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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래한 '차세대의 시대'…금융권, 왜 다시 빅뱅인가

이상일

[대한민국 '금융IT뉴스' 전문 포털 , 디지털금융]

많게는 수천억원의 비용이 투입되는 금융회사의 차세대시스템 사업이 다시 금융 IT분야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앞서 지난 10여년간 국내 금융권에서 진행됐던 초기 차세대시스템 사업들은 시행착오와 몇가지 실효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으로 평가할만한 소중한 자산을 축적했다.

최근 비대면중심의 디지털 금융시대가 본격적으로 개화하고, 또한 기존의 차세대시스템의 사용연한이 10년차로 접어들어 노후화되면서 금융권은 새로운 기능과 서비스를 수용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차세대시스템 구축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금융시스템 환경이 완전히 개방형으로 전환되면서 이전과는 전혀 다른 구축 방법론과 기능을 요구하고 있다. '왜 2기 차세대 또는 포스트 차세대를 추진해야하는가'에 대한 논의가 자연스럽게 모아지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금융>은 서비스 출범 기획으로 우리 나라 금융 차세대시스템의 미래와 현황, 그리고 해결과제등을 3회에 걸쳐 알아본다.<편집자>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국내에서 금융 차세대시스템 구축 방법은 ‘빅뱅’으로 정리된다. 빅뱅 방식은 18개월 이상의 장기간이 소요되고 투입인력도 100여명 이상 대규모로 진행되는 한편 비용은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에 이르는 대공사다.

대공사다 보니 벌어지는 사건, 사고도 많았다. 일정 지연, 예산 초과, 장애 발생은 공통적인 현상으로 치부되고 사업자 교체 및 소송 진행도 잊을만하면 반복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금융사들을 빅뱅 방식으로 시스템 구축을 진행해 왔다. 차세대 프로젝트를 잘못 먹었다가 회사가 흔들리는 경우도 적지않았다.

물론 국민은행, 기업은행 등 일부 은행들은 단계별 접근을 시도하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빅뱅방식의 접근이 일반적이었다. 빅뱅방식은 지난한 개발 과정을 포함하고 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개발 과정을 일원화할 수 있고 공정 관리가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한편으론 금융회사가 차세대시스템을 '빅뱅' 방식으로 선택하게 되면 IT업체들에게도 민감할 수 밖에 없다. 프로젝트 투입 비용 단위가 커지기때문에 자연스럽게 대형 IT서비스업체들 위주로 주사업자 라인업이 짜여지기 때문이다.

최근 340억원 규모로 차세대시스템 사업을 추진하는 저축은행중앙회만 보더라도 연매출 100억원 이상, 최근 3년간 흑자, 금융권 차세대시스템 수행 경험 등을 입찰 조건으로 제시했다. 사실상 중견 IT서비스 이상의 업체들만 레이스에 참여할 수 있다.

반대로 빅뱅방식이 아닌 점진적 방식으로 차세대 프로젝트를 진행할 경우에는 이처럼 IT업체의 제약이 크게 줄어드는 장점이 생긴다.

예를들어 특정분야에 특화된 기술력을 가진 IIT서비스업체나 전문화된 애틀리케이션 개발업체들, 소프트웨어업체들이 유기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넓어질 수 있다. 이런점에서 봤을때, 빅뱅 방식위주로 흘러가는 2기 차세대시스템 구축 방식은 IT업계 전체적으로 봤을땐 아쉬운 부분이다.

◆조직 문화 등 이유로 금융권 빅뱅방식 선호 = 특히 국내 금융사처럼 태스크포스(TF)를 중심으로 프로젝트가 추진되는 업무 특성상 일거에 시스템을 구축하고 다시 현업으로 업무 복귀하는 기업의 업무 프로세스가 일정 부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LG CNS 은행사업팀 김창훈 부장은 “인력, 기간, 비용문제 때문에 점진적 구축으로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어렵고 각 시스템간의 복잡한 인터페이스, 데이터 변환/역변환 등의 문제가 있다”며 “또, 경영층 등 고위 임원 임기 내에 가시적 성과를 보여야 하는 조직 문화도 빅뱅방식이 선호되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SK 프리미엄서비스팀 문용준 부장도 “국내는 금융권 비즈니스 상 기존 업무를 통합해 개발하므로 빅뱅기준으로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은행권을 제외하고 2금융권. 특히 보험업계에서는 빅뱅 방식 이외의 방법이 모색되고 있어 주목된다.

LIG시스템 관계자는 “최근에 차세대를 추진 중인 현대해상도 업무를 5~6개 모듈로 나눠서 점진적 구축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보험회사의 시스템이 규모나 복잡도 측면에서 현업부서나 이행업체나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커지고 복잡해 졌기 때문”이라며 “차세대 시스템의 구축을 추진한다면 이제 빅뱅은 어렵지 않을까 예측한다”고 밝혔다.

<표>차세대시스템 구축 방식 비교

구축방식

탄생 배경

장점

단점

빅뱅

-치열한 경쟁환경에서 낙후된 시스템을 단기간에 고도화 할 필요성 대두.

-단기간 가시적 효과를 요구하는 한국기업의 독특한 경영 문화.

-상품의 융복합화와 판매채널의 다양화같은 외부환경에 능동적 대응 가능

- 중복개발을 지양해 운영효율성 증대

-통합개발로 종합적인 리스크관리가 가능함

-수 천억 원의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고, 프로젝트 실패 시 커다란 손실이 예상

-IT 조직의 영향력이 현업에 비해 기업 내에서 약하기 때문에 장기간에 걸쳐 시스템 구축을 진행하며 현업 조직을 통제하기 어려움

점진적 구축

-장기간 구축과정에서 오는 피로도, 현업 간 잡음 해소.

-대규모 자본이 한번에 투입돼는 데 대한 부담.

-대규모 변경으로 인한 영향범위를 축소할 수 있고 불확실성에서 오는 리스크 요인을 많이 제거할 수 있음

- 분할발주를 통한 비용절감 효과

-변화관리 등 프로젝트 관리 어려움.

-문제 발생시 책임소재 가리기가 쉽지 않음.

-리스크 관리가 느슨하게 진행될 우려.

◆2금융 중심으로 대안 모색 활발=실제 비교적 최근에 프로젝트를 완료한 동부화재나 현대해상이 차세대 구축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점을 감안하면 보험업계의 차세대 시스템 구축은 대안이 마련돼야할 시점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점진적 구축을 통해 대규모 변경으로 인한 영향범위를 축소할 수 있고 불확실성에서 오는 리스크 요인을 많이 제거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국내 보험업계보다 역사가 깊은 미국이나 유럽 등의 메이저 회사들도 빅뱅방식의 신규 시스템 도입을 포기한지 오래되었다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미 다른 보험사가 도입한 시스템을 그대로 이식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지난 2009년 메트라이프생명이 미래애셋생명의 차세대시스템 라이선스를 시스템 구축에 성공한 이후 외국계 보험을 중심으로 시스템 라이선스 도입 방식의 차세대시스템 구축은 꾸준히 모색돼 왔다.

이후 PCA생명과 라이나생명, AIA생명 등이 기존에 구축된 차세대보험시스템을 그대로 자사 시스템에 접목하는 방향으로 사업제안서 발주에 나서면서 이러한 차세대시스템 구축 방식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 갈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의 경우도 광주은행이 전북은행의 차세대시스템 결과물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차세대시스템 구축에 나서는 등 차세대시스템 구축의 다양성이 서서히 확보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인터넷전문은행의 출범 가시화와 은행 및 증권, 보험 등의 찾아가는 영업 서비스가 본격화되면서 새로운 차세대시스템 구축 방법이 모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투이컨설팅 김인현 대표는 “그동안의 차세대가 비즈니스를 IT로 가져오는 것, 즉 코어뱅킹 등 운영 프로세스를 IT화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제는 데이터를 분석하기 위한 IT가 중요한 쟁점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러한 데이터 분석을 위한 IT 구현을 위해 MCA-상품팩토리로 이어지던 차세대시스템의 주요 특징은 ‘디지털 플랫폼’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금융이 제조, 유통, 학교 등 다양한 사업군과 연결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란 설명이다.

김인현 대표는 “페이팔 등 글로벌 결제 기업들은 오픈 API, 즉 애플리케이션을 자체 개발하기 보다 데이터를 서드파티에 주면 그들이 개발하는 방식을 10년 이상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데이터를 비즈니스 프로세스에 내재화할 수 있는 역량을 자체, 혹은 외부에 맡길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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