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캡처 사용자들, 한미FTA에 발목잡히나
[디지털데일리 심재석기자] 한미FTA로 인해 국내 저작권법 체계에 등장한 ‘일시적 복제개념’이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컴퓨터 화면저장 프로그램 ‘오픈캡처’ 판매처인 아이에스디케이(ISDK)를 상대로 178개 기업이 집단소송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아이에스디케이 측이 ‘일시적 복제’를 내세워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일시적 복제란=일시적 복제는 컴퓨터를 이용할 때 저작물(프로그램, 음악, 이미지 등) 일부가 메모리에 저장되는 것을 말한다. 이전 국내 저작권법에서는 일시적 복제를 저작권 침해로 인정하지 않았지만, 한미FTA 협상과정에서 미국 측의 요구로 받아들여졌다. 인터넷 검색을 하거나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들을 때 등 컴퓨터를 사용하면 대부분 자동으로 일시적 복제가 일어난다.
때문에 일시적 복제는 한미FTA 논의 당시 비판론자들이 대표적 독소조항으로 꼽았던 조항이다. 당시 반대론자들은 “컴퓨터를 이용하면 무조건 일시적으로 복제가 일어나게 된다”면서 “일시적 복제는 저작권자에게 저작물에 대한 접근통제권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당시 정부는 “일시적 저장 자체는 복제로 인정하지만, 인터넷 검색 등 일상적인 행위에 따라오는 일시적 저장에 대해서는 예외로 함으로써 저작권의 보호와 공정한 이용간의 균형을 도모하고자 했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개정 저작권법은 35조의 2항에서 예외 조항을 명시하고 있다.
◆ 오픈캡처 소송의 쟁점은=이번 집단소송은 당초 완전한 무료 소프트웨어였던 오픈캡처를 유료화 하는 과정에서 벌어졌다. 오픈캡처 판매업체인 아이에스디케이는 기업들이 유료화 된 오픈캡처를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검찰에 고소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대해 오픈캡처 사용 기업들은 오픈캡처가 유료화 된 것을 제대로 공지하지 않고 불법 사용을 유도한 뒤 합의금을 요구하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또 시중에 무료 캡처 프로그램이 많기 때문에 오픈캡처의 유료화 전환 공지를 제대로 했다면, 사용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하드디스크에 복제가 끝난 다음 유료에 대한 약관에 동의했기 때문에, 약관 동의 이전 행위는 불법이 아니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이에 대해 아이에스디케이 측은 일시적 복제 논리로 대응하고 있다. 약관 동의 이전에 오픈캡처를 하드디스크 저장한 행위가 불법 행위인지 아닌지 여부를 떠나 이를 실행시킬 때 메모리에 저장한 행위는 일시적 복제에 해당한다는 주장이다.
결국 이번 사안이 저작권에 명시된 일시적 복제 예외상황에 해당하는 지 여부가 법리싸움의 쟁점인 것이다. 현행 저작권법은 35조의 2항에서 “컴퓨터에서 저작물을 이용하는 경우에는 원활하고 효율적인 정보처리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범위 안에서 그 저작물을 그 컴퓨터에 일시적으로 복제할 수 있다. 다만, 그 저작물의 이용이 저작권을 침해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한편 이번 소송에서 재판부가 일시적 복제를 인정한다면 한미FTA 체결 이후 국내 최초의 사례가 될 전망이다.
<심재석 기자>sj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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