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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 갑작스런 출고가 인하, 제조사 여파 없나

윤상호

- 착시 마케팅 약화…통신사, 전용폰·제조사, 치밀한 자금관리 필요성↑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휴대폰 출고가 인하가 갑자기 대량으로 이뤄지고 있다. 소비자 요구에 꿈쩍도 하지 않던 통신사와 제조사다.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말기 유통법)’을 오는 10월 시행하고 정부가 눈을 부라리니 일사천리로 일을 진행한다. 출고가 인하가 이렇게 간단한 것이었다면 그동안 왜 내려가지 않았던 것일까. 못했던 것일까 안했던 것일까. 통신사 책임일까. 제조사 책임일까.

20일 SK텔레콤과 KT는 11종 LG유플러스는 9종의 스마트폰과 일반폰의 출고가를 인하하거나 곧 인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여러 종의 제품 출고가 인하를 동시 다발적으로 10만원 이상 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를 공지하는 것 역시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다. 통상 출고가 인하는 수개월에 걸쳐 단계적으로 진행돼왔다.

통신상품과 휴대폰은 공통점이 있다. 하나는 통신사가 주로 유통한다는 점이고 두 번째는 착시 마케팅이 만연한 시장에서 경쟁을 한다는 점이다. 최종 소비자를 만나는 접점은 통신사다. 가격을 높게 부르고 요금할인이나 보조금을 통해 싸게 샀다는 만족감 주는 방식의 판매를 한다. 비단 한국만의 구조는 아니다.

구조는 이렇다. 출고가 100만원인 A스마트폰이 있다. 10만원 요금제를 가입하면 보조금을 40만원을 주지만 5만원 요금제를 가입하면 10만원을 주는 식이다. 요금할인은 10만원 요금제와 5만원 요금제 각각 월 3만원과 1만원을 주는 형태다. 소비자는 A스마트폰을 싸게 사기 위해 10만원 요금제를 선택한다. 40만원의 보조금은 제조사와 통신사가 통상 1대1의 비율로 부담한다. 5만원 요금제로 스마트폰이 팔려도 제조사가 통신사에 주는 보조금은 변화가 없다.

출고가를 최대한 오랜 기간 높게 유지해야 통신사와 제조사 모두 유리하다. 통신사는 해당 단말기로 고가 요금제 가입자를 늘리기 편하다. 제조사도 나쁜 것은 아니다. 출고가 전액을 제조사가 받는 것은 아니지만 실제 통신사에 납품한 가격보다는 높은 매출액을 달성할 수 있다. 차액은 보조금으로 나가니 영업이익에 손상이 가지는 않는다. 다른 곳에 자금을 돌릴 여유도 길어진다.

즉 출고가를 일시에 큰 폭으로 내리면 통신사는 고가 요금제 유인 기회를 잃고 제조사는 현금 유동성이 나빠진다. LG유플러스와 팬택의 갈등을 통해 드러난 재고부담금은 바로 이 성격의 돈이다. 다만 통신사는 출고가를 인하할 경우 제조사의 보조금 부담을 줄여준다.

이번 출고가 인하는 보조금을 예전처럼 쓸 수 없는 상황이 빚어낸 결과다. 통신사가 보조금을 감안한 출고가를 유지할 경우 제조사만 득을 본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재고부담금 명목으로 회수가 불가피하다. 제조사도 보조금을 쓰지 않으면 그 가격 제품이 나갈 리가 없다. 추후 통신사와 거래도 생각해야 한다. 문제는 앞서 언급한 유동성과 브랜드 가치다.

현재 조정에 응한 제조사는 LG전자와 팬택이다. 미래가 더 중요한 업체다. 삼성전자는 주력 제품은 놔두고 비주력 제품만 내렸다. 브랜드 가치가 더 중요한 업체다. 삼성전자 LG전자 팬택과 통신사의 힘의 균형도 엿볼 수 있다. 통신사의 요구에 버틸 수 없는 제조사와 버틸 수 있는 제조사를 나눌 수 있다. 휴대폰 유통에 통신사가 절대적 권한을 행사하는 이유 중 하나는 해당 통신사용 제품은 해당 통신사에서 팔 수 밖에 없는 시장 특성이다.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을 연상하면 된다. DMB가 들어간 폰을 미국에서 팔수는 없는 노릇이다. DMB가 없는 폰을 한국서 팔기도 어렵다. 재고가 발생하기 시작하면 급한 쪽은 제조사다.

한편 이번 조정에 따라 추후 출시 스마트폰의 출고가에 관심이 모아진다. 착시 마케팅이 약화된 시장에서 각 통신사와 제조사가 어떤 전략을 취할지도 주목된다.

제조사 관계자는 “이제 90만원대 스마트폰 출시는 더욱 어렵게 됐다. 통신사의 유통 장악력에 제조사가 목소리를 내기도 힘들어졌다”라며 “회사 운영 자금과 제품 출시 계획 및 제품군을 보다 치밀하게 계산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통신사 관계자는 “통신 3사 공용 제품에 대한 차별화가 어려워졌기 때문에 전용 폰을 얼마나 구비하느냐가 중요해졌다. 서비스와 상품은 금방 따라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대리점과 판매점 관리를 얼마나 내실 있게 하는지는 기본”이라고 예상했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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