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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게임중독법] 게임업계의 끓어오르는 분노…“더이상 참지 않겠다”

이대호 기자

최근 ‘4대 중독법’(중독 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이 사회적으로 뜨거운 감자다. 중독법은 도박과 마약, 알코올 그리고 인터넷게임을 국무총리 소속의 국가중독관리위원회를 두고 통합 관리하겠다는 내용의 법안으로 게임을 포함한 문화콘텐츠업계가 반대 목소리를 내는 등 그 파장이 날로 커지는 상황이다. <디지털데일리>는 이러한 중독법 논란이 불거진 이유와 찬반 진영의 논리, 법안 추진 배경 등을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기사 순서
①게임업계의 끓어오르는 분노…“더이상 참지 않겠다”
②의학계서도 인정 못받은 게임중독이라는 질병
③게임중독법, 정신과 의사들의 수익모델?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국내 게임업계가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4대 중독법’의 국회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업계가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협회장 남경필, K-IDEA)를 통해 온라인 반대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하나의 정책 이슈에 대해 한 목소리로 규탄한 사례는 흔치 않다. ‘셧다운제의 재현’이 두렵기 때문이다.

지난 20일로 시행 2주년을 맞은 셧다운제는 자정부터 새벽 6시까지 청소년의 인터넷게임 접근을 차단하는 제도다. 당시 각계의 반대 목소리에도 압도적인 찬성으로 법안이 국회 통과됐다.

그러나 셧다운제는 앞서 전병헌 의원이 공개한 ‘청소년 인터넷게임 건전이용제도(강제적 셧다운) 실태조사 보고서’를 통해 실효성 논란이 일단락된 바 있다. 이 보고서는 여성가족부가 자체 연구용역을 통해 조사한 결과다.

전 의원은 보고서에 근거해 “심야시간 청소년 인터넷게임 이용시간은 0.3% 감소한데 반해, 청소년들의 심야시간 게임이용을 위한 주민번호 도용은 40%에 달했다”며 “강제적 셧다운제도는 여성가족부 스스로 실효성은 없고 부작용만 양산하는 제도라는 것을 증명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같은 조사결과에도 셧다운제를 강화한다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돼 올 초 게임업계가 발칵 뒤집힌 바 있다. 지난 1월 손인춘 새누리당 의원 등 17인이 ‘인터넷게임중독 예방에 관한 법률안’과 ‘인터넷게임중독 치유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함께 발의한 것이다.

법안에 따르면 셧다운제의 적용 시간을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확대하고 실질적인 제재의 효과가 나타날 수 있도록 형벌 규정 대신 과징금 제도를 도입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 법안에는 여성가족부장관이 인터넷게임 관련사업자에게 연간 매출액의 100분의 1 이하의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에 해당하는 인터넷게임중독치유부담금을 부과·징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돼 업계가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이런 와중에 게임 중독을 마약과 알코올, 도박과 함께 통합 관리한다는 법안까지 발의되자 업계가 발끈한 것이다.

현재 게임업계에서는 “더 이상 물러난 곳이 없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게임 개발자들은 “그동안 긍지를 가지고 일해 온 시간이 뭐가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이고 사업팀 관계자들은 “법안이 시행되면 우리가 마약과 동급인 게임을 장려해온 꼴이 되는 것”이라며 자괴감을 토로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업계 뿐 아니라 각계에서 제기되고 있는 중독법 반대 논리는 이렇다.

성인만 접근 가능한 알코올과 도박은 물론 접근 자체가 불법인 마약과 게임을 묶어 통합 관리하게 될 경우 게임에 대한 이미지 악화가 불가피할 뿐 아니라 ▲행위의 허용성에 있어 동질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평등성과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진단법에 기초해 적정성에 문제 발생 ▲헌법 10조 행복추구권에 위배될 소지가 다분한 점과 ▲국가의 통제가 개인 행복추구권에 미친다는 점을 꼽고 있다.

이에 대해 김종범 변호사는 지스타 기간에 열린 컨퍼런스에 토론자로 참석해 “인터넷게임 등 미디어 콘텐츠를 이용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허용되는 행위로서 이들(마약류 및 사행행위)과는 행위의 허용성에 있어서 동질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인다”고 중독법 반대 논리를 펼쳤다.

김 변호사는 “나아가 물질중독을 야기하는 알코올, 마약류와 달리 인터넷 게임 등 미디어 콘텐츠를 이용하는 행위는 사행행위와 같이 행위중독을 야기한다는 견해도 있으나 아직까지는 명확히 규명된 바 없다”라고 강조했다.

한국게임학회(학회)는 “신의진 의원이 발의한 법안을 조속히 철회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는 중독법 반대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학회는 “행위 중독 범위로 정의되는 단계에 있는 게임의 경우, 물질 중독이라는 범주에 넣을 수 없다”며 “이는 평등성과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진단법에 기초한 것은 적정성에 문제가 있다”고 법안을 지적했다. 또 학회는 “헌법 10조 행복추구권에 위배될 소지가 크며 국가의 통제가 개인 행복추구권에 미친다는 점에서 정당성도 문제가 된다”고 재차 문제점을 꼬집었다.

더욱이 이번엔 게이머들까지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는 전례가 없던 일이다.

지난 6일 열린 여성가족위원회(여가위) 국정감사에 온라인게임 ‘리그오브레전드’(LOL)를 서비스 중인 라이엇게임즈코리아 대표가 참석한다는 사실이 전해지자 게이머들도 흥분했다. 중독법을 대표 발의한 신의진 의원의 홈페이지에 접속해 비난 댓글을 달기 시작한 것이다.

같은 날 K-IDEA 홈페이지에도 게이머들이 몰려 중독법 온라인 반대 서명운동에 참여가 이어졌다. 하루 동안 5만명이 넘는 인원이 서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중독법 반대 서명운동 참여자는 28만명을 넘어섰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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