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글로벌 e마켓’ 생존, 물류혁신에 달렸다
2014년 9월19일, 세계 금융시장의 이목이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집중됐다. 중국의 최대 전자상거래업체로 급부상한 알리바바(alibaba.com)가 세계 금융시장의 심장인 뉴욕증권거래소에 공식 상장된 것이다. 주당 공모가격 68달러(시가총액 1676억달러)에 상장된 알리바바의 주가는 그해 11월 10일 주당 119달러까지 치솟는 등 시장의 기대에 만족스럽게 부응했다.
올해 1월,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 참석한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은 ‘10년 안에 매출로 월마트를 추월할 것’이라고 호언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유통할인점인 월마트(Wal-mart)의 지난해 매출은 4700억달러다. 물론 알리바바가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지만 아직 외형에서 월마트에 비할건 아니다. 알리바바의 연매출은 130억달러로, 월마트의 3%에 불과하다.
우리가 인터넷 서점으로만 알고 있었던 아마존닷컴(amazon.com)도 전자상거래 부문에서 주목할만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해외직구 규모가 크게 늘어나면서 아마존닷컴이 책뿐만 아니라 각종 생활필수품, 영화/음악등 콘텐츠, 클라우드 저장장치, 태블릿과 휴대폰까지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판매하는 회사로 새롭게 자리잡고 있다. 물론 전자상거래 분야에선 미국의 이베이(ebay.com)도 빼놓을 수 없지만 알리바바, 아마존에 비하면 경쟁에서 뒤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필자가 알리바바와 아마존닷컴을 주목하고, 한편으론 두려워하는 이유는 통신망이 빨라질수록 이들의 장악력이 더욱 커진다는 점 때문이다. 지난 1990년대, 인터넷시대 초창기에는 인터넷을 통해 물건을 산다는 것에 많은 의구심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한 달에 평균 27시간 가량 인터넷을 사용하고. 또 이들 중 80% 가량이 인터넷을 통해 무언가를 구매한다는 통계가 제시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인터넷 상거래의 장점은 여러 가지다. 무엇보다 매장에서 구매하는 것보다 저렴할 뿐만 아니라 구매물품 배달로 시간과 돈이 절약되고, 또한 오프라인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다양한 제품까지 풍부한 비주얼을 통해 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단점도 있다. 구매즉시 물건을 가질 수 없다는 점이다. 인간의 소유욕을 ‘즉시’ 만족시키지 못하는 것은 치명적(?)인 약점이다. 이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현재 글로벌 인터넷 상거래 업체들은 배송시간 단축에 경쟁적으로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현재 인터넷 전자상거래 시장 경쟁의 핫 이슈는 ‘물류 혁신’이다.
물류 혁신과 관련해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곳은 제프 베조스가 이끄는 아마존닷컴이다. 아시다시피 미국은 물건을 사려면 고객이 자동차로 이동해야한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배달 서비스를 기대할 수 없다. 이런 환경 때문에 자연스럽게 인터넷 구매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마존닷컴은 주문한 상품을 2일 이내에 고객이 받아볼 수 있는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고객이 연회비 99달러짜리 프라임 서비스를 신청하면 이것이 가능하다. 최근 아마존닷컴측은 “프라임서비스를 통한 주문건수가 전년대비 10배에 달했으며 스마트폰을 통한 고객 비율이 60%가 넘는다”고 밝혀 이 서비스가 실효성이 있음을 입증했다.
아마존닷컴은 여기에 총알배송을 위해 뉴욕시 맨하탄 지역에서 자전거 배달 업체들을 활용해 1시간내에 배송하는 프라임 나우(PRIME NOW) 시범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여기에 무인항공기로 시간과 거리에 제약 없이 빠르게 배송하기 위해 드론(dron) 택배기사를 모집하고 있다.
한편 미국 인터넷 최대 검색 업체인 구글도 43개 업체의 점포가 개설된 구글 익스프레스(GOOLE EXPRESS)서비스를 2013년 가을부터 시작했다. 연회비 95달러를 내고 가입하면 1회 주문비용이 15달러 이상일 경우 무료 배송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유통 공룡인 월마트도 전자상거래 업체에 대응하기 위해 물건 사러 매장에 오는 손님을 배달원으로 활용하는 고객 배송원제를 2013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렇듯이 인터넷 상거래의 가장 핵심 경쟁력인 배달 속도, 즉 ‘물류혁신’에서 갈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최단 시간 내에 제품을 소비자에게 배송키는 것에 관련 기업들이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에 국내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외국에 비해 인터넷 상거래를 좀 등한시 하는 것 같다. 그렇다보니 배송시스템도 여전히 몇 년째 ‘택배’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게 사실이다. 드론과 같은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대응하고 있는 세계적인 글로벌 인터넷 전자상거래 업체들과 경쟁하려면 빠른 배송시스템 구축에 많은 투자와 시간, 그리고 운영의 노하우가 필요하다. 기존처럼 배달을 위탁 줄수도 있지만 그만큼 경쟁사 대비 물류비용 증대로 가격 경쟁력도 떨어지고 배송 책임에 따른 소비자 신뢰도로 떨어질 것이다.
인터넷 상거래는 국가간의 경계를 급속도로 붕괴시키고 있다. 우리 나라도 해외직구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특히 통신망은 더 빨라지고 스마트폰 사용자가 급증하며 모든 구매가 손안에서 일어날 것이다. 앞으로는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서비스가 고도화된 인터넷 상거래를 준비하지 않으면 소멸 될 것이다. 모바일 상거래는 매장보다 더 중요한 유통채널이 되고 있다. 한마디로 유통체제가 급격히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바뀌는 것이다.
이럴 경우 우리가 만든 제품을 어떻게 하면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고객에게 배달해 주는냐가 사업의 관건이 될 것이다. 이에 대응하지 못하는 제조업체들은 단순 제조가공 하청업체로 전락할 수 있는 위기상황인 것이다. 미래 트랜드를 읽지 못하고 준비하지 못하는 기업은 소멸될 수밖에 없다.
이경주 (주)허브원 의장(전 삼성전자 전무) kyungjulee202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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