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부담스러운 철학의 빈곤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만나면 좋은 친구, MBC 문화방송.
귀에 착 감기는 로고송. 문화방송 MBC는 말 그대로 오랜 기간 국민의 좋은 친구였고, 다양한 프로그램, 강직한 보도로 사랑받았던 방송사다.
한 때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은 MBC에 대해 스스로 정명(定名)을 밝히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공영인지 민영인지 명확히 구분은 어렵지만 많은 국민들은 MBC를 공영방송으로 생각한다. 방문진 이사진들도 공영방송 이사로 생각하고 정치권에서도 공영방송이라고 표현한다. KBS처럼 수신료로 운영되지는 않지만 MBC 역할과 역사를 볼 때 공영방송이라 불러도 크게 무리는 없겠다.
공영방송은 무엇인가. 말 그대로 공공의 이익을 위하는 방송이다. 민영방송보다 엄격한 도덕적 기준이 적용된다. 하지만 최근 MBC를 둘러싼 환경, 논란 등을 보면 MBC가 공영방송으로서 제 역할에 충실한지 의문이다.
최근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은 이 같은 논란에 방점을 찍었다.
대한민국은 자유로운 사고, 철학, 정치관이 보장된 나라다. 하지만 제1야당의 대표, 전직 대통령, 사법부, 검찰, 국사학자 등을 좌경화된 세력, 심지어 공산주의자라고 표현하는 극단적 정치성향의 인물이 공영방송의 이사장으로서 적합할까.
정치, 사고, 철학과는 상관없이 방문진 이사장으로서 일만 잘하면 된다? 그렇다면 정말 일을 잘 할 수 있는지, 능력은 검증됐을까? 몇 장의 서류만으로 그를 방문진 이사장에 앉힌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정말 고 이사장을 철저히 검증했을까?
그의 발언은 옛날 서슬 퍼렇던 공안정국 시절에나 통할만한 얘기들이다. 정치적 철학을 배제하고 2015년 대한민국에서 얼마나 많은 국민들의 그의 주장에 동조할까.
MBC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실시하는 언론매체 신뢰도 기자여론조사에서 과거에는 2~4위권을 유지했지만 2012년 공정방송 쟁취 파업이후인 2013년 이후에는 10위권으로 추락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시청자만족도 평가에서도 최하위 수준이다.
만나면 좋은 친구였던 MBC는 점점 부담스러워지고 있다. 야당은 황당하고 고영주 이사장을 방어하는 여당 의원들도, 임명한 최성준 방통위원장도 모두 곤혹스럽다. 하지만 이러한 논란을 지켜봐야 하는 국민과 논란의 그를 받아들여야 하는 MBC 조직원들이 가장 곤혹스러울 것이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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