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날개잃은 유선 사업…기가토피아 구원투수 될까?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유선 통신시장의 강자 KT의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반등의 기회는 잡아내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상승세를 이어가던 방송분야도 발목을 잡힐 위기에 처해있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마무리된 KT의 유선부문 실적을 살펴보면 IPTV 등 미디어 분야만 성장세를 유지했을 뿐 주력사업인 초고속인터넷과 집전화 등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특히, 초고속인터넷의 경우 가입자 증대에도 불구하고 결합혜택 확대로 매출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KT의 경우 지난해 5조5383억원의 매출을 유선시장에서 거두었다. 전년에 비해 7.2% 감소했다. 집전화 매출은 전년에 비해 12.5%나 빠졌다. 초고속인터넷의 경우 전년대비 가입자가 6만2000여명 늘었지만 매출은 오히려 0.4% 줄어들었다.
KT는 지난해 유선 부문에서 1조2832억원을 투자했다. 무선 9005억원보다 더 많다. LTE 투자가 상당부분 진행돼 무선 투자가 줄어든 영향도 있지만 유선투자가 무선투자 규모를 역전한 것은 최근 찾아볼 수 없었던 현상이다. 투자가 상당부분 진행된 만큼, 유선 자체나 결합시장에서 성과를 거두어야 한다.
하지만 올해 전망도 썩 밝지는 않다. KT는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유선 매출이 전년대비 11~12% 줄어들 것으로 보았다.
KT는 기가인터넷에 희망을 걸고 있다. KT는 기가인터넷 기반시설에 총 4조5000억원을 투자한다. 아직 기가인터넷은 매출 측면에서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다만, 향후 초고화질(UHD)TV 시장을 선점하는 한편, 사물인터넷(IoT) 등 타 산업과의 화학적 융합도 주도할 수 있을 것으로 KT는 기대하고 있다.
기가인터넷 전략이 기대만큼의 성과, 무선과의 시너지를 내지 못할 경우 KT 유선사업 부진은 더욱 심화될 수 있다.
그나마 선전하고 있는 IPTV 등 미디어 분야도 전망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KT 미디어·콘텐츠 수익은 1조5082억원으로 전년대비 11.3% 증가했다. IPTV 가입자는 89만명이나 늘어났다.
하지만 합산규제 법안이 걸림돌이다. KT는 위성방송 자회사인 KT스카이라이프 상품과 결합한 올레TV스카이라이프(OTS)로 수년간 유료방송 시장에서 독주해왔다. 그동안 위성방송은 점유율 규제를 받지 않았지만 합산규제 법안이 통과되면 KT와 KT스카이라이프의 점유율을 합쳐 규제를 받게 된다. 지금 속도라면 2~3년 뒤에는 점유율 상한선인 33%에 도달할 수 있다. 현재로서 유일한 버팀목인 IPTV마저 성장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할 수 있는 것이다.
한편, KT 유선사업이 주춤하고 있는 사이 후발사업자들은 그나마 상승세를 유지했다.
SK브로드밴드는 지난해 2조654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년대비 4.5% 증가했다. 초고속인터넷 영업이나 결합상품 측면에서 SK텔레콤과의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봤다. 초고속인터넷의 경우 KT의 4배 가량인 24만명이나 늘어났다. 연간 순증 1위다. 하지만 비용 등의 증가로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20.5% 감소한 582억원에 머물렀다.
LG유플러스의 유선 매출은 전년대비 3.2% 상승한 3조1574억원으로 집계됐다. 유선 수익은 전년대비 10.1% 증가한 1조3332억원을 달성했다. 연간 수익이 45.6% 성장한 IPTV가 도움이 됐다.
LTE 속도 향상으로 인한 기가인터넷의 가치 감소에 사물인터넷 시장의 더딘 성장, 여기에 유료방송 가입자 정체까지 이어질 경우 KT 유선사업은 턴어라운드는 사실상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기가인터넷 선행투자의 결과가 좋게 이어지고 합산규제 법안 처리가 불발로 끝나거나 유예기간이 늘어날 경우 수년간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KT 유선사업이 턴어라운드 할 가능성도 남아있다.
<채수웅 기자> 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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