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영 칼럼

[취재수첩] IBM 셜리,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

백지영 기자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지금으로부터 10개월 전, 한국IBM 신임 지사장에 중국계 미국인 여성인 셜리 위-추이 씨가 취임한다는 발표에 국내 IT업계는 깜짝 놀랐다.

한국IBM은 외국 회사지만 국내 IT산업을 이끌어가는 중심 기업 중 하나인데, 사상 처음으로 중국계 사장이, 그것도 여성이 임명됐기 때문이다. 특히 그녀는 한국에서 태어난 화교 출신이라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끌었다.

그녀가 한국 IT산업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으며, 어떤 전략을 펼쳐나갈 지 궁금증이 이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지난 10개월 동안 이 궁금증은 좀처럼 해결되지 않았다. 그녀가 공식 석상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새로운 CEO가 부임하고 어느 정도 업무파악이 끝나면 기자간담회 등의 행사를 통해 새로운 포부를 밝히는 것과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이 가운데 17일 한국IBM은 셜리 위-추이 사장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IBM 기업가치연구소가 조사한 시장 연구결과를 발표하기 위해 마련된 기자간담회에 그녀가 참석한 것이다.

이날 행사의 관심이 ‘보고서’가 아니라 ‘지사장’에 쏠릴 것은 당연했다. 보고서의 내용은 문서로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 것이지만, 위-추이 지사장의 생각과 스타일은 보도자료에 담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행사를 마치고 나서도 위-추이 사장이 어떤 관점으로 한국 시장을 바라보고 있고, 한국IT산업에 어떤 역할을 하고자 하는지 알기는 어려웠다.

그녀는 문서화 된 보고서를 읽고 설명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이미 충실하게 문서화 된 보고서를 읽기만 하기에는 그녀와 첫 만남의 시간이 다소 아깝다고 느껴졌다.

한국IBM을 새로 이끌게 된 수장의 첫 데뷔무대인 만큼 한국IBM의 향후 사업 전략 등 현실적인 얘기를 듣기 원하는 기자가 대부분이었지만, 이는 실현되지 않았다.

한국IBM은 현재 IT시장에서 다양한 이슈의 중심에 서있다. 핵심 인력의 퇴사와 하드웨어 사업 부진, 국내 최대 메인프레임 고객의 이탈 가능성,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 재벌 대기업 공공부문 참여제한으로 인한 한국기업 역차별 등 수많은 이슈가 산적해 있다.

이러한 현안이 아니더라도 수많은 사업 분야 가운데 현재 한국IBM이 어떠한 사업에 주력하고 있는지와 최근 내부 상황, 취임 이후 개선된 점 등 기자는 물론 업계가 궁금해 하는 이야기는 무궁무진하다.

이에 대한 셜리 위-추이 사장의 입장이나 견해에 대해 듣고 싶어하는 기자들이 많았을 것으로 안다. 취임 이후 위-추이 사장은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도 대부분 고사해온 터라 더욱 그랬다.

그러나 10여분의 짧은 질의응답 시간엔 이런 이야기를 듣는 것이 불가능했고, 보고서에 대해서만 질문해 달라는 요청에는 실망감까지 느낄 수밖에 없었다.

위-추이 사장은 한국 지사장에 취임하기 전까지 IBM 중국 지사에서 컨설팅과 서비스를 담당했는데, 아직 본인의 리더십이 컨설팅과 서비스에 국한된다고 착각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이렇게 관심을 모았던 한국IBM 신임 여성 지사장과의 첫 만남은 허무하게 끝났다. 적어도 첫 만남에서 위-추이 사장은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었다.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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