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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통법 버리고 완전자급제?…소비자 부담·불편 커질수도

채수웅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단말기 완전자급제법률안이 발의된 가운데 법 적용 여부에 따라 이동통신 시장이 크게 요동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병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발의한 단말기자급제는 현행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폐지를 전제로 하고 있다. 단말기를 유통하고 있는 이동통신 유통점과 단말기 제조사는 더 이상 단말기를 판매할 수 없다.

전 의원은 이동통신 단말기와 서비스의 결합판매가 보조금 차별지급, 과도한 통신비 부담의 원인이라며 단말기자급제가 해결방안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동통신 업계나 정부에서는 신중한 모양새다. 오히려 이용자 부담을 증가시킬 수 있고 산업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단말기 판매·서비스 분리…이용자 부담 증가할 수도=단말기자급제의 가장 큰 원칙은 서비스와 단말기의 분리다. 이용자는 이통사 대리점이 아닌 전문 판매점에서 단말기를 구매한 뒤 이통사 대리점에서 개통해야 한다.

이통사와 제조사가 단말기 판매에서 제외됨에 따라 이용자의 단말기 구매비용은 오히려 더 상승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통사가 단말기 보조금을 지급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제조사 역시 출고가격을 내리는 것 이외에는 이용자에게 판매 장려금을 지급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단말기 완전자급제는 어느 나라에서도 보기 힘든 구조”라며 “이통사와 제조사가 공동으로 고가 단말기를 싸게 할 수 있었지만 오픈마켓에서 같은 수준의 효과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즉, 이통사 지원금이 사라지기 때문에 이용자들의 단말기 구매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구형 단말기나 제조사가 재고를 털기 위해 출고가격을 낮추는 경우는 그나마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겠지만 이 역시 이통사의 지원금이 없기 때문에 현재의 약정에 근거한 단말기 가격 수준에 맞추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고가 단말기의 경우 애플 등 일부 모델에만 국한되고 나머지는 구형, 중고 단말기 판매가 늘어날 수 있다"며 "이통사와 제조사의 담합을 막을 수는 있겠지만 또 다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고 덧붙였다.

단말기 매출 감소·유통점 혼란 가중=이통사의 경우 보조금 지출이 줄어드는 만큼, 수익성 개선효과가 예상된다. 하지만 그만큼의 요금인하 압박을 피할 수 없다. 문제는 소비자들이 지원금에 준하는 요금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느냐이다. 단말기마다 지원금은 다른데다 요금인하는 가입자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이통사 입장에서는 보수적일 수 밖에 없다.

여기에 KT나 LG유플러스는 단말기 매출 감소라는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지난해 KT의 단말기 등 상품수익은 3조4606억원이었으며 LG유플러스는 2조6022억원의 단말기 매출을 거두었다. 단말기완전자급제가 시행될 경우 KT와 LG유플러스는 매출감소는 물론, 영업이익도 상당부분 줄어들 수 있다. 특히, LG유플러스 비중이 높은 LG전자 단말기 판매감소 등이 연쇄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이동통신 유통점 역시 단말기 자급제가 달갑지 않다. 사실상 이동통신사들이 지급하는 수수료로 먹고사는데 이통사가 더 이상 단말기 판매를 장려할 수 있는 수단이 사라진 상황에서 유통점들의 입지는 축소될 수 밖에 없다.

전병헌 의원은 "TV판매와 완전히 분리된 유료방송서비스의 경우 월간 평균 부담금액이 10.75달러로 OECD 국가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며 단말기와 이통서비스 분리를 주장했다.

하지만 유료방송의 경우 오히려 지나친 저가화가 문제가 되고 있으며 결합상품 경쟁심화에 따른 것이지 TV판매와는 상관이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부 관계자는 “단말기유통법 효과가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의 유통체계를 완전히 뒤집는 법안이 시행될 경우 오히려 더 큰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며 “단말기 자급률을 높이는 것은 필요하지만 점진적인 확대가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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