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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KB회장·은행장 중징계 통보…멀어지는 주전산기 교체 사업

이상일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금융감독원이 지난 9일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 모두 중징계에 해당하는 ‘문책 경고’를 사전 통보하면서 국민은행의 주전산기 전환 사업 추진이 사실상 어려워졌다.

금융감독원은 오는 26일 열리는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이번 징계방안을 논의한다. 징계 대상자인 임 회장과 이 행장은 이에 앞서 소명 기회를 부여받게 되지만 소명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문책 경고가 확정된다.

문책경고 이상을 받은 임원은 감독관련 규정에서 정한 바에 따라 3년간 임원선임자격 제한을 받게 된다. 금융권에서 문책경고는 사실상 퇴임을 권고하는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만큼 임 회장과 이 행장의 향후 거취도 불투명해지게 됐다.

문제는 이번 징계로 인해 국민은행 주전산기 전환 사업의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는 점이다.

금감원은 제재심의위원회에서 국민은행 전산시스템 교체를 둘러싼 경영진 내분과 관련된 검사 결과도 상정키로 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김재열 KB금융지주 최고정보책임자(CIO)와 박지우 국민은행 부행장을 비롯해 문제를 제기한 정병기 상임감사도 징계를 받을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국민은행과 이사회는 금감원의 특별검사 결과에 따라 주전산기 교체와 관련한 방향성을 다시 논의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임 회장과 이 행장 모두에게 중징계가 사전 통보되면서 주전산기 전환을 위한 의사결정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

특히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사외이사와 상임감사에게도 징계가 내려질 경우 국민은행과 KB금융지주 의사결정의 핵심에 있는 임원들이 주도하는 신규 사업 추진은 사실상 어려워진다.

당초 의사회 결정대로 유닉스로의 주전산기 전환 사업을 추진한다 하더라도 장애물이 산재해 있다는 평가다. 우선 2차에 걸친 사업공고 끝에 SK C&C가 단독으로 사업을 제안했지만 우선협상대상자 통보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국민은행과 이사회는 단독 응찰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상황으로 사업 추진을 위해선 다시 재공고를 낼 수 밖에 없어 보인다. 하지만 유닉스든 메인프레임이든 주전산기 전환에 대한 의사결정이 오는 26일 이후에나 진행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유닉스로의 시스템 전환을 강행한다 하더라도 사업자 선정 재공고를 통한 사업자 선정 작업 등 일정 지연이 불가피하다. 이로 인해 한국IBM에 지불해야 하는 시스템 이용 비용에 대한 책임소재도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또,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되더라도 최종 계약을 위해선 계약 당사자인 국민은행장의 승인이 필요하다.

하지만 금감원의 중징계가 확정될 경우 계약 당사자인 국민은행장의 거취가 묘연해진다. KB금융지주 회장, 국민은행장, 그리고 사외이사 들에 대한 징계가 확정되는 경우를 가정하면 전환 사업을 추진하더라도 향후 시스템 오픈 시 문제가 생기면 이를 책임질 사람이 없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의 소명이 받아들여져 경징계 선에서 마무리되더라도 주전산기 전환 사업 추진은 여전히 갈등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국민은행으로선 당초 이사회의 결정대로 유닉스 전환사업을 추진했다면 이번 분란을 미연에 막을 수있었을 것이란 지적에서 자유롭기 어렵게 된다. 따라서 이사회 결정대로 유닉스 전환사업을 추진하게 되면 국민은행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의 운신의 폭이 좁아진다는 면에서 이를 그대로 수용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한편 업계도 혼란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2년간 벤치마크테스트(BMT) 등을 수행하며 비용을 투자해 온 IT업체들은 이번 국민은행 사태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은행이 금융 IT업계의 대표적인 발주처인 만큼 겉으로 불만을 표현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이번 사업이 아니더라도 국민은행의 IT사업을 수주해야 하는 이상 불만을 제기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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