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수웅 칼럼

[취재수첩] 무제한 요금 역사 바꾼 데이터 선택 요금제

채수웅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KT가 촉발한 음성 무제한 요금제가 시장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KT는 8일 데이터 선택 요금제를 출시했다. 이 요금제의 특징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음성통화를 무제한으로 주는 것이다.

요금을 정하는 기준은 음성통화량이 아닌 데이터 용량이다. 때문에 가장 낮은 요금제 데이터선택299(부가세 포함 3만2890원) 요금제도 음성통화는 통신사를 가리지 않고 무제한으로 쓸 수 있다. 사실상 음성 중심 요금제를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동통신사에게 있어 '무제한' 이라는 단어는 상대방 가입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강력한 무기였다. 달콤한 유혹이었지만 사실 그 대가는 만만치 않았다. 그래서 판도라의 상자에 들어있는 '무제한'을 쉽사리 꺼낼 수 없었다.

한참 과거로 돌아가보자. 비록 SK텔레콤에 인수됐지만 한 때 신세기이동통신이라는 회사는 시장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진정한 의미의 무제한 요금제인 '017패밀리 요금제'를 선보였기 때문이다. 월 무료 통화량이 200분에 불과했던 당시 '017패밀리 요금제'는 24시간 무료통화 서비스로 소비자들을 유혹했다.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대가는 혹독했다. 시간이 갈수록 이 요금제는 망에 엄청난 부하를 줬고 경영악화 주범이 됐다. 가입자 유치를 뛰어넘는 역효과 때문에 경쟁사들은 따라갈 수 없었다.

그리고 또 한 번 시장에 강렬한 인상을 남긴 무제한 요금제가 있었다. 3G 시절 스마트폰 보급 초창기, SK텔레콤은 55요금제부터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제공했다. 신세기이동통신과 달리 당시 SK텔레콤은 아이폰을 등에 업은 KT의 공세에 마땅한 대응책을 찾지 못했다. 가입자 이탈을 막기 위해 선택한 카드가 바로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였다. 결국 KT, LG유플러스도 따라갔지만 데이터 폭증으로 이통3사 모두 상당히 고생 했다.

LTE로 넘어가서는 LG유플러스가 요금경쟁을 주도했지만 신세기이동통신이나 SK텔레콤과 같은 파격은 없었다. 비슷한 수준의 혜택을 LTE에서 누리려면 더 많은 요금을 지불해야 했고, 과거 네트워크 부하를 겪었던 이통사들은 겹겹이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한방의 파괴력은 덜했지만 무제한의 역사는 LTE에서도 조금씩 진화되고 있다. 서서히 진화하던 LTE 무제한 요금제는 7일 KT가 선보인 데이터 선택 요금제에서 완성된 모양새다. 요금제의 파괴력을 말해주듯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우리도 비슷한 요금제를 준비 중이라며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무엇보다 데이터 선택 요금제의 의미는 말 그대로 음성 중심으로 수십년간 유지돼온 이동통신 서비스 요금제가 데이터 중심으로 개편됐다는 점이다. 3G에서의 무제한 요금제까지는 여전히 음성이 과금의 중심에 있었지만 데이터 선택 요금제는 저가 요금제부터 고가요금제까지 데이터가 과금의 기준이 됐다는 점에서 지금까지 선보였던 수 많은 무제한 요금제에서 나름의 의미를 갖췄다.

특히, 오랫동안 회사 성장의 근간이었던 음성매출을 내려놓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었겠지만 생존에 있어 가장 필요하지 않은 것을 버린 과감한 결정이었다. 남은 것은 데이터 중심의 사고를 통해 새로운 성장기회를 찾는 것이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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