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수웅 칼럼

[취재수첩] 지상파 방송의 소탐대실

채수웅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지상파 방송사들의 콘텐츠 가격인상으로 유료방송 시장이 시끄럽다.

VOD 가격은 이미 올랐고, 무료 콘텐츠 홀드백 기간도 1주일에서 3주로 늦춰졌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무료 VOD 가격 인상도 통보했다. 1900원에서 3900원으로 가격을 인상을 통보한 모바일IPTV는 서비스를 중단했다. 기존 280원인 가입자당재송신대가(CPS)도 400원 가량으로 인상하겠다는 방침이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가격인상 이유로 콘텐츠의 제값받기를 들고 있다. 지상파 콘텐츠로 유료방송사들이 장사를 하고 있으니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라는 것이다.

KBS 수신료는 2500원이지만 KBS 드라마 프로듀사를 다시 보려면 1500원을 내야 한다. 두편만 보면 수신료를 뛰어넘는다. VOD 시장이 급성장하자 인기 있는 콘텐츠만 가격을 인상한 것이다. 물론, 지상파 방송사는 3주가 지나면 공짜로 볼 수 있는 콘텐츠 가격도 CPS 방식으로 받겠다는 입장을 유료방송에 전달했다. 사실상 지상파 방송의 다시보기는 모두 유료화되는 것이다. VOD를 시청하지 않는 가입자도 CPS 방식으로 돈을 내라는 것이다.

유료방송 입장에서는 불만일 수 밖에 없다. 유료방송이 킬러 콘텐츠인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을 재송신해 돈을 벌고 있지만 지상파 역시 촘촘한 유료방송망 덕분을 봤다. 직접수신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이었다면 지상파도 성장할 수 없었다는 것이 유료방송의 주장이다. 콘텐츠 제값받기도 중요하지만 1만원 남짓한 가입자당매출(ARPU)를 감안할 때 ARPU의 대부분을 지상파에 바쳐야 한다는 볼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다른 PP들에게 돌아갈 수신료도 줄어들 수 있어 전체 유료방송 시장이 후퇴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지상파 방송은 아날로그에서는 케이블방송의 역할을 인정했지만 IPTV 등 유료방송 플랫폼이 다수 등장하면서 시청자가 대안을 선택할 수 있게 되자 적극적으로 가격을 인상하는 모양새다. 그리고 그 전략은 이미 몇 번 성공했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다르다. 지상파가 너무 심한 것 아니냐는 것이 유료방송사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이미 통신사들은 모바일IPTV 가격인상에 대해 거부의 뜻을 명확히 했다. 1일부터 모바일IPTV에서 지상파 방송을 시청할 수 없다. VOD 가격인상과 관련해서도 유료방송사들의 입장은 강경하다. 현재보다 최소 수백억원 이상의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견이 높다. 실시간 방송을 중단할 수는 없지만 이러한 가격에 VOD 대가를 지불하느니 그냥 송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물론, 아직 협상이 진행 중이고 결과를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유료방송이 실제 서비스를 중단하거나, 계약을 수용해 가격을 인상할 경우 모두 피해는 시청자 몫이다. 또한 지상파 방송과 유료방송 모두가 피해를 볼 수 있다.

지상파 방송사 출신인 이남기 KT스카이라이프 사장은 1일 UHD 채널 론칭 행사에서 “가격을 너무 많이 올려놓으면 사람들이 보는 횟수가 줄어 전체적으로 매출이 감소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유료방송도 서비스 중단에 따른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콘텐츠 제값받기가 중요하지만 이 역시 시장의 구성원들과의 상생과 시청자들의 수용 가능성을 종합해서 결정돼야 한다. 하지만 최근의 논의는 일방적인 통보다. 수용하지 않으면 서비스를 중단해야 한다. 유료방송이 VOD 시장을 띄워놓자 인기 있는 콘텐츠 가격만 올리고, 월 요금이 5000원인 모바일 방송에 월 3900원을 받겠다는 것은 상생이 아닌 이기주의에 불과하다. 시장참여자들의 불만이 쌓여질수록 지상파에게 돌아오는 것은 소탐대실이 될 수 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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