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소위원회?…미방위, 700MHz 지상파 편파 ‘눈살’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이하 미방위) 소송 위원들의 지상파 편들기가 도를 넘었다. 주파수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무조건 지상파 방송사에 주라는 식이다.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사실인양 전달하는가 하면 사용할 수도 없는 주파수를 통신사가 쓰라고 강요하고 있다.
19일 국회에서 세 번째 700MHz 주파수정책소위원회가 개최됐다.
이번 소위에서는 정부가 마련한 주파수 할당방안에 대해 논의가 이뤄졌다. 1, 2차 소위에서 위원들의 지상파 몰아주기 공세에 곤욕을 치룬 정부가 이번에는 통신과 방송 모두가 700MHz 주파수를 이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했다. 정부가 마련한 안은 재난안전통신망 용도로 지정된 20MHz폭을 제외한 나머지 88MHz폭 중 40MHz폭을 이동통신에, 4개채널(24MHz폭)을 지상파 방송사에 분배하는 내용을 담았다.
전 세계에서 700MHz 주파수를 지상파UHD 방송용으로 할당한 사례가 전무하다. 대부분 국가에서 이동통신용도로 지정하고 있다. 하지만 미방위의 거센 공세에 정부도 두 손을 들었다. 정부는 지상파UHD 선도적 도입을 감안해 4개 채널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임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이날 소위 위원들은 정부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남은 대역 전체를 지상파 UHD 방송용으로 할당할 것을 요구했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지역방송을 포함해 총 9개 채널이 필요하다는 입장인데, 위원들이 이를 전적으로 수용한 모양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미방위원들은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사실처럼 오인시키거나 무리한 요구를 서슴없이 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심학봉 의원은 "이통사 중 국회 방향성에 대해 잘못됐다고 한 곳은 아무도 없었다. 이통사 입장에서 보면 700MHz가 황금주파수가 아니다. 매력이 떨어지는 주파수를 왜 분배해야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이날 소위에는 통신3사 CR 담당자, 통신사업자연합회 관계자들이 다수 참석해 안타까운 입장을 전달했다. 이날 소위를 방청한 통신사 관계자는 "700MHz 주파수가 필요없다는 통신사가 어디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통사는 사용할 수도 없는 3.5GHz 대역을 쓰고 700MHz는 지상파 방송사에 넘기라는 주장도 나왔다. 조해진 의원은 "부담을 나눈다는 측면에서 방송중계차 사용 대역인 3.5GHz 대역을 지상파 방송사들이 내놓고, 이 대역을 이동통신용으로 경매하는 것이 어떻냐"는 의견을 내놓았다. 하지만 3.5GHz 대역은 이동통신용도로 사용은 할 수 있지만 표준화 등이 마련되지 않아, 장비나 단말기를 이용할 수 없다. 이동통신용으로 사용하려면 빨라야 2020년 이후에나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 견해다.
주파수 경매에 대한 이해도 부족했다.
다수 위원들이 40MHz폭을 이동통신용으로 분배할 경우 통신사 1곳에만 갈 수 있다는 점을 문제삼았다. 심학봉 의원은 "이통사 2곳은 주파수를 갖지 못하기 때문에 비대칭규제"라며 "때문에 이통사는 3.5GHz나 2.3GHz 대역을 촘촘히 찾아서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주파수 경매에서 같은 대역에서 광대역 주파수를 동시에 분배한 적은 없다. 이통사마다 보유하고 있는 주파수 대역을 감안해 전략적으로 주파수를 선택해야 하는데, 이런점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전병헌 의원은 이동통신에는 30MHz폭만 할당하라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DMB 대역에서 EBS 주파수를 마련하겠다는 정부 계획은 방송사 차별인 만큼, 1개채널(6MHz폭)을 더 내놓으라는 얘기다. 하지만 광대역 주파수를 마련하기 위해 40MHz폭을 설정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통신업계가 수용할 수 없는 주장이다. 최재유 미래부 차관은 "기본적으로 40MHz폭을 써야 원활한 트래픽 처리가 가능하다"며 "30MHz폭을 주는 것은 주지 않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충분히 이용가능한 데 끝까지 문제점을 찾으려는 모습도 나타났다. 최민희 의원은 이동통신용으로 분배하려는 40MHz폭 주파수에 무선마이크용도로 사용되고 있는 점을 계속해 질의했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이럴 경우 이동통신과 무선마이크 간의 혼신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동통신용으로 할당하는 것은 무리한 정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미래부는 "이동통신으로 이용해도 서로 큰 간섭이 없고, 간섭을 피할 수 있는 기술적 대책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민희 의원은 "그러면 방송이 주파수를 쓸 수 있도록 회피기술을 더 찾아라"며 "미래부가 자기 틀에 갇혀있다"고 쏘아붙였다.
이날 소위 위원들은 지상파 방송사들이 요구하는 주장에 대해서는 아무런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 정부가 문제 해결을 위해 예산까지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지만 요지부동이었다. 반면, 통신사의 입장, 트래픽 증가 현황 등에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다른 곳에서 자리를 알아보라는 입장만 반복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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