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웨어

“힉스 입자 발견에 슈퍼컴(HPC) 역할 컸다”

백지영 기자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올해 노벨물리학상 수상의 영광을 가져다 준 ‘힉스 입자’의 존재를 찾아내는 과정에서 슈퍼컴퓨터의 역할이 컸습니다. 전세계에 연결된 고성능컴퓨팅(HPC) 그리드 시스템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27일 인텔코리아가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서울시립대학교 물리학과 박인규 교수<사진 오른쪽>는 이같이 말했다. 박 교수는 힉스 입자 발견을 위한 유럽입자물리학연구소(CERN) 국제공동연구단(CMS)의 한국실험팀을 이끈 바 있다.

‘신의 입자’라고도 불리는 힉스(Higgs)는 우주 대폭발(빅뱅) 당시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16개 기본 입자에 질량을 부여하고 사라진 입자를 말하는데, 지난 1964년 몇몇 학자들에 의해 이것이 존재한다고 예견된 이래로 거의 50년 만에 지난해 실제로 발견이 됐다.

CERN는 지난 2008년 스위스 제네바 27킬로미터(km) 지하에 건립한 대형강입자충돌가속기(LHC) 실험을 통해 힉스로 추정되는 입자를 찾을 수 있었다.

LHC를 통해 충돌 실험에서 붕괴되는 힉스 입자를 발견하기 위해, CERN은 3차원 검출기에서 나오는 신호(사진)를 저장하고 분석하는데, 이 과정에서 바로 HPC가 필요했던 것.

CERN은 이를 위해 전세계 컴퓨팅 자원을 그리드 기술로 연결한 LCG(LHC Computing Grid) 구축을 통해 LHC 충돌 시험시 발생하는 대규모의 실험 데이터의 저장과 처리, 분석을 할 수 있었다. LCG는 전세계 34개국의 20만 코어(CPU) 성능과 150페타바이트(PB)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규모로 만들어졌다. 박 교수에 따르면, LHC 실험을 통해 1년에 생성되는 데이터만 20억개에 달하며 이는 연간 25PB에 달한다.

그는 “가속기와 검출기, 그리고 슈퍼컴퓨터(HPC) 네트워크가 없었다면 50년전 힉스 입자 예언은 여전히 예언으로 남아있을 것”이라며 “힉스 입자 발견과 같은 빅콘텐츠의 수행을 위해선 HPC 발전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한국의 ‘스티브 호킹’으로 불리는 서울대학교 이상묵 교수<사진 왼쪽>도 참석해 HPC를 활용하기 위한 과학 계산 분야 인재 육성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이 박사는 8년 전인 지난 2006년 데스벨리 사막에서 학생들과 함께 지질 연구를 마치고 돌아는 길에 운전 중이던 차량이 전복돼 목 아랫부분이 마비되는 사고를 겪었다. 이후 전통 휠체어에 의지해 생활하고 있지만, 오히려 과학 덕분에 더 많은 연구를 할 수 있게 된 것이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과학은 기본적으로 관측(이론)과 실험을 통해 이뤄지는데, 이것만으로는 가능하지 않은 영역에는 계산 과학이 필요하다”며 “대용량의 데이터를 처리하고 시뮬레이션 하기 위한 계산 과학 영역에서의 슈퍼컴퓨터는 과학 연구를 하는데 더 좋아지게 하는 도구”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특히 과학계보다는 산업계에서 폭넓게 활용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학자들은 필요에 의해 슈퍼컴을 사용하고 있지만, 산업계에서 활용도를 높임으로써 전체적인 산업 발전을 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특히 장애 학생 등을 계산 과학의 인재로 육성해 공공 분야에 배치한다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측면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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