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

삼성, 세탁기 9년 만의 美 1위…소비자, 마음 준 이유는?

윤상호

- 전자동세탁기의 재발견 ‘액티브 워시’, 삼성 세탁기 도약 견인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시장은 침체고 환율도 불리하다. 하지만 혁신제품은 잘 나간다. 삼성전자가 선보인 ‘액티브 워시’ 세탁기가 그렇다. 삼성전자는 액티브 워시 출시 이후 세탁기 분야에서 세계 1위까지 넘보고 있다. 액티브 워시의 성공사례는 국내 전자업계는 물론 산업 각 분야에서 기업이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지 알려주는 바가 크다.

지난 2월 삼성전자는 국내서 액티브 워시 판매를 개시했다. 출시 20주 만에 10만대 돌파. 2분에 1대가 팔렸다. 2월부터 4월까지 삼성전자 전자동세탁기 판매량은 전년대비 2배 가까이 증가했다. 국내 전자동세탁기 시장도 같은 기간과 비교해 40% 커졌다. 혁신제품은 개별기업 성장은 물론 시장 자체를 견인한다는 당연한 명제를 다시 한 번 일깨워줬다.

1969년 금성사가 국내 처음으로 세탁기를 생산한 이래 46년 동안 이런 세탁기는 없었다. 전자동세탁기는 매년 디자인만 변경해 새로 출시했다. 액티브 워시가 깬 고정관념은 뚜껑을 뚜껑으로 생각지 않은 것에서 출발했다. 힌트는 고객에서 얻었다. 개수대와 빨래판이 일체형으로 된 세탁조 커버 ‘빌트인 싱크’, 애벌빨래 전용 물 분사 시스템 ‘워터젯’을 탑재해 손빨래를 도와준다. 애벌빨래부터 탈수까지 세탁 전 과정을 앉았다 일어났다 하지 않고 한 자리에서 끝낼 수 있다.

인도에서 출발한 이 제품에 세계가 응답했다. 미국 컨슈머리포트는 지난 6월 액티브 워시를 ‘추천제품’으로 선정했다. 빨래는 인도와 한국만 하는 일이 아니다. 소비자가 느꼈던 불편도 인도와 한국만 특이했던 것도 아니다. 상반기 삼성전자의 북미 액티브 워시 판매량은 당초 계획보다 107% 늘었다. 잘 팔리니 유통도 따라왔다. 7000개 유통매장이 드럼도 아닌 전자동세탁기 액티브 워시를 전면에 진열했다.

액티브 워시는 삼성전자의 전체 세탁기에 대한 수요 견인차 역할도 했다. 시장조사기관 트라큐라인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미국 드럼세탁기 시장에서 1위에 올랐다. 점유율은 22.3%. 삼성전자 드럼세탁기가 미국 분기 점유율 1위에 오른 것은 지난 2006년 첫 진출 이후 처음이다. 시장조사업체 JD파워는 지난 7월 삼성전자 세탁 삼총사 ▲드럼세탁기 ▲전자동세탁기 ▲의류건조기 등을 세탁가전 부문 소비자 만족도 1위로 꼽았다.

혁신상품 1개가 전체 회사를 끌어올리는 것. 국내 기업이 그동안 쉽게 보여주지 못한 일을 관심권에서 멀어졌던 전자동세탁기가 일궈냈다. 고객 니즈(Needs)를 그냥 넘어가지 않고 2년에 걸친 수백장이 넘는 아이디어 스케치, 디자인 목업에 대한 임원품평, 4개 목업 제품에 대한 인도 소비자 조사, 경쟁사 제품과 성능 비교 등을 통해 제품화를 지원한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부문 윤부근 대표의 뚝심도 눈길을 끈다. 회사가 커질수록 혁신은 어렵다는 것이 통설. 판단까지 단계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신흥시장 인도에서 올라온 이 아이디어를 놓치지 않은 것은 윤 대표가 CE를 맡은 뒤 새롭게 정립한 조직문화도 큰 영향을 미쳤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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