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착한기업 콤플렉스
[디지털데일리 심재석기자] 구글은 얼마 전까지 ‘착한 기업’의 대명사였다. 그들이 캐치프레이즈처럼 내세웠던 ‘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는 문구는 ‘돈’을 좇는 냉정한 비즈니스 세계에 묘한 울림을 줬다. ‘악해지지 말자’는 선언은 곧 ‘현재는 착하다’는 것을 의미했고, 여기에 기술개방 정책 등이 어우러져 구글은 착한 기업으로 인식됐다.
그러나 최근 구글이 악해졌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착한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결정적 배경인 개방성을 버리고 폐쇄적으로 변해 가고 있다는 비판이다. 예를 들어 구글 플레이에서 타사 앱 마켓을 설치하려면 계속 차단되고, 앱 내 결제수단을 자사 모듈로 강요하고 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 제조사에 모든 안드로이드 폰에 '4.4버전(킷캣)'을 반드시 탑재해야 한다고 강요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구글에 실망했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한다. 악해지지 않겠다더니, 악해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선악의 문제라고만 보기는 어렵다. 미디어전문가 윤지영 박사는 올 초 출간한 저서 <오가닉 미디어>에서 “개방성은 생태계를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네트워크를 확장하려는 전략”이라고 평했다. 네트워크 확장을 위해 개방했고, 네트워크 확장이 임계치에 달했으니 전략을 변경해 수익을 극대화 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착해서 문을 열었던 것도 아니고, 악해졌기 때문에 닫는 것도 아니다.
기업의 이미지는 허상에 가까운 경우가 많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빌 게이츠 창업자가 세계에서 가장 많이 기부를 하고 있음에도 욕심쟁이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혁신 기업으로 주가를 올리는 아마존은 직원들의 노동 강도가 강하고 임금이 싸서 이직률이 높다. 아마존은 자사 플랫폼에 의존적인 파트너들을 압박해 수익률을 높이는 행위를 서슴지 않았다.
국내 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네이버는 콘텐츠 업체들 등골을 빼먹는다고 비판 받곤 하지만, 그나마 콘텐츠에 값을 쳐주는 회사도 네이버밖에 없다. 구글의 개방성이 네트워크 확대 전략의 일환이듯 네이버의 폐쇄성 역시 시장 공략 전략의 일환이다. 전략적으로 개방이 유리해진다는 판단이 들면 얼마든 이 전략은 바뀔 수도 있을 것이다.
상대적으로 ‘생태계’를 강조하며 착한 기업으로 이미지 메이킹에 애쓰던 카카오는 최근 파트너들이 해오던 모바일 쿠폰 사업에 직접 뛰어들었다. 파트너들들은 시장지배력 남용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처럼 기업의 이미지는 많은 경우 허상이다. 착한 기업이라는 것은 대부분 철저히 계산된 마케팅에 의한 브랜드 효과일 뿐인 경우가 많다. 때문에 기업에 대한 평가에 선악의 잣대를 대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다.
착한 기업이 있다면, 그것은 법 테두리 안에서 최대한 이윤을 많이 내서 직원을 많이 고용하고, 세금을 정확하게 내는 기업이다.
<심재석 기자>sj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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