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방에서 핵심으로’… 그룹내 위상 변화하는 IT서비스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국내 그룹사 소속 IT서비스업체들의 위상이 변하고 있다. 그동안 그룹사 SI(시스템통합) 또는 IT 유지보수 물량에 의존해왔던 것에서 탈피해 이제는 그룹의 핵심사업을 주도하거나 그룹 지배 구조를 조정하는 콘트롤 타워(Control Tower)로 지위가 빠르게 격상되고 있다.
더구나 대형 IT서비스업체들은 기존 IT서비스기업이란 정체성에서 탈피해 물류, 유통, 중고차매매 등으로 확장하며 외형도 크게 넓히고 있다. IT서비스업체들마다 상황은 다르지만, 일부 업체들의 경우 매출 규모가 향후 3년내 현재보다 2~3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론 이러한 그룹사 IT서비스업체들의 지위 상승은 그룹사 2, 3세들의 경영 승계 시기의 가교 역할에 힘입은 것으로, 아직은 자체 경쟁력 축적을 통한 지위 상승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비판도 동시에 수반된다.
◆“오너와 동일시, 지나친 관심은 부담”= 실제로 IT서비스업계 전문가들은 그룹 2, 3세 오너의 영향력이 크다는 점은 IT서비스업체의 입장에선 시장의 반응에 과도하게 노출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오히려 장점보다는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단순한 주가의 등락이 자칫 오너의 경영능력으로 시장에 비춰질 경우, 회사는 미래에 대한 과감한 투자보다는 실적에 급급할 수 있기때문이다.
실제로 SK C&C가 중고차매매서비스를 추가했을때, 외형확대를 위해 기존 IT서비스 관련 사업과는 다소 동떨어진 분야에 진출한 사실을 들어 시장 일각에서는 ‘업의 본질을 벗어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시장의 지나친 관심이 오히려 업체들에게는 부담이라는 지적이다.
삼성SDS의 경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분 11.25%(870만4312주)로 최대 주주이고, SK C&C의 최대주주인 최태원 회장의 경우 보유지분을 그동안 몇차레 매각했음에도 현재 33.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높아진 위상, IT서비스업계에 긍정적 에너지=하지만 이같은 일각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삼성SDS, SK C&C 등 대형 IT서비스업체들의 성공적인 기업공개는 전반적으로 국내 IT서비스업계의 향후 진로에 긍정적인 모멘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증권가에서도 IT서비스를 이제는 하나의 산업 카테고리로 격상시켜 분석하고 있다. 기업공개를 통해 원활하게 자금을 조달, 기업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면 IT서비스업계의 사업 포트폴리오에도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전망이다.
삼성SDS는 지난 11일 상장을 통해, 단숨에 시가총액 6위 기업으로 부상했다. 상장 이후 IT서비스라는 산업을 대표하는 업체로 자리매김한 삼성SDS는 해외사업 및 신사업 개척 등 성장 동력 모색에 고삐를 죌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비상장사로서 시장 전략과 로드맵에 대해서 노출이 적었지만 상장을 통해 앞으로의 비전과 전략이 투명하게 드러나게 될 것으로 보여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게 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삼성그룹에서 시가총액으로 삼성전자 바로 아래 위치하게 됨으로서 그동안 삼성그룹의 IT지원을 전담해 온 주력 사업모델이 보다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IT서비스업체는 그룹의 IT인프라 구축과 같은 그룹 계열사 발주 사업에 매출을 의존해 왔기 때문에 그룹사와는 ‘갑’과 ‘을’의 관계가 형성돼 있었다. IT서비스 업체가 그룹사 매출을 ‘0’으로 줄이지 않는 한 이러한 ‘갑, 을’ 관계는 변하지 않는다. 다만 IT서비스 업체가 그룹 내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달라지는 만큼 임직원들의 사기와 사업 형태에도 어느 정도 변화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앞선 상장으로 IT서비스 업계 대표주로 지목되던 SK C&C도 연이은 인수합병으로 그룹 내 위상이 달라졌다. SK엔카 합병으로 매출 개선이라는 이득을 본 SK C&C는 독자적으로 통신 인프라 관련 해외 시장을 노크하는 등 전과는 다른 영업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통신 인프라 시장의 해외 개척에 있어 SK C&C가 SK텔레콤과 협력 모델을 기반으로 한 전략을 펼쳤다면 이제는 독자 시장 개척이 가능할 정도로 기술과 시장 전략을 가지고 가고 있다는 관측이다.
여기에 최근 홍콩계 업체 ISD테크놀로지의 메모리 반도체 모듈 사업을 인수하는 등 이른바 수익이 보장된 사업에 대한 그룹 내 지분을 늘려나가는 추세다.
지난해 한화에너지를 인수하면서 덩치를 키운 한화S&C도 그룹 내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 에너지 사업은 한화그룹 내에서도 미래 수종사업으로 꼽히고 있는데 이를 IT서비스 업체인 한화S&C가 인수한 것. 여기에 한화S&C는 최근 미래전략본부를 신설하고 신사업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LIG시스템도 LIG그룹의 양대 축으로 발전하고 있다. LIG손해보험 매각으로 LIG그룹은 LIG넥스원과 LIG시스템 양대 축을 기반으로 성장을 모색하고 있다. 국방과 IT라는 시장을 바탕으로 새로운 성장을 모색해 나가겠다는 것.
이르면 내년 초 상장이 예측되고 있는 롯데정보통신도 현대정보통신과 합병을 통해 덩치를 키우게 되면 그룹에서의 존재감이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한 IT서비스업체 관계자는 “그룹 계열사와 IT서비스업체는 발주자와 수주자라는 관계 때문에 갑과 을의 관계가 형성됐다. 이에 따라 그룹 공채로 IT서비스업체에 들어온 직원이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끼는 경우가 있었다”며 “하지만 최근 그룹내 위상 변화는 내부 임직원들의 사기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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