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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P 독점의 정부 문서…이래도 괜찮은가 '갑론을박'

심재석

[디지털데일리 심재석기자] 최근 미래창조과학부가 공공 전자문서에 ODF 등 국제 표준을 도입을 논의하고 있는 가운데, 문서 파일포맷 업계 당사자들이 이에 대해 직접 갑론을박을 벌이는 토론회가 열려 눈길을 끌었다.

국제전자문서학회와 한국전자문서산업협회는 24일 ‘전자문서 산업을 위한 학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의 주제는 ‘문서 포맷’이었다. 한글과컴퓨터, 마이크로소프트 등 파일포맷을 공급하는 회사를 비롯해, 인프라웨어, 핸디소프트, 유니닥스 등 공급받은 파일포맷을 활용해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회사 모두 참여해 의견을 개진했다.

한국MS 한상범 상무는 이 자리에서 ”내가 생성한 문서는 언제 어디서든 내가 사용할 수 있어야 하며, 플랫폼이나 애플리케이션의 제한이 있으면 안 된다”면서 HWP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현재 HWP를 완벽하게 지원하는 애플리케이션은 한컴 오피스의 아래아한글밖에 없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 때문에 정부 및 공공기관이 HWP 포맷을 사용한다는 것은 한컴오피스를 사용한다는 것과 같은 의미다.

함 상무는 “개방형 포맷과 국제 표준을 사용해야 한다”면서 “누구나 그 포맷을 사용해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수 있어야 하며, 특정 업체가 아닌 공공의 표준화 단체에서 그 포맷을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술 및 플랫폼의 종속성에서 벗어나려면 특정 제품에 종속되면 안 된다”면서 “이것이 선택의 다양성 확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함 상무가 이같은 주장을 펼치는 배경은 MS의 파일포맷인 OOXML이 지난 2008년 국제 표준 인증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MS의 파일포맷은 대부부분의 문서작성 애플리케이션이 지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MS 오피스뿐 아니라 오픈오피스, 구글 독스 등 글로벌 애플리케이션이 OOXML을 지원하며 국내의 폴라리스 오피스, 한컴오피스, 네이버 오피스 등도 OOXML을 지원한다.

반면 한글과컴퓨터의 양왕성 전무(CTO)는 HWP가 폐쇄적 파일포맷이 아님을 강조했다.

양 전무는 “지난 1997년부터 HWP의 파일포맷을 SGML로 해서 파트너에 공개해 왔고, 2000년부터 XML 규격으로 제공해왔다”면서 “HWP 파일포맷을 요구하는 업체에는 거의 모두 제공했다”고 말했다.

특히 한컴은 지난 2009년 자사의 문서포맷을 공개하고, OWPML(HWPML)이라는 이름으로 국내표준(KS) 승인을 받은 바 있다. 때문에 HWP도 공개된 파일포맷이라고 볼 수 있다.

양 전무는 “OWPML은 한컴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면서 “MS 워드도 2013 패치 버전부터 컨버터를 제공하고, 사이냅소프트, 인프라웨어, 네이버, 레온타임정보기술 등에서 OWPML을 활용하며 구글도 HWP 문서 내용 검색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 전무는 이어 “개발사들의 목적에 따라 지원 수준이 다르지만, 추후 공개 수준을 더 높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 전무는 또 국제표준이 만능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는 “MS 오피스도 환경에 따라 레이아웃이 깨지는 경우가 많고, ODF도 오픈오피스, 심포니, MS 오피스 등 구현회사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한컴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인프라웨어 정진권 CTO는 공개 정도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정 CTO는 “폴라리스 오피스나 네이버 오피스는 HWP 문서를 잘 보여주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차트나 수식은 깨져서 보인다”면서 “(한컴의 파일포맷 공개는) 일부 항목이 누락됐거나, 설명이 부족하고, 공개된 내용을 이해 할 수 없는 경우, 최신 정보가 미공개 된 사례 등이 많다”고 지적했다.

정 CTO는 “공공문서 포맷은 국제표준 포맷이어야 한다”면서 “공공문서의 장기보존, 국제적으로 검증된 안정적인 포맷, 문서처리기술의 국제적 고립 방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송병호 국제전자문서학회장은 “IT업체 종속성 탈피와 관련되어 EU에서는 산업표준, 오픈다큐먼트포맷 등의 개방형 표준을 사용하는 가이드라인을 2013년도에 발표했다”면서 “세계의 많은 국가 및 기업들은 문서포맷을 활용하고 표준화해 세계 시장을 점령해 나가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이러한 노력이나 관심이 거의 전무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심재석 기자>sj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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