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 보기 드문 요금제 ‘불꽃경쟁’…이유는?
- 긍정적 이미지 획득 및 향후 정책 배려 기대 심리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의 데이터 중심 요금제 경쟁이 예년과 다른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치고받고 아예 새 판을 짜고 대응 양상이 색다르다. 비슷한 요금제 출시 후 마케팅으로 물을 타던 모습이 아니다. 정말 통신사가 요금제 등 본원적 경쟁으로 무게를 옮긴 것일까.
31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3사가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두고 치열한 눈치작전을 벌이고 있다. 데이터 중심 요금제는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는 무료화 하고 데이터 사용량에 따라 요금을 매기는 것이 특징이다.
데이터 요금제 전환은 세계적 추세다. 국내는 KT가 처음이다. 지난 8일 ‘데이터선택요금제’를 출시했다. LG유플러스는 15일 ‘데이터중심롱텀에볼루션(LTE)음성자유요금제’와 ‘LTE데이터중심비디오요금제’ 등 2종을 내놨다. 지난 20일 SK텔레콤도 ‘밴드데이터요금제’로 합류했다.
여기까진 통상의 모습이다. 달라진 것은 다음부터. LG유플러스는 지난 29일 새 요금제를 선보였다. ‘뉴음성무한데이터요금제’와 ‘뉴음성무한비디오데이터요금제’다. 이전 요금제는 6월1일부터 가입자를 새로 받지 않는다. 사실상 새출발이다. SK텔레콤은 데이터 요금제 단점을 보완한 부가서비스를 추가했다. 특정시간대만 데이터를 더 쓸 수 있는 ‘밴드타임프리’를 공개했다. 원조지만 한 달도 안 돼 뒤쳐진 KT도 반격에 나설 태세다.
3사가 요금제 업그레이드 경쟁을 하는 이유는 일단 ‘착한 회사 이미지 획득’ 때문이다. 통신사는 고객 신뢰 하락으로 고생 중이다. 제조사나 콘텐츠 그리고 플랫폼 업체 등에 주도권을 내주고 관심에서 멀어질 위기다. 차기 성장동력 확보에 치명타다.
데이터 중심 요금제가 통신비 절감 효과가 있는지는 논란이 있다. 하지만 음성통화를 많이 하는 사람은 분명 이득이다. 특히 월 2만9900원(부가세 제외) 요금제라면 그렇다. 이 2만9900원 요금제 주도권을 잡은 곳은 SK텔레콤이다. 유무선통화 무료로 출발한 것이 컸다. SK텔레콤은 벌써 데이터 중심 요금제 가입자가 50만명을 돌파했다.
정부와 관계도 있다. 통신은 대표적 규제 산업이다. 단말기유통법 시행 이후 통신사의 불편법 영업 여지가 많이 줄었다. 더구나 가계통신비 인하는 박근혜 정부 공약이다.
2만9900원 요금제는 가입자가 늘어도 통신사에게 좋은 상황이 아니다. 가입자당평균매출액(ARPU)이 떨어져서다. 1분기 기준 ARPU는 ▲SK텔레콤 3만6313원 ▲KT 3만4389원 ▲LG유플러스 3만5792원이다. SK텔레콤은 단독 영업정지 1주일을 남겨둔 상태다. 방통위의 SK텔레콤 제재를 감안하면 KT LG유플러스도 자유롭지 않다. 재난망 사업자 결정과 주파수 경매, 제4이동통신사 선정 등 정부와 논의할 것이 한 두 개가 아니다.
한편 현 상황이 추후 통신사 경쟁 패러다임 변화로 이어질지는 조금 더 두고 봐야 할 전망이다. 고객 역시 합리적 소비자로 변화가 동반돼야 한다. 또 제조사의 기기 출고가 인하가 뒤따르지 않으면 시장 변화 동력이 유지되기 어렵다.
미래부 관계자는 “최근 정책이 통신사 관련 내용이 많지만 통신시장 정상화를 위해 제조사 출고가 인하가 필요하다는 목표를 잊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일시적 인기가 아니라 소비자와 산업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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