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국내 방송 생태계 뒤흔들 수 있을까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내년 초 한국 서비스를 앞두고 있는 세계 최대 인터넷 기반 TV 서비스 사업자인 넷플릭스가 국내 미디어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정확한 서비스 론칭 시점과 요금수준에 대해서는 함구했지만 시장에서 우려하는 점에 대해서는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국내 플랫폼, 콘텐츠 사업자와의 불협화음 가능성에 대해서도 “배우겠다”며 겸손한 자세를 취하면서도 해외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넷플릭스는 29일 오후 기자간담회를 갖고 넷플릭스 서비스 시연 및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8시까지 이어진 간담회 및 서비스 시연에서 넷플릭스는 세계 최대 온라인 TV 사업자의 여유를 잃지 않았다.
이날 조나단 프리드랜드 넷플릭스 커뮤니케이션 총괄 책임자는 "한국은 교육수준이 높고 인터넷 인프라도 어느 나라보다 훌륭하다"며 "넷플릭스가 자체 제작한 콘텐츠 선호도도 높다"고 치켜세웠다.
넷플릭스 어떤 사업자인가
1997년 약 10년간 우편 DVD 사업으로 명맥을 이어갔다. 회사명칭처럼 인터넷을 통한 서비스는 2007년부터 시작됐다. 월 10달러 미만의 저렴한 요금, 간편한 가입 및 해지, 이용자 친화적인 인터페이스를 앞세워 전 세계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60개 이상 국가에서 6900만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에서 회원수만 4300만명이다. 인터넷 기반 TV 서비스 분야에서는 독보적인 선두기업이다.
넷플릭스는 가장 중요한 전략으로 전통 TV에서는 누릴 수 없는 유연성을 꼽고 있다. 인터넷이 연결된 대부분 디바이스에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끊김 없고 디바이스간 연결된 서비스에 강화된 개인화 등이 장점이다. 대부분 방송서비스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광고도 서비스 약정 등도 넷플릭스에서는 찾을 수 없다. 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자체 제작한 프로그램에도 상당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넷플릭스의 가장 큰 장점은 가격이다. 미국의 스탠다드 상품의 경우 월 7달러99센트에 불과하다.
한국에서도 성공할 수 있을까?
하지만 무수히 많은 넷플릭스의 장점이 과연 한국시장에서도 통할지는 미지수다.
일단 넷플릭스의 최대 강점인 가격이 한국에서는 그다지 큰 장점이 아니다. 해외의 경우 방송상품 가격이 워낙 비싸지만 한국 유료방송 가격은 넷플릭스 요금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또한 국내 보다는 해외 콘텐츠가 많은 만큼, 국내 시청자 정서와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올해 6월 국회서 열린 관련 토론회에서 지상파 방송사 SBS의 성회용 미디어사업국장은 "한국에서는 몇 백억 들인 드라마도 주부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면 실패할 수 밖에 없는 시장"이라며 "소비하는 콘텐츠가 다르기 때문에 넷플릭스 할아버지가 와도 한국에서는 성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 말하기도 했다.
프리드랜드 총괄은 "넷플릭스가 독점으로 제공하는 콘텐츠도 있다"며 "콘텐츠가 좋고 편리하고 마음에 들면 채택해주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한국 방송상품 가격이 낮다고 가격 경쟁을 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해묵은 망중립성 논쟁도 다시 불거질 수 있다. 넷플릭스는 자체 제작하는 콘텐츠는 모두 UHD로 제작한다. 엄청난 트래픽을 유발할 수 있다. 통신사와 갈등은 불가피하다. 넷플릭스가 슬기롭게 논쟁을 피해갈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한국시장 파트너는 누가될까
물론 국내에서도 주문형비디오(VOD) 시청이 보편화되면서 콘텐츠 가격 지불에 대한 저항감이 많이 낮아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넷플릭스가 지상파 등의 실시간 방송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넷플릭스가 기존 유료방송을 대체할 수는 없다. 결국 월 1만원 수준의 VOD 가격을 받기 위해서는 국내 지상파 및 주요 PP들의 콘텐츠를 확보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국내 방송사 및 플랫폼 사업자와의 협업에 대해서는 극도로 말을 아꼈다. 서비스 론칭 시점이 임박해야 협력관계에 대해 공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프리드랜드 총괄은 "다른 나라에서도 기존 방송국들이 처음에는 우리를 잘 모르고 두려움으로 바라봤지만 시간이 지난 후 잘 협력이 됐다"며 "넷플릭스의 국제시장 영향력을 감안할 때 현지 방송국들도 세계시장 진출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들을 했다"고 설명했다.
해외진출을 노리는 지상파나 대형 PP들은 넷플릭스의 플랫폼이 탐날만 하다. 하지만 자칫하다 서비스 주도권을 내줄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한국 방송시장 새로운 생태계 만들어낼까
넷플릭스의 국내 진출로 활기를 띄고 있는 국내 VOD 시장에도 새로운 전기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다. 유료방송 월 요금과 비교하면 싼 편으로 볼 수 없지만 VOD로 시장을 국한하면 그리 비싼 요금도 아니다. 영화와 지상파 방송 콘텐츠를 중심으로 VOD 시장이 돌아가고 있지만 단편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지적이 많다. 지상파의 인기 콘텐츠는 편당 1500원이다. 넷플릭스는 특정 콘텐츠만 별도로 가격을 지불하지 않는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모든 콘텐츠를 이용하는데 들어가는 돈은 7달러99센트가 전부다. 채널당, 또는 지상파 방송만 보는데 월 5000원 이상을 요구하는 국내 방송시장에 비해 가격경쟁력을 갖춘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지상파 방송사와 유료방송사간 VOD 콘텐츠 대가를 놓고 분쟁이 벌어지고 있는 만큼, 넷플릭스가 지상파 방송사의 새로운 파트너가 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물론 7달러99센트 요금을 감안할 때 지상파가 가져갈 몫은 현재보다 훨씬 줄어들 수 있다.
특정 통신사 등과 손잡을 경우 다양한 협업이 가능하다. 넷플릭스 요금제가 등장할 수도 있다. 콘텐츠 경쟁력이 부족한 방송사는 넷플릭스의 콘텐츠가 탐날 수 있다. 하지만 지상파는 직접수신하고 유료방송을 해지하는 시청자들이 나타날 수도 있다. 이래저래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국내 방송사 및 플랫폼 사업자와의 협업은 결국 수익분배가 될 가능성이 높다. 자칫 자신의 시장을 내줄 수 있다는 점에서 넷플릭스라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아직 예측하기 어렵다.
이런 저런 전망에도 불구, 넷플릭스는 고집해온 비즈니스 모델을 고수할 전망이다.
프리드랜드 총괄은 "우리의 비즈니스는 예나 지금이나 같다. 우리가 어떤 비즈니스를 하는지 누구나 알고 있다. 우려되는 문제는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리고 우리와 파트너십을 맺은 통신사나 케이블 사업자도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일하는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최고의 방법으로 자유롭게 시청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다"고 말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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