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PC온라인게임 뺨치는 모바일게임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최근 들어 PC온라인게임의 그래픽 품질과 콘텐츠 분량을 뺨치는 모바일게임이 속속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시장 변화를 예상 못한 바는 아니지만 그 속도가 놀랍다. 지난해 대형 모바일게임이 하나둘 나오더니 올해 이르러 상당수 게임이 출시를 앞두고 있다.
지난 10일 CJ E&M 넷마블이 공개한 모바일 역할수행게임(RPG) ‘레이븐’과 ‘크로노블레이드’는 향후 시장이 어떻게 전개될지 보여주는 주된 사례로 꼽을만하다.
이날 넷마블은 지난해부터 본격 출시한 모바일 RPG에서 실시간 던전공략, 실시간 파티 매칭, 길드 공성전 등 온라인게임의 기술을 모바일 플랫폼에서 하나씩 구현했던 사례를 들면서 두 게임의 출시를 ‘새로운 도전’이라고 정의했다. PC온라인·콘솔 개발자들이 주축이 돼 치열한 개발 과정을 거친 만큼 성공 기대감도 크다는 의미일 것이다.
레이븐과 크로노블레이드는 모바일 기기에 최적화된 조작법을 갖추고 있지만 기저에 깔린 게임 콘텐츠와 설계 전반은 온라인게임을 빼닮은 것이 눈에 띈다. 대형 몬스터를 여러 이용자가 협업으로 공략하는 레이드(집단전투)는 이제 온라인게임의 전유물이 아니다. 향후 모바일 RPG에선 레이드와 길드(게임동호회) 간 대전 등의 콘텐츠가 기본적 사양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모바일게임의 대형화, 고품질화는 하드웨어의 발전이 견인하고 있다.
올해 대만에서 열린 컴퓨텍스 전시회에선 그래픽처리장치(GPU)로 유명한 엔비디아가 테그라 K1의 성능을 강조했다. 테그라 K1은 오픈GL 4.4, 오픈GL ES 3.1 및 다이렉트X 등 PC 및 콘솔게임기의 그래픽 기술을 그대로 지원하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다. 쉽게 말하면 테그라 K1이 설치된 태블릿PC나 모바일 기기라면 PC·콘솔게임도 그대로 돌릴 수 있다는 말이 된다. 향후 모바일게임 시장 변화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올해 들어 에픽게임스나 크라이텍 등 유명 게임 개발솔루션(엔진) 업체들이 앞 다투듯 모바일 플랫폼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게임 개발 환경의 비약적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 디자이너 없이도 개발자가 게임을 제작해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실시간 광원 변화나 계단현상 제거 등 고품질의 그래픽 효과 역시 모바일 기기에서 쉽게 구현할 수 있게 되면서 보다 적은 인원과 물량 투입으로도 결과물의 완성도를 끌어올릴 수 있게 됐다.
이처럼 전통적 게임의 개발자들이 모바일 플랫폼으로 넘어와 제작에 참여하고 모바일게임이 구동될 하드웨어는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 여기에 게임 엔진의 고도화까지 맞물리면서 모바일게임 시장이 다시 한번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감안하면 지금 모바일게임 시장은 대변혁의 시기를 지나고 있는 셈이다. 올해가 시장 변화의 원년이 될 수 있다. 주요 게임업체들의 시장 대응과 함께 모바일게임이 어떻게 발전할지, 시장 전반의 변화를 지켜보는 것도 상당히 흥미로울 듯하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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