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 단말기유통법은 왜 공공의 적 됐나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이용자 차별을 없앤다던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은 왜 공공의 적이 됐을까.
단말기유통법에 대한 공격이 심상치 않다. 법 시행 초기 극심한 혼란에서 벗어나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모양새였지만 선거철 통신요금 인하 이슈에 갤럭시S6 등 신형폰에 대한 단말기지원금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가계통신비 부담의 주범이 되고 있는 모양새다.
최근 일주일새 단말기유통법 개정 필요성에 대한 국회 토론회가 두 차례 열렸다.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소비자 단체들은 단통법이 이용자들의 통신부담을 낮추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유통업계는 단통법으로 고사위기에 놓여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토론회 안에서도 자그마한 피켓을 들고 항거하고 있다. 정치인들은 방법은 다르지만 법을 개정하거나 폐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해명하기에 급급하다. 저가요금제 가입 증가, 불필요한 부가서비스 가입 감소, 이용자 차별, 단말기 비용 부담 감소 등의 효과가 있다며 숫자를 내밀고 있지만 통하지 않는 분위기다. 통신사는 어찌됐든 규제기관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
◆갤럭시S6 지원금, 예약가입자만 호갱 만들어=단말기유통법에 대한 가장 큰 불만은 지원금이 과거에 비해 적어졌다는 것이다. 미래부 등에 따르면 저가 요금제에도 지원금을 줄 수 밖에 없게 돼 전체적인 이통사 지원금 규모는 예전보다 줄지 않았다고 한다. 또한 출고된지 15개월 이상 된 일부 단말기들은 출고가격이 상당부분 내려가기도 했다.
하지만 문제는 최신폰 지원금. 최근 출시된 갤럭시S6의 경우 판매 첫 주 지원금은 5~6만원대 요금제에서 채 10만원에 미치지 못했다. 10만원 이상의 가장 비싼 요금제를 써도 지원금은 13~21만원 수준이었다.
대란의 기억을 꺼내지 않더라도 단통법 시행 전 소비자들이 기억하고 있던 지원금 규모와는 차이가 있었던 것이다. 소비자가 쉽사리 지갑을 열지 못하는 것은 자명한 일. 유통업계는 갤럭시S6 첫 주 판매에 대해 “부진하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자 이통사들은 일제히 지원금을 상향 조정했다. 이 지원금이 이통사 몫인지 제조사 몫인지는 알 수 없지만 예약가입하거나 나오자마자 구매한 고객들만 소위 ‘호갱님’이 됐다.
예측할 수 없는 이통사, 제조사 지원금은 새로운 차별을 만들어냈고, 예측가능한 구매도 어렵게 됐다.
◆요금인하 도구된 단통법…정부 정책 신뢰 스스로 깎아=출발부터 여러 문제점, 비난의 중심에 있었지만 정부가 그 같은 정책을 사용할 수 밖에 없었던 현실도 존재했다.
시장 초기 투자를 유발하기 위해 사업자에게 일정부분 수익을 보장해줬고, 사업자들도 요금, 서비스 경쟁보다는 가입자 빼앗기에 집중했다. 그 과정에서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수의 유통점들이 등장했고, 정부는 이용자 차별, 과열경쟁을 막기 위해 보조금을 규제할 수 밖에 없었다.
20년이나 된 이 같은 시장·경쟁환경을 한 번에 바꾸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계속된 과징금·영업정지 등 규제에도 불구 바뀌는 것은 없었고, 결국 정부는 보다 강한 법규제를 만들 수 밖에 없었다. 시장 환경을 감안할 때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도 볼 수 있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세밀한 준비가 필요했다. 하지만 지원금 분리공시 등 법 시행은 시작부터 삐끗했고, 불평등의 대명사 ‘대란’도 끊이지 않았다. 차별은 사라지지 않았고, 파는 사람, 사는 사람 모두에게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올 수 밖에 없었다.
특히, 그동안 정부는 단통법을 "보조금 투명화법"이라고 부르는 등 유통질서 확립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물론, 요금인하와 연계되는 것을 매우 부담스러워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선거철과 맞물린 어느 순간 단통법은 요금인하 정책으로 변신했다. 정부가 이통사에 요금할인을 12%에서 20%로 조정할 것을 명령했다. 알뜰폰이라는 경쟁정책이 있었지만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고, 중장기적 시각을 주문했던 단통법도 뚝심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단통법으로 통신비를 인하 할 수 있다는 주장은 현재 산업구조에서는 애초부터 달성할 수 없는 규제 목표였다”며 “결국 소비자 후생은 보조금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데 단통법이 이 가능성을 봉쇄했다”고 밝혔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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