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해진 의장 “네이버, 15년 동안 15번 창업한 느낌”

심재석

[디지털데일리 심재석기자] 네이버 이해진 의장은 일부 언론이 ‘은둔의 경영자’라고 표현할 정도로 대외 활동에 소극적인 인물이다. 지난 해 이전까지 언론 인터뷰나 기자회견에 나서는 경우가 거의 없었고, 기업 공식 행사라도 공개석상에서는 모습을 보기가 어렵다. 지난 해 모바일 메신저 라인 가입자가 3억명을 넘을 때 10년 만에 언론 앞에 깜짝 등장한 이후, 다시 사라졌다.

그런 그가 25일 제주도에서 개최된 ‘2014 중소기업 리더스포럼’의 강연자로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그는 이 자리에서 500여명의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을 대상으로 ‘네이버 스토리’라는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네이버를 시가총액 10위의 회사로 만든 성공적 경험과 노하우를 중소기업·소상공인과 공유하고, 네이버가 최근 설립한 ‘중소상공인 희망재단’ 및 중소기업을 위한 네이버의 서비스를 소개했다.

강연과 이후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이 의장이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는 의외로 “두렵다”는 말이었다. 시시각각 바뀌는 IT 산업의 변화에 제대로 따라갈 수 있는지,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지 두렵다는 것이다.

그는 “네이버를 설립한 지 15년 동안 언제가 가장 힘들었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저는 늘 올해가 가장 힘들다고 얘기한다”면서 “15년 동안 회사를 하면서 매년 망할 것 같았고, 15번 창업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세계 1위 휴대폰 업체인 노키아가 순식간에 저렇게 되고, 닌텐도가 갑자기 적자에 허덕일 정도로 IT업계는 빠르게 변하고, 국경도 없이 경쟁하고 있다”면서 “PC시대에는 그런 대로 잘 해왔는데, 모바일 시대가 열리면서 새로운 걱정거리와 도전과제가 생겼다”고 덧붙였다.

그는 “아무리 큰 IT기업도 한 순간에 망한다”면서 “매년 1등 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의장은 두려운 상대로 역시 구글, 페이스북 같은 글로벌 시장을 장악한 미국의 서비스와 엄청난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새롭게 떠오른 중국 서비스를 꼽았다. 그는 “저희의 시가총액은 25조원인데, 구글은 380조원, 페이스북은 160조원, 텐센트 142조원”이라며 “이들과 해외에서 경쟁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국내에서도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모바일 서비스는 페이스북이며, 동영상은 구글 유튜브, 전자상거래는 이베이가 독식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 시장조차도 해외의 거대한 기업에 잠식되고 있는데, 경쟁하기 두려운 상대들”이라고 말했다.

최근 합병을 발표한 다음카카오도 두려운 존재라고 이 의장은 꼽았다. 그는 “국내 모바일 시장은 어떤 지표로 봐도 카카오가 절대 강자인데, 그런 곳이 좋은 콘텐츠를 갖고 있는 다음과 힘을 합치기 때문에 긴장된다”면서 “두렵고 위협적인 경쟁자가 나타났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의장은 자신의 역할에 대해 축구에 빗대 설명했다. 김상헌 대표가 경기 전반의 흐름을 조율하는 ‘미드필더’라면 자신은 해외 시장을 위해 최전선에서 뛰는 ‘공격수’라는 것이다. 다만 15년 동안 자신의 창의성이 많이 떨어졌기 때문에 골을 직접 넣는 ‘센터 포워드’ 역할을 맡기는 어려워졌고, 골게터들이 골을 잘 넣을 수 있도록 돕는 ‘윙(날개)’역할을 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울러 ‘은든의 경영자’라는 비판에 대해서도 “억울하다”고 하소연했다. 자신이 잘 하는 것은 대외에 나서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를 개발하고 해외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기 때문에 공개석상에 나타나지 않는 것뿐이라고 강변했다.

이 의장은 끝으로 라인 탄생과 글로벌 성장 과정 및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며 “라인은 출시 3년만에 전 세계 4억 7천만 명 이상이 사용하는 글로벌 서비스로 성장했다”면서 “글로벌로 성장하고 있는 라인이 언젠가 우리나라의 콘텐츠들이 글로벌로 진출하는데 도움이 되고 싶고,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수 많은 '히든 챔피언'이 등장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심재석 기자>sj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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