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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파운드리 업계, 올해 시설투자 계획은?

한주엽

* 5월 25일 발행된 오프라인 매거진 <인사이트세미콘> 6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전자부품 전문 미디어 인사이트세미콘]

최근 수년간 반도체 시장의 성장을 이끈 분야는 위탁생산, 바로 파운드리 분야다. 순수 파운드리 시장은 업계 1위인 TSMC를 비롯해 대만과 중국 업체들이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반도체 사용량은 늘어나는 반면, 생산 시설은 크게 줄어들고 있으므로 기존 파운드리 시장의 강자들은 성장세를 꾸준하게 이어나갈 것으로 업계에선 전망하고 있다.

글 한주엽 기자 powerusr@insightsemicon.com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계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전체 반도체 사용량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생산 시설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이를 ‘팹 라이트(fab lite)’ 경향이라고 부른다. 기존 반도체 생산 업체들은 고정비를 낮추기 위해 자체 생산 시설은 줄이는 대신 파운드리 업체를 통한 위탁 생산을 늘리고 있다.

한 예로 미국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는 기존 공장을 처분하고 파운드리 의존도를 확대한 바 있다. 독일 인피니언도 자사의 40나노 임베디드 플래시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공정 기술을 글로벌파운드리(GF)에 제공한 뒤 이 회사를 통한 칩 위탁생산을 늘리고 있는 중이다.

고성능 모바일 시스템온칩(SoC)을 다루는 대부분의 회사가 모두 팹리스(fabless)라는 점도 파운드리 업계의 성장성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범용 모바일 SoC를 다루는 퀄컴은 물론, 애플 역시 아이폰, 아이패드 시리즈에 탑재되는 A 시리즈 SoC를 전량 외부 파운드리를 활용해 생산하고 있다. 고성능 시스템반도체를 독자적으로 생산하는 업체는 인텔과 삼성전자 정도 밖에 없다. 업계 전문가들은 향후 인텔과 삼성전자처럼 반도체 설계 및 생산 인프라를 모두 갖춘 대형 종합반도체(IDM) 업체가 추가로 생겨나긴 힘들 것이라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최신 반도체 생산 공장을 하나 짓는 데 드는 비용이 10조원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공정 미세화의 어려움으로 이 같은 설비 투자액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추세이기도 하다.

파운드리, 전체 반도체 시장 성장률 상회

파운드리 업계는 외부 고객사 칩 위탁생산 사업만을 진행하는 순수 파운드리(Pure Play Foundry)와 독자 칩 생산 및 외부 고객사의 칩 위탁생산 사업을 병행하는 IDM 파운드리로 나뉜다. 순수 파운드리 업체는 대만의 TSMC, UMC, 미국 GF, 중국 SMIC 등이 있다. 한국의 동부하이텍도 순수 파운드리 업체 가운데 하나다.

독자 칩 생산과 파운드리 사업을 병행하는 업체는 삼성전자가 대표 주자다. 삼성전자는 2000년대 중후반 애플의 A 시리즈 SoC를 위탁생산하며 파운드리 시장에 뛰어들었다. 최근에는 인텔도 파운드리 사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주로 알테라 등 프로그래머블반도체(FPGA) 업체들의 제품을 생산한다.

SK하이닉스와, 2004년 하이닉스에서 분사한 매그나칩반도체의 경우 독자 칩 개발 및 판매를 병행하면서 외부 고객사의 CMOS이미지센서(CIS), 디스플레이구동드라이버IC(DDIC), 전력관리칩(PMIC) 등을 위탁생산하고 있다. 이외에도 일본의 후지쯔, ROHM, 네덜란드 NXP가 소규모로 외부 고객사의 제품을 위탁 생산하고 있다.

IDM의 파운드리 매출액은 전체 파운드리 시장의 10% 수준으로 그 비중은 점점 하락하는 추세다. 팹리스 업체들이 기술유출 등의 우려로 IDM 파운드리에 자사 칩의 위탁생산을 맡기는 것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고성능 SoC 및 그래픽처리장치(GPU) 등을 만드는 애플, 퀄컴, 엔비디아 등이 삼성전자에 자사 칩의 위탁생산을 맡기는 이유는 상위 업체인 TSMC 한 곳에만 생산이 몰리는 것을 분산시키고자 하는 성격이 강하다.

파운드리 시장 규모는 매년 꾸준하게 성장해왔다. 과거 10년의 순수 파운드리 시장 및 전체 반도체 시장의 성장률을 비교해보면, 2005년과 2007년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해에는 파운드리 분야가 전체 반도체 시장의 성장률을 웃돌았다. 반도체 업계의 성장을 이끄는 곳은 바로 파운드리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파운드리 업계의 매출액은 전년 대비 13.3% 성장한 461억1700만달러였다. 이는 전체 반도체 업계의 성장률 9.2%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순수 파운드리 업계의 매출은 415억8500만달러로 전년 대비 17% 성장했다. IDM 파운드리의 경우 전년 대비 17% 감소한 45억3200만달러를 기록했다. IDM 파운드리 업계의 매출은 2010년부터 계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는 추세다. 이에 따라 전체 파운드리 시장에서 IDM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줄고 있다. 2010년 전체 파운드리 업계에서 IDM이 차지하는 비중은 21%였으나 지난해에는 9.8%, 올해는 이보다 더 떨어진 8.8%의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TSMC가 파운드리 시장 장악

파운드리 업계의 맹주는 대만의 TSMC다. TSMC는 반도체 위탁생산이라는 사업 형태를 처음으로 만든 업체답게 전체 순수 파운드리 시장에서 60%에 가까운 시장점유율로 업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IHS>에 따르면 지난해 TSMC의 파운드리 매출은 248억9600만달러였다. 이 회사의 매출액 성장률은 시장 평균(17%) 대비 높은 25.2%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2위 업체는 GF다. GF는 지난해 43억650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해 10.5%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UMC와 SMIC는 각각 42억5100만달러, 18억660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해 10.2%, 4.5%의 점유율로 3, 4위를 기록했다. 전체 순수 파운드리 업체 가운데 TSMC, GF, UMC, SMIC의 매출액 점유율 합계는 무려 85.1%에 이른다.

TSMC의 매출액이 높은 이유는 28나노 이하 초미세 공정 비중이 높고, 절대 생산량 역시 많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는 200mm 환산 기준 TSMC의 지난해 웨이퍼당 매출액은 1328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2013년(1273달러) 대비 늘어난 것으로 순수 파운드리 업체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2위는 GF다. GF의 지난해 웨이퍼당 평균 매출액 추정치는 1047달러로 1위 업체인 TSMC와 약 27%의 격차를 나타냈다. TSMC와 GF에 이어 SMIC(782달러), UMC(770달러)가 그 뒤를 따랐다. 지난해 파운드리 업계의 평균 웨이퍼당 매출액은 1145달러가 될 것으로 <IC인사이츠>는 추정하고 있다.

웨이퍼당 매출액을 결정짓는 요소는 앞서 언급한 대로 미세공정 비중이다. 공정이 미세화될 수록 위탁생산 비용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지난해 TSMC의 28나노 이하 공정 비중은 42%, 40/45나노 공정 비중은 18%로 추정됐다. 45나노 이하 미세공정 비중이 무려 60%에 달한다. AMD의 중앙처리장치(CPU)를 주로 생산하는 GF 역시 45나노 이하 공정 비중이 57%로 높다. UMC와 SMIC는 45나노 이하 공정 비중은 각각 23%, 15%로 낮다. SMIC의 경우 TSMC보다 3년이나 늦은 2012년 초 45나노 공정을 첫 도입했다. 앞선 미세공정을 도입하는 것이야말로 파운드리 사업의 성패를 가른다는 것이 <IC인사이츠>의 분석이다.

매년 투입되는 시설투자액도 이 같은 순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올해 TSMC는 시설투자액으로 지난해(95억달러) 대비 늘어난 115억달러를 투입할 계획이다. GF 역시 지난해 대비 늘어난 56억달러를 시설투자에 사용키로 했다.

<한주엽 기자>powerusr@insightsemic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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