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다시 찾아온 LED 치킨게임, 누가 버틸까

한주엽

* 4월 25일 발행된 오프라인 매거진 <인사이트세미콘> 5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전자부품 전문 미디어 인사이트세미콘]

중국과 대만 업체들의 LED 칩 증설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펼쳐지면서 2009~2010년의 LED 치킨게임이 재현되는 모양새다. 이미 지난해 공급과잉으로 주요 LED 업체들의 실적이 크게 꺾인 상태다. 중국 업체들은 올해도 상당한 규모의 증설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당분간 LED 업체들의 실적에는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글 한주엽 기자 powerusr@insightsemicon.com

올해 발광다이오드(LED) 시장은 심각한 공급과잉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명 수요 증가로 LED 시장 규모는 견조하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나, 중국 업체들이 공격적인 증설 투자에 나서면서 공급이 수요를 크게 뛰어넘을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 LED 칩 업체들은 정부 보조금이 끊어진다는 소문이 돌자 지난해 핵심 생산 장비인 유기금속화학증착(MOCVD) 장비 투자를 크게 늘렸다.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증설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칩 공급량은 상당한 수준으로 확대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중국 LED 칩 업체들의 증설 경쟁

중국 LED 칩 업체들은 지난해 정부 보조금을 등에 업고 MOCVD 장비를 공격적으로 사들였다. MOCVD는 웨이퍼 위에 질화갈륨(GaN)을 증착하는 장비로 LED 생산 공정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한다. MOCVD 장비의 수주 현황은 미래 LED 칩 시장의 공급 과잉, 공급 부족을 판단하는 잣대다.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지난해 출하된 239대의 MOCVD 가운데 중국 지역으로 공급된 제품은 168대였다. 전체 MOCVD 출하량 중 70% 이상이 중국 지역으로 들어갔다는 의미다. 중국 업체들은 최근 정부의 LED 관련 보조금이 중단될 수도 있다는 소문이 돌자 서둘러 장비 발주를 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IHS>는 MOCVD 1, 2위 업체인 미국 비코, 독일 엑시트론의 수주 현황을 분석한 결과 올해 177대의 MOCVD 장비가 중국 지역으로 출하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올해 전체 MOCVD 출하 예상치는 220대. 80% 이상이 중국으로 들어가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중국 LED 업계의 증설은 공급과잉을 야기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부터 LED 칩 시장은 공급 과잉 상황으로 접어들었다. <IHS>에 따르면 2014년 LED 칩 시장 규모는 156억달러로 전년 대비 3% 증가했으나 공급과잉율은 21%에 달했다. 이 같은 공급과잉은 각 업체들의 실적 하락을 부추겼다. 예컨대 한국의 LED 전문 업체인 서울반도체는 지난해 연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전년 대비 8.9%, 97.3%나 감소한 9393억원, 26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LED 칩 시장 규모는 세계 각국의 친환경 조명 수요 증가로 지난해 대비 9.4% 증가한 171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지난해 이뤄진 중국 업체들의 공격적인 증설 투자로 올해 LED 칩 공급량은 예상 수요치(7570억개)를 28%나 상회하는 9690억개에 이를 전망이다. <IHS>는 2016년과 2017년에도 각각 18%의 LED 칩 공급과잉을 예상했다. LED 업체들의 실적 악화는 불을 보듯 뻔하다는 얘기다.

중화권 업체들의 증설은 상상을 초월한다. 중국 최대 LED 칩 생산 업체인 사난(Sanan)의 경우 올해 비코와 엑시트론으로부터 신형 MOCVD 장비를 각각 50대씩 총 100대를 들여놓을 계획이다. 이미 발주를 냈다. 이들 장비가 설치되고 가동되면 사난의 LED 생산 용량은 삼성전자 LED 사업부는 물론 중국 현지에 대부분의 공장을 두고 있는 대만 에피스타(Epistar)를 넘어설 것으로 업계에선 예상하고 있다. 사난 외에도 HC세미텍(HC Semitek), 체인지라이트(ChangeLight), 옥선(Aucksun), 에피스타 등 중국 LED 칩 업체(에피스타의 경우 중국 공장에)들은 올해 10~20대의 MOCVD 장비를 추가로 들여놓을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전체 MOCVD 장비 구매 대수는 전년 대비 소폭 축소됐지만, 비코(에픽700)와 엑시트론(AIX R6)의 신형 장비가 전 세대 장비 대비 생산성이 두 배 가까이 향상됐다는 점에서 오히려 내년의 공급과잉이 올해보다 더욱 극심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올해 설치되는 전체 MOCVD 장비 가운데 절반 가량이 신형 장비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화권 업체들의 대대적 투자로 2009년에 이은 제 2의 LED 치킨게임이 펼쳐지고 있다”며 “중국 업체들의 투자 기조가 보수적으로 돌아서지 않는 한 LED 업계의 실적은 계속적으로 악화일로를 걸을 것”이라고 말했다.

LED 패키지 분야, 삼성전자·서울반도체 약세

LED 칩 분야와는 별개로 패키지 분야에서도 한국 기업들의 약세가 도드라진다. 지난해 LED 패키지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3% 성장했는데, 삼성전자 LED사업부(1%)와 서울반도체(-7%)는 시장 평균을 밑돈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TV용 LED 백라이트 등 전방 산업이 대만과 중국 등지로 옮겨가고 있는 데 따른 여파로 풀이된다. 유럽과 일본 대비 조명 분야의 기술, 판매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도 요인이다. 국내 기업들이 대부분 LED 칩과 패키지 사업을 병행하고 있는 만큼 이중고를 겪고 있는 셈이다.

최근 필립스는 LED 부품 자회사인 루미레즈의 지분 80.1%를 사모펀드인 고스케일캐피탈(Go Scale Capital)에 판매했다. 이 사모펀드의 주요 참가자는 중국 자본인데, 필립스 루미레즈는 다양한 LED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중국 LED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럴 경우 한국 기업에는 타격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한주엽 기자>powerusr@insightsemicon.com

한주엽
webmaster@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