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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에 웃은 LG전자 실적, TV·가전은 불안요소↑(종합)

이수환

- 휴대폰 사업, 4분기 성수기 지켜봐야
- 생활가전은 지속된 영업이익률 하락에 시름

[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LG전자가 모처럼 스마트폰 덕분에 웃었다. 휴대폰 사업을 담당하는 MC사업본부의 지난 3분기 실적은 매출 4조2470억원, 영업이익 1674억원으로 2010년 이후 분기 최대 실적을 올렸다. 2010년은 스마트폰이 본격적으로 대중화되던 시기로 이후로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은 적지 않은 부침을 겪었다.

스마트폰 판매량은 분기 최대인 1680만대를 기록했다. 전략 모델인 ‘G’ 시리즈와 보급형 ‘L’ 시리즈가 모두 좋은 성적을 올렸고 덕분에 MC사업본부가 LG전자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6%를 나타냈다. 스마트폰과 피처폰을 더한 전체 휴대폰 판매량은 2180만대다.

MC사업본부의 견조한 실적은 LG전자 전체 실적에 큰 보탬이 됐다. 매출 14조 9164억원, 영업이익 461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늘었다. 특히 영업이익은 112%가 높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이 계속해서 순항할 수 있을지는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5년 만에 4조원대 매출, 2분기 연속으로 흑자를 기록했다고는 하지만 영업이익률이 계속해서 유지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최대 성수기인 4분기에 어떤 결과가 나오느냐에 따라 전체적인 판도를 가늠해볼 수 있다.

스마트폰 사업은 나름대로의 성과를 거둔 반면 TV와 생활가전 등은 불안요소가 늘어났다. 우선 TV를 담당하는 홈엔터테인먼트(HE)사업본부는 매출 4조7104억원, 영업이익 1305억원으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전년 동기 대비 큰 차이가 없다. 하반기 계절적 성수기가 걸려 있어 4분기 실적도 꾸준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내년 이후다. LG전자는 현재 울트라HD(UHD) TV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를 적극적으로 밀고 있다. 하지만 UHD TV는 갈수록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TCL, 하이센스, 하이얼, 창홍, 콩카, 스카이워스로 대표되는 중국 6대 TV 업체의 영향력이 상당하다. 당장 이들 업체가 LG전자에게 큰 위협으로 작용하지는 않겠지만 지속적으로 ASP를 감소시키는 원인을 제공할 것이 분명하다.

UHD 이후의 성장 동력은 퀀텀닷(Quantum Dot, QD) 기술이 적용된 액정표시장치(LCD) TV다. LG전자도 여기에 동참해야 하는데 이럴 경우 OLED TV와의 차별화가 쉽지 않다. QD TV는 OLED TV 비슷한 수준의 색재현율을 구현하는 것이 가능하다. 색재현율이 화질을 결정하는 한 가지 요소이고 OLED TV가 응답속도, 명암비, 시야각 등에서 LCD TV보다 우위에 있다는 점은 감안할 필요가 있다. 다만 이제까지 OLED TV의 가장 큰 장점으로 내세운 것이 색재현율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경쟁력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LCD TV가 가격이 저렴하다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LG전자 입장에서 QD TV와 OLED TV가 동일선상에서 비교된다는 것 자체가 불합리하다고 볼 수 있다. 기술 기반이 완전히 달라서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OLED TV 사업에 시큰둥한 상황이고 QD TV에 전력을 기울일 것이 확실시 되고 있어 중간에서 협공을 받는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도 있다. QD TV, OLED TV가 서로 상처를 주지 않고 모두 끌고 가야만 하는 숙제가 던져졌다.

생활가전 사업은 갈수록 하락하는 영업이익률이 골치다. 오는 2015년 전 세계 생활가전 시장 1위 달성을 위해 영업이익률 하락을 감내하면서까지 매출 확대를 노린 것 치고는 성적표가 신통치 않다. 3분기 매출(2조9115억원)과 영업이익(518억원)이 모두 전분기는 물론 전년 동기 대비 하락했다. 이에 대해 LG전자는 주요 시장인 북미에서의 경쟁심화와 환율 영향 등을 원인으로 꼽고 있으나 지속된 원가절감, 제품 믹스와 공급망관리(SCM) 개선에도 불구하고 1%대까지 떨어진 영업이익률을 끌어올릴 묘책이 딱히 없다.

외부 불안요인이 늘어난 것도 변수다. 얼마 전에는 제너럴일렉트로닉스(GE)와 지멘스가 생활가전사업부를 각각 일렉트로룩스, 보쉬에 매각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LG전자는 2015년 전 세계 생활가전 1위 목표를 내걸었는데 어떤 기준으로 달성 여부를 내세워야할지 결정이 쉽지 않다.

매출이라면 2015년 1위 달성은 사실상 어렵다. GE만 하더라도 2013년 기준 전 세계 생활가전 매출이 188억달러(한화 약 19조6000억원)로 1위에 올랐는데 여기에 일렉트로룩스는 같은 기간 동안 135억달러(13조8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해서다. 둘을 더하면 삼성전자(166억달러), LG전자(160억달러)를 넘어선다.

1위 달성 여부는 차지하고서라고 생활가전 사업은 날로 치열해지는 경쟁과 지역별 차별화, 환율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을 수 있는 프리미엄 위주의 전략이 언제부터 효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평가받는 스마트홈은 당장 수익성에 도움이 된다고 말하기 어렵지만 플랫폼과 서비스 개념이 포괄적으로 적용되므로 언제 어떻게 시장 판도가 급변할지 가늠하기 어렵다. 인내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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