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이건희 회장 경영공백…삼성, ‘이재용 시대’ 소프트랜딩 가능할까

박기록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이건희 회장의 공백이 과연 메워질 수 있을까.’ 삼성 이건희 회장이 지난 5월10일 새벽,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이후 지난 100여일 동안 시장과 언론의 관심은 줄곧 여기에 맞춰졌다.

더구나 삼성그룹이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했을 때, 이를 단순히 삼성의 ‘오너 리스크’로만 국한해서 볼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때마침 삼성그룹의 주력인 삼성전자가 최근 발표한 2분기 실적 전망에서 시장의 예상치를 크게 밑도는 7조2000억원을 기록하자 삼성 내부적으로는 어닝쇼크 이상의 충격을 받았다는 후문이고, 그 여진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주력이었던 휴대폰부문에서 중국 후발주자의 추격으로 수익성이 악화됨에 따라 삼성의 위기감은 그룹 전체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다만 이회장이 쓰러진 이후에도 삼성측은 ‘비상경영은 없다’며 기존대로 이재용 부회장과 미래전략실을 중심으로 그룹을 이끌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고, 실제로 이후에도 그룹 경영에 있어 기존과 특별히 외견상 눈에 띠는 변화가 있지는 않았다.

현재 ‘이 회장 경영부재 100일’에 즈음해 시장의 관심사는 크게 세가지 질문으로 요약된다. ‘이 회장의 경영복귀는 가능한가’. ‘3세 경영승계를 위한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 계획엔 차질이 없나’, ‘이재용 부회장이 과연 삼성을 이끌어 갈 수 있을까’

◆ “이 회장 건강, 갈수록 호전” = 이 회장이 건강을 회복해 다시 경영일선에 복귀하는 시나리오는 삼성의 강력한 오너 리더십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 시장 일각의 시선을 잠재울 수 있다는 점에서 일단 의미가 크다.

또한 3세 경영승계와 지배구조및 사업구조 개편의 마무리, 수십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투자 계획 등은 현실적으로 강력한 오너십이 뒷받침되야만 가능한 일이라는 게 재계에 정통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와함께 미래전략실 주도로 차질없이 경영지원이 이뤄지고 있지만 그룹차원의 조직및 인사개편 등 굵직 굵직한 그룹 내부의 사안은 여전히 이 회장의 몫으로 봐야한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12월초에 단행된 삼성의 사장단및 임원진 인사도 앞서 당시 화와이에 체류중이던 이 회장의 직접 재가를 거쳐 발표됐다.

삼성서울병원측은 최근까지 이 회장의 건강상태에 대해 “호전되고 있다”는 입장을 수차례에 걸쳐서 발표했다. 최근에는 산소호흡기를 떼고 자가호흡이 가능할 정도로 상황이 호전됐으며 이 회장에게 주요 경영 사안에 보고를 하면 반응도 보인다는 소식이 들린다.

전문가들은 예전처럼 경영일선 복귀가 쉽지않더라도 이 회장이 의사결정이 가능한 수준까지 회복이 된다면 사업구조개편에 대한 불확실성의 제거, 마하경영을 포함한 그룹 차원의 전방위 혁신 작업이 상당한 탄력을 받게될 것으로 보고있다.

◆ 3세 경영승계는 차질없나…“예정된 수순” 평가 = 그동안 시장 일각에선 ‘삼성그룹 3세 경영승계 시나리오가 완전히 종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 회장이 쓰러졌다’는 시각이 있었다. 즉, 삼성의 3세 경영승계 과정에서의 불확실성이 촉발될 가능성을 지적한 것이다. 아직 금융및 건설 등 삼성의 사업구조 개편 시나리오가 미처 완결되지 않은 상황이기도하다.

이런 가운데 지난 6월초에는, 그동안 불변으로 거론돼왔던 삼성의 지주회사 방식을 통한 그룹 분할 시나리오가 불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지주회사 방식이 전환시 공정거래법이나 금산법 등 현행 법적 제도적 난관외에도 삼성그룹의 전체적인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좋은 지배구조가 아니라는 지적이 그룹 주변에서 제기됐던 것. 물론 그룹 지배구조 개편 방식과 관련해선 지주회사 설립, 중간지주회사 도입 등에 대해 삼성측의 공식적인 입장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삼성의 사업구조 개편및 경영승계 시나리오가 갑작스럽게 변경되거나 수정됐을 가능성은 적다는 게 삼성에 정통한 한 전문가의 분석이다. 이 관계자는 “삼성의 기업문화를 고려할때, 경영승계는 이미 오래전부터 치밀한 구상을 통해 완성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직까지는 특별한 돌발변수가 없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마무리 수순이라고 할 수 있는 삼성SDS와 삼성에버랜드의 상장계획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지적했다.

앞서 비상장사인 삼성SDS의 연내 상장계획이 지난 5월8일 발표되자 당시 시장에선 삼성의 3세 경영승계가 이제 공학적 마무리 수순으로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상장 일정이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있었을 뿐 삼성SDS 상장을 통한 상속비용 및 M&A(인수합병) 재원 마련 전망이 오래전부터 시장에서 제기됐다.

삼성SDS는 이재용 부회장이 11.3%(870만4312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 사장이 각각 3.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삼성SDS의 장외시장 주가는 상장계획 발표당시보다 40% 이상 오른 주당 20만원을 상회하고 있다.

이어 삼성측은 지난 6월3일에는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최정점에 있는 삼성에버랜드의 내년 상장 계획까지 확정함으로써 경영승계에 대한 보다 디테일한 윤곽을 예상케했다. 무엇보다 삼성에버랜드는 삼성의 실질적인 지주회사이고 이 회장의 세자녀 (이재용 부회장 25.1%, 이부진 8.37%, 이서현 8.37%)에 대한 그룹 분할의 시나리오가 구체적으로 현실화된다는 점에서 초미의 관심사다.

지금까지 이 부회장이 그룹내 전자및 소재.금융 부문을, 이부진 사장이 호텔.건설.중화학 부문을, 이서현 사장이 패션.미디어 등을 맡는다는 예상이 제기됐었는데 실제로 이 시나리오대로 흘러가게될지 관심사다.

◆CEO 시험대에 오른 이재용 부회장… ‘소트프랜딩’에 주목 = ‘이재용 부회장이 이건희 회장의 바통을 이어받아 과연 미래의 삼성을 이끌어 갈 수 있을까’라는 질문은 이미 재계의 관심사를 넘어 국민적 관심사가 된 듯한 느낌이다.

이건희 회장의 경영부재가 장기화되면서 언제부터인가 시장과 미디어에선 이 부회장의 일거수 일투족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기존의 ‘이 회장의 장남’이 아니라 ‘삼성의 새로운 리더’로 자연스럽게 바뀌어가는 모습. 이는 ‘이재용 시대’로의 소프트랜딩이 필요하다는 시장의 공감대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기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도 이 부회장의 행보는 어느새 삼성그룹 CEO로 변모한 모습이다. 17일에는 중국 난징을 찾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2020년까지 올림픽 공식 후원을 연장하는 계약을 체결하는 등 과거 이 회장이 맡았던 역할을 하나 둘 씩 대신하고 있다.

그러나 이재용 부회장이 선친인 이건희 회장의 카리스마 넘쳤던 리더십과는 분명 차별화된 자신만의 색깔을 가져야 한다는 점에서 분명한 숙제를 던져주고 있다.

현재 ‘이재용 시대, 삼성을 이끌어갈 새로운 미래 성장동력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는 소프트웨어(SW)와 사물인터넷(loT), 재료(차 전지), 헬스케어 등 비교적 구체적인 항목들이 제시되고 있다.

물론 당장은 그동안 삼성을 먹여살려왔던 스마트폰 사업에 닥친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가 보다 시급한 현안이고, 이 부회장이 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에 시장의 이목이 집중돼있다.

이런 점에서 최근 시장이 주목한 것은 4년을 끌어왔던 '삼성전자-애플'간 특허 전쟁의 타결이다. 양측은 최근 미국을 제외한 8개국에서 특허소송을 취하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삼성측에서는 공식적으로 확인을 해주지 않았지만 미국으로 건너간 이 부회장이 팀 쿡 애플 CEO와의 직접 담판을 통해 이번 삼성전자-애플 특허 전쟁을 마무리짓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이 부회장이 그룹 후계자로서의 자질을 보여줬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이끌어 낸 계기가 됐다.

또한 아직은 다소 이른 전망이지만 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맞물린 2015년도 그룹 사장단및 임원 인사도 이제부터는 이 부회장의 몫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고, 실질적인 오너십의 첫 시험대가 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사회공헌과 함께 삼성이 강조해 온 사회적 기업의 역할과 관련해서도 최근 삼성측이 사업장의 백혈병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서는 모습도 과거 소통에 미흡했던 국내 대기업들의 모습과는 분명히 차별화되는 행보로 평가받고 있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박기록
rock@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