한국IBM의 최대 메인프레임 고객사이기 때문에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20일 복수의 국민은행 관계자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최근 기존 주전산시스템인 IBM 메인프레임을 대체하기 위해 검토해왔던 스마트 사이징(Smart Sizing) 프로젝트를 추진키로 했다.

국민은행의 스마트 사이징은 기존 IBM 메인프레임 기반의 주전산시스템 환경을 유닉스로 전환하되 기존 업무 애플리케이션 재개발은 최소화하는 리호스팅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국만은행은 지난해 말부터 컨설팅 및 두차례의 기술 검증(POC)을 진행했으며, 이 과정에서 유닉스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한국IBM, 국내 메인프레임 최대 고객 이탈=앞서 국민은행은 차세대금융시스템(NGBS)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2008년 12월 IBM과 7년 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서비스 등을 통합 제공하고 OIO(Open Infrastructure Offering) 계약을 맺었다.

OIO는 IBM의 모든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를 장기적으로 통합 제공하고 그 결제 방식을 고객사의 재무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조건화한 계약을 말한다. 당시 계약 규모는 2100억원 수준이며 계약기간은 2015년 6월까지였다.

카드부문을 포함해 20만 MIPS 규모로, 용량 기준으로는 IBM 메인프레임 고객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였다. 때문에 본사 차원에서도 의미있는 레퍼런스로 여겨졌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IT비용절감 압력을 받고 있는 국민은행은 OIO 계약이 끝나는 2015년 6월 이후, IBM과의 OIO계약서를 새로 쓰게될 경우 예상되는 비용 가이드라인을 미리 IBM측에 요구했다. 하지만 IBM은 이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고 상황은 현재에 이르게 됐다.

특히 올초 한국IBM의 새 대표로 선임된 중국계 셜리 위-추이 사장이 부임하면서 어떠한 해결책을 제시할지 관심이 쏠리기도 했지만, 그 역시 국내 최대 메인프레임 고객의 이탈을 막지 못했다.

결국 국민은행이 유닉스로 다운사이징을 결정하면서 한국IBM으로써는 큰 타격을 받게 될 전망이다. 국내 메인프레임 사업은 지난 수년 간 한국 시장에서 부진을 면치 못했고, 최대 고객이었던 국민은행의 결정으로 한국IBM 메인프레임 사업부는 회복할 수 없는 타격을 받게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향후 국내 시중 은행 중 메인프레임을 사용하는 고객은 우리은행과 제주은행, 한국은행, 스탠다드차타드은행, 시티은행 등만이 남게 될 전망이다(한국은행은 시중은행이 아닌 중앙은행). 우리은행의 경우도 유닉스 플랫폼으로 다운사이징을 고려하고 있어, 이번 국민은행의 선택이 어떠한 영향을 줄지도 관심사다.

◆환호하는 유닉스 진영…IBM-HP-오라클 삼파전=한편 이번 국민은행의 스마트 사이징 결정에 따라 HP와 오라클 등 유닉스 진영은 크게 환호하고 있다. 대형 프로젝트가 전무한 현재 상황에서 국민은행의 다운사이징은 이들에게 한 줄기 빛이나 마찬가지다.

물론 한국IBM 유닉스 사업부 역시 이번 프로젝트에 사활을 걸고 있다. 메인프레임에서 빼앗긴 고객을 유닉스 시스템으로 끌어들이지 못할 경우, IBM 하드웨어 사업부 전체로써도 큰 타격이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 주전산시스템에서 운영되는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은 IBM의 DB2다. 때문에 HP나 오라클보다 이를 가장 잘 돌아가게 하는 하드웨어 플랫폼은 IBM 파워시스템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HP와 한국오라클도 결코 물러설 수 없는 사업이다. 현재 국내 유닉스 서버 시장 시장 점유율을 살펴보면 한국IBM이 약 50%, 한국HP가 35~40%, 한국오라클이 15~18% 가량이다. 이번 프로젝트로 양사로써는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자 자존심을 건 싸움이 될 전망이다.

다소 주춤하고 있는 한국HP로써는 한국IBM의 대항마로 꼭 지켜내야 할 사업이며, 최근 엔지니어드 시스템으로 시장을 확장하고 있는 한국오라클 입장에서는 금융권에 진입할 수 있는 절대절명의 찬스다.

카드 부문까지 포함할 경우 약 1000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이번 사업을 두고 3사의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부터는 이들 업체를 대상으로 본격적인 벤치마크테스트(BMT)가 시작될 예정이다.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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