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기업 임원 출신들 재취업에 성공하려면
“요즘은 대기업 임원 출신들 인기없어요. 몇 년 전만 해도 중소, 중견기업들이 대기업 임원출신을 영입하려고 많이 찾았는데 지금은 선호하지 않아요.”
14년간 헤드헌팅 업체를 운영해온 모 대표로부터 최근 전해들은 얘기다. 여러 가지 공감되는 부분도 있고, 많은 생각을 하게됐다. 물론 일부 사례만으로 일반화시킬 수는 없겠지만 몇 가지 이유를 듣고 보니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이 적지 않았다.
첫째, 대기업 임원출신들이 고자세이고 영입하려는 회사를 얕잡아 보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훌륭한 경험과 스팩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고용될 회사를 우습게 본다면 어느 고용주가 채용하고 싶을까.
둘째, 회사에 취업한 후에도 문화적인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대기업과 비교해 모든 여건이 부족한 중소, 중견기업의 경우, 오너가 거의 모든 일을 다 해야 하는 체제다. 하지만 대기업 임원 출신들은 밑에 조직력이 없으면 일을 잘 못한다는 것이다. 오히려 함께 일하는 직원들을 대기업 직원과 비교해 자질이 부족하다는 핀잔을 줘서 조직력을 해치는 사례도 있다는 것이다.
셋째, 조직에 대한 몰입도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받는다. 자신이 속한 회사에 대해 홍보 및 영업을 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과거 자신이 다녔던 회사나 자신 업적만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넷째, 대기업에 다닐 때처럼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단순 소일거리로 용돈이나 벌겠다는 마인드로 회사를 다니면서 대우 받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중견기업은 하루하루가 전쟁터이고 생존을 걸고 뛴다. 이런 상황을 대기업 임원출신은 너무나 먼 남의 이야기로만 생각한다는 것이다.
결국 대기업 임원 출신들이 재취업에 성공하려면 우선 자신을 낮추고 겸손해지는 교육이 선행돼야 한다는 게 헤드헌팅회사 대표의 조언이다.
고도성장기의 대기업 임원들은 가정도 본인도 잊어버리고 청춘을 보냈으며 치열하게 살아왔던 사람들이다. 다녔던 회사가 마치 자기회사인양 최면상태에서 살아온 사람들이다. 그런 주인의식이 없었다면 어떻게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 그 어렵다는 임원 반열에 올라갔을까.
그러기에 평생을 바쳐 다녔던 회사에서 퇴직하면 배신감마저 느끼고, 미처 은퇴 준비를 하지 못한 임원들은 우울증에 빠지는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에선 대부분 50대 후반부터 은퇴가 시작된다. 평균 수명의 연장으로, 은퇴후 20년 이상은 충분히 활동할 수 있으므로 인생 2막을 잘 설계해야 한다.
인생1 막은 국가와 회사, 가족을 위해서 일했다면 인생 2막은 자기 자신을 위해서 살았으면 한다.
만약에 재취업을 원한다면 헤드헌팅회사 대표의 조언대로 자신을 낮추고 사회의 요구를 읽고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지금은 일자리가 부족한 상황이므로 재취업이 쉽지 않을 것이다.
중견기업에서 대기업 임원출신들을 채용하려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글로벌 회사로 도약하기 위해서 또는 대기업과의 네트워크 구축을 원하거나 대기업의 경영노하우를 전수 받고 싶어서일 수도 있다. 대기업 임원 출신들은 그런 중견기업의 니즈(needs)에 맞추어 준비하면 될 것이다,
대기업 임원 출신들은 국가의 무형자산이다. 이들이 가진 평균 30여 년간의 경험과 자질을 그냥 방치하고 사장시킨다면 이는 국가적으로 커다란 손실이다.
이제 우리나라도 고령화 국가로 진입하고 있다. 고령인구가 후손들에게 짐이 되면 안 될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 대기업들도 이제는 회사를 위해 평생을 바친 임직원들이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인생 2막에 대한 사전교육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각 기업들이 은퇴하는 임직원들을 사회에 잘 안착시키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도록 기업들을 지원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면 좋겠다. 고령화에 대한 대책을 기업만이 떠안기에는 부담이 크다.
대기업 임원 출신들이 가지고 있는 지식과 풍부한 경험을 접목시킴으로써 중소, 중견기업의 경쟁력이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으면 좋겠다. 그것이 갈수록 격차가 커지고 있는 대기업과 중소, 중견기업간의 간극을 좁히는 또 다른 상생모델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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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브원 이경주 의장(전 삼성전자 전무)>kyungjulee202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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