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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걸린 김기사? 록앤올 ‘감정적 대응’ 빈축

이대호

- T맵 DB, 월 400만원 시중가 10% 가격에 제공받아
- SK플래닛 “벤처 지원 노력 폄하돼, 대단히 유감”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T맵 지도 데이터베이스(DB) 무단 사용’과 관련해 소송을 당한 록앤올(대표 박종환, 김원태)이 대기업과 벤처 구도를 내세워 ‘갑질의 피해자’가 된 듯한 감정적 대응에 나서 도마에 올랐다.

록앤올은 3일 SK플래닛이 제시한 T맵과 김기사 간 워터마크(불법복제를 막기 위한 특별한 표시) 중복 사례에 명확한 입장 발표 없이 “소송을 제기한 것은 대기업이 벤처의 성장을 가로막는 행위”라며 계약 관계에 근거한 논리적 대응은 뒤로하고 감정에 호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SK플래닛이 T맵 고유의 워터마크가 김기사 지도에서 여러 개 발견됐다고 증거를 대외에 공개하자 록앤올은 기존의 강경 입장에서 “확인이 필요하다”며 한발 물러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SK플래닛 측은 중복 워터마크 수십개를 법원에 증거로 제출한 상태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국내 유수 내비게이션 업체 관계자는 “이번 일과 유사한 문제가 예전에 많았고 그래서 지도 DB에 워터마크가 들어가기 시작했다”며 “여러 개의 워터마크 같다는 것은 원도(元圖, 최초의 도면)를 가져다 썼다는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SK플래닛이 공개한 T맵과 김기사 간 중복 워터마크 사례 일부
SK플래닛이 공개한 T맵과 김기사 간 중복 워터마크 사례 일부
특히 이번에 록앤올이 입장 발표를 통해 억울하다고 호소하는 부분은 ‘지도 DB 사용료’다. SK플래닛이 일방적으로 2.5배의 DB 사용료를 요청해 합의했다는 주장이다. 이 부분에서 록앤올은 SK플래닛로부터 시중 가격의 10분의 1 수준인 월 400만원에 T맵 DB를 제공받았다는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SK플래닛 측은 “벤처 지원 차원에서 처음에 워낙 싸게(시장가 10%) DB를 지원했다”며 “2013년 1월 김기사 등 모바일 내비가 주목받고 폭발적으로 이용자들이 늘어나기 시작할 당시 월 1000만원으로 DB 사용료 합의가 됐다. 이 부분을 우리가 일방적으로 2.5배 가격을 올렸다고 그쪽이 주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SK플래닛 측은 “(400만원 대비) 2014년 1월에 3.75배(월 1500만원)로 사용료가 인상됐다고 하는 부분도 국내 유수 기업들에게 제공하는 가격 대비 절반”이라며 분명히 했다.

오히려 SK플래닛 측은 “벤처 지원 차원에서 시장가보다 싸게 줬다. (기존 사용료 언급 없이) 나중엔 일방적으로 가격인상을 요청한 것이 되고 합의가 협박으로 바뀌었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SK플래닛은 “그간의 벤처 지원 노력들이 폄하되고 지식재산권 보호 요청들이 대기업의 횡포로 왜곡되는 것에 대해 대단히 유감”이라며 “본질을 벗어난 소모적인 논쟁보다는 당초 계약 종료시 합의한 대로 T맵 전자지도DB의 즉각적인 교체를 재차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지난 사실관계를 놓고 보면 SK플래닛은 김기사의 성장을 막았다기보다는 오히려 발전에 기여했다.

이 부분은 내비게이션 업체 관계자도 인정했다. 이 관계자는 “T맵이 워낙 인기가 있었지만 특정 통신사용이었는데 T맵 원도를 가져다가 김기사라는 애플리케이션으로 구현해 타 통신사 이용자들에게 어필한 것으로 안다”며 “(SK플래닛이 록앤올에 제공한) 원도 사용료가 월 400만원이라는 것은 엄청나게 싼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통신사, 포털 등 원도를 자체 구축해 가진 곳은 몇 군데 되지 않는다”며 “전자지도에서 UI(사용자환경) 등 보이는 부분은 빙산의 일각이다. 배경 데이터와 네트워크 데이터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엄청나게 방대한 데이터들의 조합인 원도를 (개별 사업자가) 구축하기 위해선 5~10년이 걸린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업계 현황을 전했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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