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기

스마트폰, 가격 올린 ‘애플’·가격 내린 ‘삼성’…왜?

윤상호
- 고가폰, 삼성전자 애플 양강체제 견고화…양사, 대립보다 시장 지배력 강화 초점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세계 스마트폰 1위와 2위 삼성전자와 애플의 하반기 대결이 본격화됐다. 삼성전자에 이어 애플이 신제품을 투입했다. 양사의 전략은 이전과는 다르다. 예전에 비해 몸을 낮춘 삼성전자와 콧대를 세운 애플이다. 포장은 다르지만 속은 같은 전략이다. 이들의 노림수는 무엇일까.

삼성전자는 올해 들어 고가폰 출고가를 낮췄다. 8월 출시한 ‘갤럭시노트5’ 출고가는 ▲32GB 87만8900원이다. 같이 나온 ‘갤럭시S6엣지 플러스’ 출고가는 93만9400원(32GB)이다. 예년에 비해 10만원 정도 낮다. 상반기 나온 ‘갤럭시S6’와 ‘갤럭시S6엣지’도 그랬다. 갤럭시S6와 갤럭시S6엣지는 최근 가격 조정을 통해 가격을 또 한 번 내렸다. 삼성전자는 프리미엄폰에서도 ▲갤럭시S6 ▲갤럭시S6엣지 ▲갤럭시노트5 ▲갤럭시S6엣지 플러스 순으로 단계를 줬다.

애플은 ‘아이폰6S’와 ‘아이폰6S플러스’를 통해 전작과 같은 값을 유지하는 전략을 폐기했다. 아이폰6와 아이폰5플러스도 이전 제품에 비해 가격이 달랐지만 화면이 커져 그랬던 것으로 이해됐다. 하지만 이번 가격책정으로 ‘신제품=가격인상’ 이미지를 심었다. 애플을 통해 구입하는 것보다 통신사를 통해 사는 것이 조금 저렴하다. 통신 3사의 출고가는 아이폰6S ▲16GB 86만9000원 ▲64GB 99만9900원 ▲128GB 113만800원 아이폰6S플러스 ▲16GB 99만9900원 ▲64GB 113만800원 ▲128GB 126만1700원이다. 애플 자급제폰보다 6~7만원 싸다.

한 쪽은 가격을 떨어뜨리고 한 쪽은 가격을 올렸지만 원하는 바는 같다. 양사 모두 ‘수익 극대화’가 목표다. 핵심은 집토끼 단속. 양사의 대결보다 양사의 지배력 확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다만 타깃의 성격이 다른 점이 전술 차이로 나타났다.

삼성전자 전술의 핵심은 ‘고가폰 박리다매’다. 타깃은 ‘애플 기기를 쓰지 않는 이’다. 즉 아이오에스(iOS) 운영체제(OS) 생태계에 녹아들지 않은 주로 안드로이드 OS가 되겠다. 스마트폰을 통틀어 삼성전자는 세계 1위다. 세계 1위 제품이 다른 회사 제품보다 싸다. 성능이 디자인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기왕이면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니 할 수 있는 전술이다. 애플 밖 생태계에서 규모의 경제도 갖추고 브랜드 가치도 가진 제조사는 삼성전자뿐이다.

애플 전술의 핵심은 ‘잠금(lock-in, 락인)효과 극대화’다. 타깃은 ‘애플 생태계 정착민’이다. 소위 애플빠 또는 애플마니아다. iOS와 해당 기기는 애플만 만든다. 값을 올려도 대안이 없다. 더구나 애플 생태계 적응자는 잘 나가지 않는다. 고가폰 시장은 포화다. 신규 수요 창출이 어렵다. 기기변경을 하는 기존 가입자에게 뽑아낼 수 있는 최대치를 끌어내야 회사가 큰다. 애플만 가능한 방법이다. 안드로이드 제조사가 이 짓을 했다간 매장이다.

한편 양사의 전략은 한국에 국한한 것이 아니다. 전 세계에서 동일하다. 전 세계 고가폰 분야서 경쟁사를 밀어내는 진입장벽이다.

삼성전자 이외 회사가 애플과 겨루는 일은 사실상 쉽지 않다. 그나마 겨뤄볼만한 상대는 삼성전자다. 삼성전자 고객을 뺐으려면 같은 값이면 삼성전자보다 좋은 성능을 같은 성능이면 삼성전자보다 낮은 가격에 제품을 선보이면 된다. 하지만 이러기엔 회사의 재무상태도 제품 연구개발(R&D)도 중과부적이다. 전투에선 승리를 거두더라도 전쟁에선 이기기 힘들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윤상호
crow@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