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호 칼럼

[취재수첩] 본원적 경쟁력

윤상호

- 통신사, 앞에선 본원적 경쟁 뒤에선 돈싸움…정부, 형사고발 고민할 때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통신사는 ‘본원적 경쟁력’이라는 말을 즐겨 쓴다. 본원적 경쟁력은 미국 하버드 대학 마이클 포터 교수가 지난 1985년 처음 제기한 용어다.

그는 본원적 경쟁력을 창출하는 전략으로 ▲비용우위 ▲차별화 ▲집중 등 세 가지를 꼽았다. 비용우위 전략은 경쟁사보다 낮은 비용을 쓰는 것이 핵심이다. 규모의 경제가 필수다. 차별화 전략은 경쟁사와 비교 우위의 상품을 통해 수익성과 고객 충성도를 높이는 것이 골자다. 집중 전략은 특정 고객층에 대한 집중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이 본원적 경쟁력을 구성하는 핵심요소는 양립하기 어렵다. 하나를 취하면 하나는 포기해야 한다. 규모의 경제를 갖추려면 틈새시장을 우선해서는 쉽지 않다. 틈새시장 공략은 경쟁은 약하지만 전체시장에 비해 거두는 수익은 적다. 차별화를 하려면 투자와 연구가 필요하고 비용은 증가한다.

통신사는 매 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또는 기자간담회를 하며 또는 정부의 징계를 받게 되면 언제나 본원적 경쟁력을 들먹인다. 요지는 같다. ‘더 이상 보조금 경쟁을 하지 않고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이다. 토씨하나 바뀌지 않는다. 앵무새도 이런 앵무새가 없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대표부터 직원까지 한 목소리다. 여기에 ‘우리는 본원적 경쟁력 대결을 하려는데 상대방이 보조금 경쟁을 지속한다’는 말을 더 한다. 누군가는 시작한 곳이 있을 텐데 웃기는 소리다.

국내 통신사의 본원적 경쟁력 전략이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3사 모두 점유율 즉 비용우위를 최우선 가치로 삼고 있어서다. 점유율을 차지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보조금이다. 제대로 된 차별화 즉 고객 혜택으로 겨루기보다 기업의 입장에서만 경쟁을 바라본다. 새로운 요금제를 내도 상대편이 금방 따라해 어쩔 수 없다는 변명은 궁색하다. 따라할 수 없는 상품이 정말 차별화다.

사상 유래 없는 45일 동안의 사업정지도 통신사의 본원적 경쟁력 대결을 유도하지 못했다. 시장은 난맥이다. 아침에 악수하고 저녁에 뒷통수를 친다. 결국 이를 정리할 곳은 정부뿐이다.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말기 유통법)’ 시행까지 무질서한 시장을 정리하려면 강력한 규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대표이사 형사 고발 카드를 꺼낼 때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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