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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대중국 의존도 심화, 빨간불 켜진 국내 게임산업

이대호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라이엇게임즈, 카카오, CJ게임즈. 이 회사들은 국내 게임시장 각 분야에서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라이엇게임즈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온라인게임 ‘리그오브레전드’(LOL)를 서비스 중이며 카카오는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 기반 게임 플랫폼으로 대박을 친 업체다. CJ게임즈는 ‘몬스터길들이기’ 등으로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을 장악한 CJ E&M 넷마블의 개발 자회사다.

이들 업체엔 또 하나의 공통분모가 있다. 바로 중국 텐센트가 투자한 회사라는 점이다.

거대 내수시장과 정부 지원으로 성장한 텐센트는 라이엇게임즈의 지분 90% 이상을 확보한 최대 주주다. 텐센트는 이번 CJ게임즈 5330억원의 대규모 투자에 앞서 지난 2012년엔 카카오에도 720억원의 지분을 투자했었다. 텐센트는 이밖에 알려진 수십억단위의 국내 업체 지분 투자만 6건에 이른다.

이처럼 국내 게임업계에 ‘차이나머니’의 유입이 이어지고 있으며 그 중심에 텐센트가 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최근엔 게임, 커머스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 중인 중국 알리바바가 국내 게임회사들과 접촉한 것으로 파악된다. 유수의 대형사는 물론 중견 업체들과도 만나 모바일게임 수급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는 것이다.

이에 텐센트가 CJ게임즈와 논의 3개월여만에 속전속결로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배경엔 알리바바의 행보가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 업계 관측도 있다. 업체 관계자는 “텐센트가 전략적 투자라면 알라바바는 다소 공격적인 투자”라며 “중국 내에서 회사 간 경쟁이 국내에서도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의 자본 유입 외에 중국산 게임의 수입도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주로 매출 기반이 취약한 중견·중소 업체가 중국 게임을 수입하는 상황이다. 국내에선 게임 개발 자체가 뜸한데다 판권 계약도 쉽지 않기 때문에 비교적 수입가가 저렴하고 유료화 모델이 잘 갖춰진 중국 웹게임을 들여와 서비스하는 것이다. 단기간에 매출을 확보하고 다음 게임을 수입하는 등의 업태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지금 국내 게임업계를 보면 중국에 끌려가는 상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대다수 게임사의 해외 진출 지역 1순위가 중국이다. 주력 상품인 온라인게임을 팔 수 있는 세계 최대 시장이 중국이기 때문이다. 현지 인터넷망이 내륙의 3,4급지로도 점차 확대되고 있어 온라인게임 이용자 규모로는 ‘내수가 이미 글로벌’인 비교 불가의 시장이 되고 있다.

중국의 모바일게임 시장도 급성장 중이다. 올해 5조원 규모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모바일게임의 경우 텐센트가 유력 플랫폼인 위챗을 운영하다보니 국내 업체가 퍼블리싱 계약 성사를 위해 텐센트용 맞춤 보고서를 따로 제작한다는 웃지 못 할 얘기도 들린다.

이 같은 대중국 관계를 계속 가져간다면 그 때는 돌이킬 수 없는 산업 역전이 일어날 것이 명약관화하다. 수년전부터 업계 내에서 경고는 있어왔다.

그런데 국내 상황은 업계 바람과는 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국내 게임산업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면 내수 진작을 위한 진흥책 마련이 무엇보다 절실한데 게임중독법과 부담금징수법 등 강력한 규제책이 국회 발의돼 있는 것이다. 미래를 내다본 정책 발의와 함께 정치권의 각성이 시급한 실정이다.

업체들의 몫도 분명 있다. 북미·유럽 등 서구권에서의 성공작 배출이 이뤄져야 한다. 이것이 중국에 대한 산업 의존도를 낮추는 가장 빠른 길이자 현실적인 방법이다. 현재 ‘길드워2’ 등이 현지에서 인기를 끌고 있지만 더 많은 흥행작이 나와야 한다. 올해 국내 게임업계가 주요 사업 키워드로 ‘글로벌 공략’을 꼽은 만큼 의미 있는 성과가 있길 기대해본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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