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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을 재료로 자유로운 요리를” 농협은행의 도전, ‘오픈 금융 플랫폼’

이상일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은행들이 핀테크 사업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가운데 NH농협은행이 오픈 플랫폼이라는 초강수를 두고 나왔다.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공개를 통해 그동안 폐쇄적으로 운영돼 온 은행 내부시스템의 일부를 공개해 핀테크 기업이 자유롭게 사용하고 활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NH농협은행은 국내 은행 최초로 핀테크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오픈 금융플랫폼’ 도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농협은행 스마트금융부 관계자는 “오픈 플랫폼은 핀테크 기업을 바라보고 추진하는 사업”이라며 “구글이 구글맵 API를 공개해 다양한 맵 서비스가 나오는 것처럼 농협의 금융 API 공개를 통해 다양한 콘텐츠와 서비스를 핀테크 업체가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은행은 지급결제 부분에서 인터넷 뱅킹, 스마트폰 뱅킹과 같은 플랫폼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플랫폼 위에서 고객 자산관리, 기업 자금관리와 같은 부가 서비스가 돌아가게 된다. 예를 들어 현재 은행이 기업에 제공하는 필수 서비스로 자리하고 있는 기업 자금관리서비스(CMS)의 경우 금융 IT전문 기업 웹케시와 같은 업체가 먼저 아이디어를 제안, 은행이 시스템 일부를 열어줘 금융 서비스로 안착한 사례다.

하지만 이러한 사례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은행의 핵심 인프라를 외부에 열어준다는 것에 대해 은행권이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데다 은행의 수익이 인터넷 뱅킹 등 핵심 플랫폼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기존 금융 IT사업을 영위하던 전문업체 외에 신생업체가 금융사에 플랫폼을 열어달라고 하는 것은 사실상 무리가 있었다. 하지만 농협은행이 별도의 오픈 플랫폼을 구축해 일부 시스템공개에 나서면서 은행권의 핵심 비즈니스 모델이 변화의 기로에 서게 될 전망이다.

특히 농협은 오픈 플랫폼을 통해 표준 API를 제공함으로서 핀테크 기업이 빠르고 간편하게 은행 플랫폼을 사용할 수 있게 한다는 전략이다. 국내에서 첫 간편결제 핀테크 서비스로 꼽히는 다음카카오의 ‘뱅크월렛카카오’ 서비스의 경우 다음카카오가 은행에 서비스를 제안하고 이를 각 은행이 검토하고 사업승인이 난 이후 타당성 검토와 보안성 심의 등의 과정을 거쳐야 했다.

또 은행권 전역에 걸쳐 서비스를 하기 위해선 각 은행 간 협력관계 설정이 필수로 이러한 작업 자체에 4~5개월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물론 이는 안정적인 서비스를 위해 은행이 필수적으로 진행해야 하는 프로세스다. 이에 대해 농협은행 관계자는 “복잡한 절차를 표준화한 API로 만들어놓고 핀테크 업체들이 포털에 사업을 신청하면 가능한 구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농협은행 관계자는 “(오픈 플랫폼을 통해)잔액조회, 이체, 선불 및 직불과 관련한 전자화폐 등 다양한 서비스가 개발될 수 있을 것”이라며 “여기 현금IC카드, 신용카드와 관련한 연계 서비스 출현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금융감독당국이 금융사에 대한 감독을 ‘포지티브’ 규제에서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하고 있는 시점에서 농협은행의 움직임은 은행권과 협력업체간 역학관계가 금융당국의 규제 방식과 동일하게 가져가는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네거티브 방식은 금지하는 것을 법안에 나열하고 나머지는 허용하는 규제 방식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예전에는 은행이 지정하는 분야만 적용이 가능했다면 이제는 몇 개의 특정 분야를 제외하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는 방식으로 전환되는 것”이라며 “은행이 재료를 공급하고 핀테크 업체들이 이를 활용해 자유롭게 요리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농협은행은 오픈 금융플랫폼을 올해 말 오픈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현재 제안요청서(RFP) 작업을 추진 중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농협은행이 추진하는 오픈 플랫폼에 대한 개념을 소화할 수 있는 컨설팅 및 IT업체가 없어 RFP 작업이 순탄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첫 도전인 만큼 의미있는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해외사례 등을 참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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