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신년기획②] ‘한국형 핀테크’ 서비스 모델 정착될까?

이상일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2014년 하반기부터 금융권과 IT업계의 화두로 급부상한 핀테크(FinTech)는 올해부터 본격적인 성장기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일단 금융당국의 뒷받침이 확실하다. 작년 말 금융당국은 핀테크 시장 활성화를 위해 규제 완화에 적극 나섰고 ‘핀테크 금융지원센터’를 개통하기도 했다. 이처럼 금융당국이 특정 산업을 직접 육성해보겠다고 나선 것은 유례없는 일로 평가된다.

IT업체들 역시 협의회 등 협·단체를 조직해 공동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금융감독원과는 IT융합 협의회를 통해 정부와 기업 간 의견조율 창구를 마련했으며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조치에 따라 시장 창출에 적극 나서기도 했다.

또 PG(지급결제), 금융보안업체, 비 금융기업들이 새로운 핀테크 시장 공략을 위해 전담 조직을 구성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금융, 비금융 업체 핀테크 시장 진출 나서=은행도 핀테크 전담조직을 구성해 핀테크 시장 직접 진출을 가시화했다. 기업은행, 신한은행 등이 핀테크 사업을 위한 조직 구성을 준비, 또는 완료하고 본격적으로 시장에 뛰어들 준비에 나섰다.

이처럼 지난해 하반기 민·관에서 핀테크 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책과 서비스 모델 발굴에 나섰다면 올해는 이러한 준비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핀테크 시장 창출에 민·관이 일치 단결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우리나라의 핀테크 시장은 미국과 중국 등 다른 나라의 전개 방식과는 다른 모델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미국의 경우 은행 간 송금 및 결제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아 이를 중개하는 역할을 하는 금융서비스업체들이 시장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었다. ‘페이팔(PayPal)’과 같은 결제업체들이 성장할 수 있었던 요인도 이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의 경우는 미국과 우리나라와 달리 지급결제 인프라와 신용카드 결제 인프라가 발전하지 않았기 때문에 특정 업체가 토털 솔루션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핀테크 시장이 진화하고 있다. 시장 기반이 약한 만큼 대형 업체가 주도하는 지급결제 모델이 각광받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강력한 지급결제시스템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은행과 카드사 등 기존 금융사를 배제한 사업 모델을 수립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제 시장에 있어 세계에서 유례없을 정도로 발전해 있는 카드결제 모델과 은행간 송금 시스템 때문에 핀테크로 인한 편의성을 고객이 느끼기에는 아직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형 핀테크 출현에 관심=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국내의 경우 금융-IT기업 간 협력을 기본으로 한 ‘한국형 핀테크’가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중국의 경우처럼 대기업이 은행부터 전자금융결제 서비스까지 아우르는 ‘종합 공급자’ 형태의 업체가 나오기 힘들고 미국과 같이 ‘애플’이나 ‘구글’과 같은 IT기업 기반의 금융서비스가 독자 생존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에서 본격적인 핀테크 시장에 발을 디딘 다음카카오가 ‘뱅크월렛카카오’ 서비스 출시를 위해 가장 신경 쓴 것은 기존 금융사와의 제휴였다. 다음카카오 이석우 대표는 지난해 하반기 한국은행이 주최한 금융사 대상 지급결제 세미나에서 발표를 자청할 정도로 기존 금융사들에 대한 구애에 매달렸다.

은행들과의 협상이 지지부진해 지면서 서비스 론칭 시기도 다소 늦어질 수 밖에 없었다. 문제는 앞으로도 이러한 IT기업 위주의 핀테크 사업이 진행될 경우 협상 과정에서 서비스 론칭 시기를 놓칠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반대로 은행, 카드사들과 비 금융업체들의 합종연횡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경우 우리나라만의 독자적인 핀테크 모델이 성숙될 가능성도 높다. 무엇보다 발전된 결제 인프라를 바탕으로 보다 혁신적인 핀테크 모델 개발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것.

IT업계의 한 관계자는 “카드 결제의 편의성 때문에 오프라인 결제에 있어서 우리나라 만큼 지급결제가 편한 곳은 없는 상황”이라며 “여기서 더욱 편의성을 강화하고 혁신적인 모델을 발굴해 낼 수 있다면 세계 시장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이어지고 있는 보안 사고 역시 이러한 핀테크 시장 활성화에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해 12월 한수원 내부자료 유출 등 금융과 공공을 막론하고 내부정보 보안은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모바일과 온라인에서 오고가는 정보를 통해 발전해 나가는 ‘핀테크’는 보안에 허점이 생길 경우 그 여파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핀테크 특성상 빅데이터 분석과 클라우드 컴퓨팅 등 IT신기술과 접목 가능성이 높은데 빅데이터와 클라우드 컴퓨팅 모두 보안에 대한 위협을 내포하고 있는 만큼 편의성과 보안성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가 핀테크 성공의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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