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탐구

승부사 이상철 LGU+ 부회장, 6년만에 야인으로

채수웅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이 6년 임기를 뒤로 하고 CEO 자리에서 내려왔다.

LG유플러스는 27일 이사회를 열고 신임 대표에 그룹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한 권영수 전 LG화학 사장을 선임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6년간의 성과의 공을 임직원들에게 돌렸다.

그는 27일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하는 것마다 세계 최초와 일등이랑 타이틀이 붙었고 해외에서 우리의 상품을 배우고, 구매하는 계약이 몰려들었다”며 “이 모든 불모지 같은 곳에서의 성과가 LG유플러스 여러분의 눈물과 땀으로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1996년부터 2000년까지 LG텔레콤의 경쟁사인 KTF 사장으로, 2001~2002년에는 KT 사장으로 재임한 바 있다. 2002~2003년에는 정보통신부 장관을 역임했다.

이상철 부회장이 다시 통신사 CEO로 부임하던 당시는 통신사간 합병이 유행처럼 진행되던 시기다. 2008년에는 SK텔레콤이 하나로텔레콤(현 SK브로드밴드)을 인수했고 2009년에는 KT와 KTF 합병이 단행됐다. 결국, 2010년 LG 계열 통신 3사도 하나로 뭉쳤다. 이상철 부회장은 2010년 LG텔레콤, LG데이콤, LG파워콤 합병법인인 통합LG텔레콤의 초대 CEO로 부임했다.

이상철 부회장은 전직 KT 사장에 정통부 장관 출신이라는 점에서 비슷한 경력을 지닌 이석채 전 KT 회장과 비교되기도 했다.

만년 3위 LG유플러스를 LTE 시대에서는 대등한 경쟁선상에 올려놓았다는 평가를 받는 이상철 부회장이지만 부임 초기에는 상당히 고전했다. 만년 3위 이미지를 깨기 위해 사명도 현재의 LG유플러스로 변경했다. 이 때부터 탈통신도 외치며 성장의 강한 의지를 내비췄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가난의 대물림’이라는 단어를 써가며 정부에 읍소하기도 했다.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이나 KT와는 달리 통신기술방식이 달라 애를 먹었다. 3G 시대가 열리며 경쟁사들은 WCDMA로 치고나갔지만 LG유플러스는 2G의 연장선상인 리비전A였다. 회사는 합쳐졌지만 여전히 품질은 가장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을 수 밖에 없었다. 통신기술의 다름으로 경쟁사들이 가진 아이폰도 유통 할 수 없었다.

이에 이상철 부회장은 LTE에 올인했다. 이상철 부회장은 2011년 7월 LTE 상용서비스에 돌입하면서 “그동안 트랙에서 같이 뛰는데 반 바퀴 뒤에서 뛰고 있었다”며 “하지만 LTE는 새로운 게임, 같은 선상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1등을 못할 이유가 없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실제 LG유플러스는 KT가 2G 종료에 어려움을 겪으며 주춤하는 사이 치고나갔다. LTE 시장 초기에는 SK텔레콤과 선두경쟁도 펼쳤다. 낮은 가입자당매출도 끌어올리며 만년 꼴찌 사업자의 모습도 지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부회장 스스로도 9개월 만에 9만개의 기지국을 설치한 기록이 기네스북에 오른 것을 비롯해 포화된 이동통신 시장에서 200만명 순증, 기업 부문에서의 시장점유율 확대 등을 성과로 꼽았다.

중간중간 위기도 있었다. 소위 잘나가다보니 LG그룹의 실세들의 견제도 있었다. 사실 이 부회장은 그룹에서는 철저한 외부인었다. LG그룹에서 지분이 없었다. 취임당시 이상철 부회장의 임기는 5년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3년 CEO 임기에 2년은 고문 등과 같은 역할을 맡는 식이었지만 ‘대체불가’라는 평가를 받으며 6년간 CEO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다만 LTE 전환 이후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에는 어려움을 겪었다. 취임당시 부터 강조한 탈통신은 별다른 진전이 없다. LTE 선점효과도 사라졌다. 그룹의 휴대폰 사업의 어려움도 부담이다.

이상철 부회장은 업계에서도 알아주는 동양철학의 대가이다. 관상에도 능통해 직접 신입사원 면접을 보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관심법으로 시장을 내다본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었다. CEO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았다면 이상철 부회장은 어떤 그림을 그려 위기를 돌파하려 했을까. 남은 숙제는 권영수 부회장의 몫이 됐다.

이 부회장은 “LG유플러스를 떠나지만 여러분에게 LTE를 넘어 또 한 번 더 큰 도약이라는 숙제를 드리려 한다”며 “새로 오는 CEO를 중심으로 새롭고 위대한 기업을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채수웅
woong@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