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몰아주기 논란 무색…한화S&C의 무서운 성장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한화S&C로의 일감몰아주기 의혹과 관련,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6일 진행된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한화그룹 38개 계열사 전체로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김기식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을 비롯한 의원들은 이날 질의에서 한화S&C의 일감몰아주기 의혹은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관행에 그치지 않고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요지의 논리를 강조했다. 대기업 집단 내 IT서비스 계열사의 역할이 결국은 총수 일가의 불법 증여, 그룹경영 상속의 수단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문제점을 제기한 것이다
그동안 여러 사례를 보면, 국내 대기업의 총수 일가 자녀의 비상장기업에 일감을 몰아주고 기업가치를 높인 후, 그룹내 핵심 계열사와의 합병 또는 그룹내 주력 회사와 기업공개 등을 통하는 방법으로 마침내 그룹경영 승계 작업을 마무리 짓는 상투적인 과정을 거쳤다.
김기식 의원의 의혹제기는 기본적으로 한화S&C도 이같은 의도가 보인다는 전제에서 출발하고 있다. 한화증권 주진형 대표의 퇴임 결정도 결국 따지고 보면 한화그룹 내 분위기를 읽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논리가 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같은 ‘일감몰아주기’ 의혹 제기만으로 불공정거래 여부를 판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겉으로 나타난 수치만 놓고보면 노골적인 내부거래로 볼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충분히 통행세의 의혹을 제기할만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자체를‘일감몰아주기’로 볼 수는 없다. 특히 한화그룹내에서 한화S&C가 계열사를 상대로 올리고 있는 IT매출을 모두 몰아주기로 판단하기는 더욱 어렵다. 한화S&C를 통한 한화그룹 계열사의 IT아웃소싱 체제는 이미 한화S&C가 출범한 2000년대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화S&C 계열사들과 대부분 수익계약, 일감몰아주기 의혹으로 볼 수 있나 = 한화S&C가 지난해 거둔 매출액중 그룹 계열사를 상대로 한 내부거래 매출과 사업내용을 살펴보면, 보는 시각에 따라 해석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화S&C는 지난해 2139.9억원의 그룹내 매출(내부거래)을 기록했다. 내부거래 매출 구성을 보면, 한화그룹내 제조및 화학 등 비금융계열사 매출이 1540억원, 금융계열사 매출액이 599.1억원이다.
그룹 계열사별로 보면, 비금융계열사의 경우 (주)한화육삼시티 9.8억원, 한화테크엠(주)69.1억원, (주)한화이글스 5.3억원, 한화엘앤씨(주) 4.3억원, (주)드림파마 1.8억원, (주)한화베이시스 8.4억원, (주)한화 182.2억원, 한화케미칼(주) 148.6억원, 한화갤러리아아팀월드 16.5억원, 한화첨단소재(주)211.3억원, 한화넥스트(주)7.9억원, (주)한화비앤비 0.8억원, (주)경기화성바이오밸리 1.5억원, (주)김해테크노밸리 2억원, (주)서산테크놀밸리 0.8억원, (주)앤에이치엘개발 0.3억원, (주)한화건설 503.2억원 등 이다.
금융계열사의 경우는 한화생명 318.4억원, 한화손해보험 140.7억원, 한화손해사정 3.7억원, 한화라이프에셋 0.2억원, 한화자산운용(주) 13.7억원, 한화투자증권 120.8억원, 한화인베스트먼트 0.6억원, 한화저축은행 0.7억원 등 599.1억원 등이다.
대부분의 매출이 수의계약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일감몰아주기 의혹을 제기할 만하지만 이것을 단정하기는 어렵다. 한화그룹 계열사들의 입장에선 IT아웃소싱을 포함한 IT용역사업에서 한화S&C 이외의 대체자를 찾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일반 IT장비 도입의 경우, 한화 S&C가 경쟁입찰을 통해 계열사 사업을 수주한 경우도 있었다. 이 경우 한화그룹 계열사들이 제대로 된 평가를 통해 입찰 경쟁자들보다 좋은 조건으로 수주에 성공했는지는 엄격하게 따져봐야 할 문제다.
한화그룹의 주력 금융계열사인 한화생명의 경우 지난해 ITO 운영지원과 관련한 사업에 모두 318억원을 한화S&C에 지급했다. 이중 수익계약이 2건, 지명경쟁입찰이 1건이다.
한화투자증권도 ITO 운영지원(현금 수의계약 방식) 71억원, 전산장비 유지보수(현금 경쟁입찰 방식) 49억원 등을 합쳐 120억8800만원을 한화S&C에 지불했다. 한화손해보험은 ITO 운영지원 (현금 수의계약 방식) 2건에 모두 140억7200만원을 한화S&C에 지급했다.
그런데 이 수의계약 방식의 계약구조는 한화S&C 뿐만 아니라 국내 대기업 계열 IT서비스회사들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방식이다. 일감몰아주기 의혹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구조이긴해도 현실적으로 이를 증명하기는 매우 어렵다는 얘기다.
롯데그룹의 IT서비스회사인 롯데정보통신의 경우 지난해 그룹 내부매출은 4558억원이다. 전체 매출액 5607억원의 거의 80%가 넘는다.롯데쇼핑 951억원, 롯데카드 849억원, 롯데손해보험 134억원 등 그룹 계열사를 대상으로 IT아웃소싱을 포함한 매출을 기록했다.
삼성SDS의 경우는 전체 매출액 4조5747억원중 삼성전자 매출 1조8418억원을 비롯해 그룹 내부거래 매출이 3조3346억원으로 역시 80% 이상이다. 삼성SDS는 공공IT사업을 포함한 일부 대외사업에서 철수했기때문에 내부거래 비중이 높을 수 밖에 없다.
이런 논리의 연장선상에서보면 한화S&C의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것과 일감몰아주기 의혹이 맞물려 제기되는 것은 보기보다 심각한 상황은 아니다.
다만 한화S&C는 지금까지 일감몰아주기와 의혹과는 전혀 다른 몇가지측면에서 논란의 여지를 여전히 남기고 있다.
김승연회장 세 아들로만 구성된 한화S&C의 지분구조, 그리고 이러한 한화S&C가 한화에너지와 에스아이티 등 알짜배기 계열사를 계속 자회사로 확장해 나가고 있기때문이다.
◆한화S&C, 공격적 계열사 늘리기...한화의 경영승계 방식’? = 이런 관점에서 한화그룹내에서 최근 주목받는 회사가 ‘한화에너지’다.
한화S&C가 100%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이 회사는 2014년 매출액 4594억원, 영업이익 1733억원, 당기순이익 1293억원의 뛰어난 실적을 기록했다. 매출액대비 28.2%의 당기순이익율을 기록했다.
한화에너지는 2007년12월 한화케미칼로부터 물적분할해 설립됐다. 에너지의 개발, 생산, 수송, 분배, 판매, 에너지 공급시설의 설치 및 운영 등이 사업 내용이다. 2010년부터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기존에는 한화케미칼(구 한화석유화학)이 51%과 군장열병합발전이 49%의 지분을 각각 가지고 있었으나 본격적으로 매출이 발생하기 시작한 2010년 이후 대주주가 한화S&C로 바뀌게 된다.
넓게보면, 현재 한화S&C는 그룹내 알짜기업인 한화에너지의 지분을 100% 소유하고 있어 단순한 IT서비스 계열사의 역할에 그치지 않고 있다.
더구나 한화에너지는 올해 삼성으로부터 인수한 삼성종합화학에 30%의 지분(인수가 5367억원)을 확보했다. 여기에 지난 9월, 한화에너지는 제어솔루션분야의 유력업체인 에스아이티의 지분 92.62%를 확보하는 등 에너지분야에서 급속한 확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분구조상 에스아이티는 한화S&C의 손자회사가 되는 셈이다.
결국 정리해보면, 김승연 회장의 세아들의 지분만으로 구성된 한화S&C가 한화에너지, 한화종합화학(구 삼성종합화학), 에스아이티 등 이미 에너지, 화학 분야의 알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형국이다. 한화그룹내에서 일종의 ‘한화S&C를 정점으로 한 화학 소그룹’이 점차 몸집을 불려나가는 모양새다.
현재 한화S&C는 한화에너지외에도 ㈜한컴(69.87%), 휴먼파워(100%), 한화큐셀코리아(2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한화그룹의 주력인 ㈜한화의 지분의 2.2%, 한화손보는 0.43%를 보유하고 있다. 기업분석 전문가들은 향후 몸집을 키운 한화S&C를 활용해 ㈜한화와의 지배력을 확보하는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화S&C가 소유한 계열사 지분의 장부가액은 올해 8월말 현재 3287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한화종합화학과 에스아이티 등 자회사인 한화에너지가 보유한 지분의 장부가액까지 더하면 직간접적으로 그 규모는 더욱 늘어난다.
한화S&C가 대주주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계열사들의 가치를 높인뒤 합병을 통해 한화S&C의 가치를 올리고, 궁극적으로 (주)한화와의 합병 등의 절차를 예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아직 한화그룹의 3세 경영승계 시나리오가 공식화된 적은 없다.
현재까지는 일종의 ‘한화만의 방식’으로 3세 경영승계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SDS, SK C&C가 자체 동력으로 외형을 키우고 회사 가치를 상승시켜 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지렛대로 활용하는 전략과는 다른 접근방식이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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