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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택, 워크아웃 개시…독자생존·매각 갈림길

윤상호

- 상반기 실적 회복 여부 ‘방향타’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팬택이 기업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에 돌입했다. 벌써 두 번째다. 시장 상황은 첫 번째 워크아웃 때보다 좋지 않다. 팬택이 이번에도 워크아웃을 성공적으로 졸업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5일 팬택 채권단으로 구성된 주주협의회는 팬택의 워크아웃을 승인했다. 주주협의회는 ▲산업은행 ▲우리은행 ▲농협 ▲신한은행 ▲하나은행 ▲대구은행 ▲국민은행 ▲수출입은행 ▲신용보증기금 등 9개 금융기관으로 구성돼있다. 이번 워크아웃은 산은이 주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팬택은 지난 2007년 4월부터 2011년 12월까지 워크아웃을 거쳤다. 이번 워크아웃은 두 번째다. 작년 10월에는 임직원 30% 6개월 무급휴직 등 고강도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팬택은 2012년 3분기부터 작년 4분기까지 6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팬택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전 세계적 휴대폰 업계 재편과 연관돼있다. 휴대폰 업계 수익의 대부분은 삼성전자와 애플에 집중된다. 양사는 점유율 1위와 2위 업체다. 노키아 모토로라 소니가 주인이 바뀌거나 합작 관계를 청산했다. 휴대폰만 전문으로 하는 업체는 생존이 불투명하다. 수익성 악화를 다른 사업에서 메우는 현실이다. LG전자 화웨이 ZTE 등이 그렇다. 한 때 혜성처럼 등장했던 HTC와 블랙베리가 부진에 빠진 것과 팬택의 어려움이 궤를 같이 하는 이유다.

향후 팬택의 방향성은 두 갈래다. 우선 독자생존이다. 이를 위해서는 상반기 흑자전환이 전제다. 국내 위주로 사업을 재편한 상황에서 국내서도 수익을 내지 못하면 이후는 쉽지 않다. 문제는 시장 상황.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통신 3사에 대해 영업정지 등 제재를 준비 중이다. 영업정지 기간과 세부 조건에 따라 2분기를 통으로 날릴 수도 있다. 정상적 제조사도 세 달 매출이 없으면 살 수 없다.

팬택 관계자는 “미래부에 관련 내용을 건의한 상황”이라며 “시장이 급속도로 위축되면 우리 같은 회사는 매우 힘든 시기를 보낼 수 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두 번째는 기업매각이다. 팬택은 그동안 연구개발(R&D)을 꾸준히 해왔다. 국내 시장에서는 LG전자를 제치고 2위를 차지한 적도 있다. 하나로 이어진 금속 몸체 스마트폰 ‘베가아이언’ 등 기술력은 부족하지 않다는 평가가 여전하다. 다만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업체에게 매력적 매물은 아니다. 시장과 인력이 겹친다. 현재 주요 시장 참여자에게도 동력이 떨어진다. 브랜드 파워가 부족하다. PC업체 등 관련 산업을 영위하고 있는 업체가 관건이다. 이들에게는 휴대폰 기술력을 상대적으로 싼 값에 습득할 수 있는 기회다.

업계 관계자는 “팬택은 기술면에서 시장에 처음 진출하고자 하는 업체에게 괜찮은 조건”이라며 “R&D 인력 이탈을 최대한 막는 것이 독자생존 이후를 준비하기에 유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팬택의 워크아웃 지속은 추후 회계법인의 실사와 자구안 심사 등을 거쳐 결정된다. 채권단은 조만간 이에 대한 구체적 계획을 논의할 예정이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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