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인텔 이어 퀄컴도 가세…중국 파트너 찾는 모바일 AP 업계

한주엽

* 6월 25일 발행된 오프라인 매거진 <인사이트세미콘> 7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전자부품 전문 미디어 인사이트세미콘]

인텔과 퀄컴이 중국 팹리스 반도체 업체와 연이어 손을 잡은 가운데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프리미엄 스마트폰 성장세 둔화, 태블릿의 역성장, 중국 모바일 완성품 업체들의 약진 등 여러 요소가 결합돼 이 같은 결과를 낳은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업체들이 손을 잡으면서 삼성전자와 같은 국내 기업들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칠 지도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글 한주엽 기자 powerusr@insightsemicon.com

모바일 프로세서 시장에서 고전 중인 인텔은 지난해 5월 중국 록칩과 저가 태블릿 칩을 공동 판매하는 전략적 협력 관계를 맺었다. 이 제휴로 인텔은 자사 x86 아키텍처의 저가 태블릿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인 아톰 X3(개발코드명 소피아)를 록칩에 제공하고, 록칩은 이를 중국 내 고객사에 판매하게 됐다. 인텔은 저가 태블릿용 AP를 자자 공장이 아닌 TSMC의 공장에서 생산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제2공급사’ 지위를 허락하지 않는 인텔이기에 이 같은 제휴는 상당히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졌다. 과거 진대제 전 삼성전자 사장은 인텔의 3대 최고경영자(CEO)인 앤디 그로브에게 “인텔 칩의 제2공급사가 되고 싶다”고 제안했지만 “우리 기술을 훔쳐갈 심산이냐”며 그 자리에서 거절당했던 적이 있다. 그러나 모바일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최근의 상황은 ‘우리 제품은 우리 공장에서 만들고, 오로지 나만 판다’는 인텔의 고집스런 경영 철학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인텔이 노리는 건 중국 내 태블릿 시장 점유율 확대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해 2120만대의 태블릿 AP를 공급해 7.2%의 점유율로 애플(22.1%), 인텔(14.8%), 미디어텍(13.8%), 퀄컴(11.3%), 올위너(8.7%)에 이어 6위를 차지했다. 업계에선 록칩이 출하한 태블릿 AP 대부분은 중국 현지 시장에서 소화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인텔은 록칩과의 제휴를 통해 복잡하게 얽혀있는 중국 내 공급망 정보를 수집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인사이트64의 수석연구원인 네이던 브룩우드는 “이번 제휴는 공동 설계보다는 중국 내 태블릿 칩의 판매를 위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인텔의 ‘중국 구애’는 계속됐다. 작년 9월 인텔은 중국 칭화유니그룹에 15억달러를 출자하고 지분 20%를 취득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칭화유니그룹은 중국 칭화대학이 설립한 칭화홀딩스의 자회사. 칭화유니그룹은 시스템반도체 팹리스인 스프레드트럼 커뮤니케이션과 RDA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를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스마트폰 및 태블릿에 탑재되는 AP가 주력 제품이다. 인텔은 이번 제휴를 통해 스프레드트럼 및 RDA와 공동으로 제품을 개발, 판매키로 했다. 우선 올 하반기 스프레드트럼과 공동 개발한 x86 아키텍처 기반의 신형 모바일 AP를 내놓을 예정이다. 이 제휴 역시 공동 설계보단 중국 내 칩 판매량을 늘리기 위한 조치에 가깝다. 스프레드트럼은 스마트폰 AP 시장에서 출하량 점유율 4위를 기록하고 있는 업체인 만큼 스마트폰 시장에서 인텔의 영향력 확대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인텔은 이번 제휴로 모바일 시장에서 x86 아키텍처가 확산되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그간 스프레드트럼은 ARM 코어를 사용해 모바일 칩을 개발해왔다.

브라이언 크르자니크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중국은 스마트폰 최대 소비 시장”이라며 “이번 제휴로 인텔 아키텍처와 무선통신 기술이 기반인 다양한 솔루션을 중국 및 타 지역에 공급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퀄컴도 올위너와 제휴

인텔의 행보를 의식한 퀄컴도 중국 올위너와 손을 잡기로 했다. 올위너는 중국 내 태블릿 칩 판매 1위 기업이다. 퀄컴은 지난 6월 컴퓨텍스 전시회가 열리는 대만 타이페이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 같은 사실을 밝혔다. 협력 내용은 인텔과 별반 다르지 않다. 3G 및 4G 롱텀에볼루션(LTE) 모뎀 기능을 통합한 저가 스냅드래곤 칩을 올위너로 제공하면, 올위너는 해당 제품을 중국 내 완성품 고객사로 공급한다. 팀 맥도너 퀄컴 테크놀로지 마케팅 부사장은 “올위너와 협력을 통해 더 많은 기업들이 퀄컴의 기술을 활용한 고성능 소비자 기기를 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퀄컴과 협력한 올위너는 중국 내 태블릿 AP 공급 순위 1위인 팹리스 업체다. SA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태블릿용 AP 시장에서 올위너는 2560만대를 공급, 시장점유율 8.7%를 차지했다. 록칩과 마찬가지로 올위너 역시 대부분의 물량이 중국 내에서 소화된다.

퀄컴이 올위너와 손을 잡는 것은 최근 프리미엄 스마트폰 AP 시장에서 그 지위가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신형 스마트폰 갤럭시S6에 퀄컴 스냅드래곤이 아닌 자사의 14나노 엑시노스7 칩을 탑재했다. 대부분의 프리미엄 스마트폰에는 퀄컴 스냅드래곤이 탑재되고 있으나 세계 1위 업체의 전략 제품에 칩을 넣지 못한데서 오는 불안감은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태블릿 AP 시장은 혼전 양상으로 퀄컴의 지위는 크지 않다. 반독점 조사로 중국 내 좋지 않은 여론을 없애기 위한 전략이 아니겠느냐는 평가도 있다. 퀄컴은 최근 중국 파운드리 업체인 SMIC와도 칩 제조와 관련된 협력 관계를 맺었다. 요모조모 따져보면 중국 업체와의 제휴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였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퀄컴과 인텔의 중국 내 행보는 외부 고객사를 늘리려는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에 그리 좋은 소식은 아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중국 고객사를 늘리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기 때문에 인텔, 퀄컴이 현지 업체들과 판매 제휴를 맺은 것은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주엽 기자>powerusr@insightsemic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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