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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 부정당업자제재로 공공망 사업 제동, 중소업체들 ‘울상’

이유지

- 경기지방경찰청 ‘초고속 광대역 정보통신망 구축 사업’ 긴급입찰 추진 논란

[디지털데일리 이유지기자] KT가 부정당업자 처분을 받아 정부·공공사업 입찰에 제한을 받으면서 공공 정보통신망 고도화 사업이 잇달아 차질을 빚고 있다.

더욱이 제재 처분이 확정되기 전에 발주돼 상당히 진척되던 사업이 백지화돼 원점에서 재추진되면서 협력사로 사업에 참여했던 여러 중소 통신·보안장비 제조업체와 협력사가 큰 피해를 보게 됐다.

이와 연관해 현재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공공 사업은 경기지방경찰청 ‘초고속 광대역 정보통신망 구축’ 사업이다.

경기지방경찰청은 지난 9일 인천지방조달청을 통해 이 사업 사전규격을 공개했다. 긴급입찰로 추진되면서 관련업체들은 큰 손실을 감수하게 생겼다며 울상 짓고 있다.

182억원 규모의 이 사업은 지난해 상반기에 발주, 6월 말에 KT가 사업자로 선정돼 계약과 착수보고회까지 이뤄졌다. 하지만 국방부가 부정당업자로 지정한 것에 대해 KT가 법원에 제기한 가처분신청이 기각되면서 이 사업은 나중에 인천지방조달청으로부터 계약무효 처분을 받았다. 이와 관련 제재는 지난해 6월 27일부터 적용됐다.

광 전송, 스위치, 보안 장비 등이 다량 공급되는 이 사업은 KT와 함께 많은 중소기업들이 협력하고 있다. 사업에 참여하기로 돼 있던 기업들은 이미 많은 인력과 시간을 투입해 현장실사를 마쳤고 사업에 필요한 장비도 80% 이상 생산을 완료했다는 게 업체들의 설명이다.

이 상태에서 사업에 참여하지 못할 경우 업체들이 크게 피해 입을 수밖에 없고, 중소업체들은 그 영향을 더욱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관련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 사업에 참여한 한 업체 관계자는 “KT의 부정당업자 제재 처분으로 지난해 사업이 연기된 후 최근 갑자기 사전규격이 공개돼 크게 당황스럽다”며 “이 사업을 수주한 뒤 공급일정에 맞추기 위해 제품 원자재 준비를 마쳤고 제품 생산도 대부분 완료된 상황이다. 지금 사업이 긴급하게 진행되면 사실상 입찰 참여가 불가능해 큰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게 된다. 고스란히 재고로 쌓이게 되고 이를 처리하는 것이 크게 곤란하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 사업의 추진시기를 연기해 달라고 요청하는 상황이다. 이 관계자는 “KT가 부정당업자로 지정되긴 했지만 LG유플러스도 비슷한 문제로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이 때문에 통신사들이 옥신각신하면서 여러 사업 일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형국이다. 이 상황이라면 모든 통신사가 참여할 수 있을 때 사업을 진행하는게 공정하다”고 지적했다.

한 통신장비 업체 임원도 “입찰 참여 요건에 충족하는 세 개 통신사 가운데 KT의 참여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경기경찰청 통합망 사업만 긴급하게 진행되는지 의아하다. 인천지방경찰청, 전북도청, 강원도청 등 유사사업은 4월 이후로 연기했다”며 “3개 업체보다는 2개 업체간 경쟁강도가 떨어질 것은 분명한데 국민의 소중한 혈세가 낭비되고 최적의 통신망 품질 확보도 불투명해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경기지방경찰청은 긴급 공고 사유로 “현재 운용중인 유선통합망은 2008년 12월 구축됐으며, 장기간 사용에 따른 장비 노후화로 일선 현장(지구대·파출소 등)의 대국민 치안활동을 위한 치안 인프라 장애 발생 예방이 필요”하다면서 “구축 기간이 5개월(시험운영 1개월 포함)이라는 장시간이 소요됨”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이 사업은 지난해 KT가 수주하면서 광 전송 장비는 텔레필드, 스위치는 시스코, 침입방지시스템 등 보안 장비는 윈스 제품이 선정된 바 있다.

현재 관련업계에서는 지난해 KT가 수주했다 중단된 공공 분야 유사사업들이 대부분 4월 이후 재발주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작년 말에는 경기도재난안전본부의 정보통신망 인프라 구축 사업이 긴급하게 추진됐다 특정 통신사 특혜 논란 끝에 연기된 바 있다. 이로 인해 해당 통신사에서 반발하면서 특혜시비 관련 여진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밖에도 올해 추진될 국가재난안전통신망 시범사업도 KT 등 통신사 부정당업자 제재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유지 기자>yj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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