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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삼성그룹 불확실성 해소…초읽기 들어간 삼성SDS 상장

박기록

[기획/새로운 도약, 삼성SDS 상장(1)] 상장의 의미와 삼성그룹에 미치는 의미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시장의 뜨거운 관심을 받아왔던 삼성SDS의 거래소 상장(上場)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오는 14일, 공식 상장되는 삼성SDS는 상장 직후 시가총액이 12조~14조원 대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가총액 규모면에선 단숨에 국내 10위권 이내 진입이 유력하다. 주가가 현재의 장외시장 수준인

주당 35만원대로 갈 경우 주가총액은 27조원대로 치솟을 전망이다.

최근 국내 주식시장이 삼성전자 등 주요 제조업체들의 실적악화와 함께 일본 엔(円)화의 양적완화 후폭풍으로 인한 수출채산성 악화 등 대내외 악재들이 돌출된 상황이지만 삼성SDS 상장은 이같은 침체된 시장의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대형 호재로 받아들여진다.

삼성SDS는 5일부터 이틀간의 일정으로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전체 지분중 20%(121만9921주)에 대한 공모주 청약에 본격 착수했다. 공모가는 장외시장 주가의 약 60% 수준인 주당 19만원으로 정해졌다. 증권가에서 공모주 청약 경쟁률이 최소 200대 1이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삼성SDS의 상장이 주목받는 이유는 매력적인 공모가 때문이 아니다. 무엇보다 삼성SDS의 상장을 계기로 삼성그룹 전반의 물리적, 화학적 변화가 급격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이와함께 “삼성SDS의 상장으로 삼성그룹을 둘러싼 여러 현안들에 대한 불확실성이 제거된다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적지않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최근 삼성전자의 실적악화 때문에 삼성그룹 전체에 대한 불확실성이 시장에서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5월 삼성SDS의 연내 상장 결정이 내려진 이후 ▲향후 지주회사 중심의 삼성그룹 사업구조 개편 ▲이재용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삼성의 3세 경영권 승계 ▲헬스케어, IoT(사물인터넷)를 비롯한 삼성의 미래 혁신 동력의 확보 시나리오들이 이전보다 세밀하게 다듬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이건희 회장의 장기 경영권 부재 상황과 맞물리면서 삼성SDS의 상장은 ‘이재용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의미로 격상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최근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 주석을 면담하는 등 삼성그룹의 대소사를 꼼꼼히 챙기는 실질적인 오너로서의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삼성SDS 상장, 삼성그룹 사업구조 개편에 어떤 역할? = 기존 순환출자 방식을 끊기위한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는 이미 오래전부터 다양한 형태로 제기됐다. 그러나 아직까지 시나리오만 무성할뿐 여전히 방향성은 안개속이다.

당초 시장에선 지주회사 방식이 유력한 것으로 점쳐졌으나 최근에는 지주회사 전환에 따른 법적, 제도적 미비를 이유로 ‘지주회사 회의론’이 비교적 설득력있게 제기된 바 있다. 삼성금융 계열사의 지배구조 개편과 밀접하게 연관된 중간금융지주회사 허용도 아직 공정거래법 개정이 이뤄지지않은 상황이다.

물론 여러가지 정황을 종합해볼때 현실적으로는 삼성전자를 지주회사(Holdings)와 사업회사로 분할해서 삼성의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방식이 여전히 가능성면에서 유력하다. 이것이 현실적으로 큰 출혈없이 오너 일가의 삼성그룹 지배력을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방식이란 평가가 높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SDS의 주요 주주구성을 보면 이재용 부회장이 11.25%,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사장이 각각 3.9%를 보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삼성 지주회사(가칭)와 삼성SDS의 지분 스왑(교환), 또는 그룹 계열분리 또는 합병시 지배구조 개편차원에서 삼성SDS의 오너 일가 보유지분을 통한 현물 출자가 적극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처럼 삼성SDS가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적극적인 역할을 하기위해서는 당연히 주가가 높을수록 유리하다.

◆경영승계 비용?... 현금화 가능성은 적어 = 그동안 시장에선 삼성SDS의 상장을 통해 이건희 회장의 세 자녀가 상속비용을 마련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이 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3.38%)및 삼성생명(20.76%)의 지분을 세자녀가 상속받게될 경우 약 5조원대의 상속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현재 장외시장 주가를 기준으로 할 때, 세자녀의 삼성SDS 지분 가치를 합산할 경우 상속비용을 충분히 커버하는 수준으로 평가된다. 삼성SDS의 상장으로 3세 경영승계 비용과 관련한 불확실성은 해소됐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다만 시장에선 삼성SDS 상장이후 상속비용을 확보하기 위해 당장 지분을 매각해 현금화할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지분을 매각하지 않고도 그룹의 지배구조를 안정적으로 가져가면서 주식 담보 등을 통해 상속비용을 조달할 수 방안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경영승계 비용을 마련하는 것 역시도 삼성SDS의 주가 수준이 높을수록 삼성측에는 유리하다.

◆“미래 혁신동력 확보에 박차”…상장의 또 다른 이유 = 지난 5월, 삼성SDS는 예상을 깨고 연내 상장을 전격적으로 결정하면서 “규제 중심의 국내시장 한계를 극복하고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해 글로벌 ICT서비스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실제로 삼성SDS의 상장과 관련, 3세 경영승계의 관점이 유효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상장을 통한 삼성그룹의 미래 혁신 동력의 확보도 매우 중요한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삼성SDS는 오래전부터 새로운 수익사업 발굴을 강화해왔다. IT서비스부문을 사업적측면에서 봤을때, 이미 국내 ICT시장은 포화 상태다. 이와함께 2013년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간 소프트웨어(SW)산업진흥법과 같은 강력한 대기업 규제의 여파로 질적 성장이 한계에 봉착한 상황이다. 이같은 사업 포트폴리오의 한계를 극복하기위해 삼성SDS는 클라우드,빅 데이터, IoT, 헬스케어 등을 주요 신사업 분야로 꼽고 있으며, 관련하여 지난 3~4년간 적지않은 국내외업체를 M&A(인수합병)하는데 적극적으로 나섰다.

시장의 관심이 높은 헬스케어서비스의 경우, 삼성SDS는 병원의료정보시스템 분야에서의 경쟁력을 앞세워 시장 확대에 나설 방침이다. 이와함께 ‘일감 몰아주기’와 같은 규제 리스크를 극복하기 위해 해외 IT사업 비중을 높여 지난해에는 IT서비스 분야의 매출 실적중 44%가 해외에서 이뤄졌다.

물론 해외 IT서비스 사업분야의 역량 확대와 함께 ‘물류 BPO’(비즈니스 프로세스 아웃소싱)와 같은 ‘비 IT 사업’ 분야에서의 급격한 외형 확대도 주목할만하다.

특히 삼성SDS가 전사차원에서 주력하고 있는 ‘물류 BPO’ 사업의 경우 지난 2011년 본격화한 이후 2013년 1조8000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올해 상반기에만 1조1000억원대의 매출을 기록했다. 현재 연간 5조원대로 추산되는 삼성그룹의 글로벌 물류서비스 규모를 고려했을때 삼성SDS는 향후 2~3년내에 안정적으로 삼성그룹의 물량을 바탕으로 물류 BPO 사업 역량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IT서비스업계의 대형사인 SK C&C가 IT서비스사업 이외에 중고차중개사업인 엔카서비스를 통해 최근 1~2년간 외형을 크게 늘리고 있다. 이같은 대형 IT서비스업체들의 외형경쟁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단 매출구조로만 본다면 더 이상 순수한 IT서비스업체로 분류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업의 본질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우려가 없지 않다. 하지만 글로벌 ICT기업으로 성장하고 동시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위해서는 확실한 캐시카우가 필요하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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