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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세탁기 파손 논란’ LG전자가 사과하면 끝날 일

이수환

[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이제 온 국민이 다 아는 일이 됐다. 작년 9월 독일 베를린에서 발생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세탁기 파손 논란’ 말이다. 그만큼 사건이 커졌고 두 기업의 반응과 일거수일투족이 관심사로 떠오를 정도가 됐다.

애초에 이렇게 시끌벅적할 이유가 없었다. 처음부터 LG전자가 공개된 장소에서 삼성전자가 세탁기를 건드리지 않으면 될 일이었다. LG전자는 ‘고의성’이 없고 불순한 의도가 있었다면 계획적으로 발각되지 않을 사람과 방법을 모색했다고 주장하지만, 그렇다고 삼성전자 세탁기에 손을 댔다는 사실이 변하지는 않는다.

더구나 LG전자는 ‘예상치 못하게 특정업체(삼성전자) 제품만 유독 손상되는 현상이 발생’했다고 밝힌바 있다. 당시에 제품에 손상이 가해진 것을 이미 알았다는 얘기다. 쉽게 말해 손상 여부를 현장에서 임직원이 인지하고 파악했다는 의미다. 그러니 매장(자툰) 직원이 경찰을 부른 것이다. 이후 LG전자는 매장 측과 원만한 합의를 했다. 폐쇄회로TV(CCTV) 영상을 확인한 뒤 혐의를 인정하고 파손된 세탁기 4대를 구입하고 일을 마무리했다.

문제는 상황의 특수성이다. 당시는 ‘IFA2014’ 기간이었다. IFA가 어떤 전시회인가. 생활가전 본고장 유럽에서 열리는 최대 전시회다. 당연히 유럽 주요 거래선이 베를린을 찾고 매장도 살펴본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삼성전자는 사업에 대한 의지를 내비치기 위해 자툰에 추가로 전시대를 더 설치하기도 했다.

그런데 경쟁사 수장인 조성진 사장을 비롯한 임직원뿐 아니라 베를린 경찰까지 출동한 일이 발생했으니 그냥 넘어가기 어려웠을 터다. 전시회 기간, 거래선 방문 등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이때 사과와 같이 책임 있는 행동을 보였다면 일이 커지지 않았다.

이런데도 LG전자는 ‘고의성이 없는 품질 테스트’, ‘예상치 못하게 특정업체 제품만 유독 손상’이라고 말하니 적반하장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입장 바꿔 국내에서 다른 경쟁사가 LG전자 대리점에서 같은 행동을 하다가 일반적인 테스트 활동이었다고 해명하면 순순히 넘어갔을까 궁금하다.

삼성전자 세탁기 신뢰성에 의구심을 품는 시선이 늘어났다는 점도 답답할 것이다. 만에 하나 제품에 문제가 있었다면 자툰에서 먼저 불만이 커졌을 것이다.(해당 제품은 사건 발생 3개월 전부터 판매) 제품이 이렇게 쉽게 망가진다면 삼성전자 세탁기를 대놓고 팔 이유가 없다. 판매된 제품은 애프터서비스(AS)로 난리가 났어야 한다.

이제 이 사건은 이미 법정으로 넘어갔다. 루비콘 강을 건너고 말았다. 기왕 이렇게 된 일이니 사법부가 빠른 시일 내에 시시비비를 가렸으면 한다. CCTV 영상을 추가로 공개하거나 해명 자료를 내놓는 것보다 이게 더 낫다. 세계 시장을 두고 경쟁하는 두 기업이 이런 다툼을 오래 끌고 가는 것은 좋지 않다. 그러니 더 날카롭고 공정하게 사법부가 나서야 한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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