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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가제 폐지, SKT 찬성-LGU+ 반대…상반된 주장 왜?

채수웅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요금인가 규제 완화를 두고 1위 사업자와 3위 사업자간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SK텔레콤은 요금경쟁 활성화에 나서겠다며 폐지를 주장하고 있는 반면, LG유플러스는 현행제도의 고수를 외치고 있다.

우리나라는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요금을 인상하거나 신규요금을 출시할 때 정부의 인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KT 시내전화와 SK텔레콤의 이동전화가 대상이다.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약탈적 요금제로 시장을 장악할 수 있으니 정부가 안전장치를 마련해 준 것이다. 하지만 요금인가제도는 경쟁을 가로막고 시장의 고착화를 불러왔다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특히, 이동통신 시장에서 요금인가제는 5:3:2라는 점유율 고착화를 비롯해 보조금 경쟁의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

요금인상보다는 신규 요금제에 대한 규제기능이 핵심인데,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요금을 내면 후발 사업자는 그와 비슷하거나 조금 혜택이 더 많은 요금제를 내놓는다. 선발사업자의 브랜드 등을 감안하면 시장은 절묘하게 선발사업자의 의지대로 흘러가게 된다.

그러다보니 정부가 요금인가제를 통해 SK텔레콤을 보호해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곤 했다.

하지만 요금인가제 폐지 논의가 이뤄지면서 SK텔레콤은 적극적인 규제 폐지를 주장하고 있는 반면, KT와 LG유플러스는 오히려 반대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요금경쟁을 외치면서도 선발사업자가 자유롭게 요금을 출시하는 것은 막겠다는 것이다.

이는 후발사업자들이 요금경쟁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지금도 SK텔레콤이 요금을 내리는 것은 인가가 아니라 신고다. 문제는 새로운 요금제다. 결합상품, 다양한 부가서비스가 결합되는 최근 요금제 트랜드를 감안할 때 후발사업자들은 SK텔레콤의 발목을 묶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LG유플러스는 그동안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선도적 요금인하를 하기 보다는 후발사업자 요금제를 그대로 베끼는 Me-Too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이처럼 LG유플러스는 LTE 무제한 요금제를 주도하며 1~2위 사업자들도 따라오라는 자신감을 내비쳤지만 막상 선발사업자의 요금규제를 완화하려 하자 입장을 싹 바꾼 것이다.

강학주 LG유플러스 상무는 “요금인가제 정책방향은 폐지가 아니라 오히려 제도를 유발시킨 현 이통시장의 불균형 경쟁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지속적인 경쟁활성화 정책을 발굴해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후발사업자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12일 정보통신정책연구원서 열린 ‘통신요금규제 개선 로드맵 수립을 위한 토론회’서 큰 틀에서 제도를 바라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동근 교수는 “보조금 경쟁이 왜 치열한가. 요금인가제로 요금경쟁을 못하게 하니 보조금으로 간 것 아니냐. 요금인가제는 사업자를 보호하고 소비자를 새벽에 줄세우게 만들어 굴욕감을 준 정책이다”라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5:3:2 구조가 굳어진 것은 이 같은 인가제 하에서 담합에 근접한 요금 때문이다. 내가 후발사업자라면 오히려 규제를 풀겠다고 하겠다. 좁게 보지 말고 전체로 보면 답은 뻔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도 이 같은 견해들을 반영해 규제를 완화하는 쪽으로 정책방향을 잡고 있다.

급작스런 폐지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으로 보고 단계적으로 규제정책에 변화를 줄 계획이다.

우선 현행 인가제를 유지하되 사전심사는 완화하고 사후규제를 강화하는 쪽으로 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 역시 범정부적 규제완화 노력 및 세계적 규제완화 추세에 역행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중장기적으로는 인가제를 신고제로 전환하고 형행 신고제 문제점을 보완하는 식으로 갈 전망이다.

미래부는 “6월 중으로는 결론을 내릴 계획”이라며 “단계적 규제 완화는 불가피해 보인다”고 밝혔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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