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사업팀 신설한 삼성전자…의미와 과제는?
삼성전자가 9일 조직개편과 보직인사를 실시했다. DS부문은 반도체 산업 격변기에 대비해 내부 조직운영 효율화, 안정화, 생산성 향상에 집중하고 경쟁력을 확보하는 신사업 전담 조직을 신설, 사업 기회를 선점할 계획이다.
특히 전장사업팀을 신설하고 권오현 부회장이 관장하도록 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자동차 전장사업 진출을 위해 전사조직에 전장사업팀을 신설한다. 단기간 내 전장사업 역량 확보가 목표”라며 “초기에는 인포테인먼트, 자율주행 중심으로 역량을 집중하고 향후 계열사간 협력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전장사업팀 실설은 삼성전자가 성장 동력으로 자동차를 점찍었다는 의미로 이전부터 차근차근 준비되어 왔다는 점에서 놀라운 일은 아니다. 단기간 내 역량을 확보하겠다는 것도 그만큼 전사적으로 준비가 잘 되어있다는 방증이다. 삼성그룹으로 넓혀서 보면 전기차를 만드는데 큰 걸림돌이 없다. 인포테인먼트와 텔레매틱스는 삼성전자가 담당하고 배터리는 삼성SDI, 소재는 삼성정밀화학, 각종 부품은 삼성전기가 생산할 수 있다.
다만 당장은 전장부품 세일즈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독일 자동차 업체인 아우디에 차량용 반도체를 공급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20나노 LPDDR4 D램, 10나노급 eMMC(낸드+컨트롤러, 모바일 내장메모리) 5.1 제품이 대상이다.
그동안 아우디의 인포테인먼트에 쓰이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는 엔비디아가 공급해왔다. 저장장치는 주로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를 사용했는데 이번 삼성전자와의 협업을 통해 인포테인먼트는 물론 텔레매틱스 성능을 한층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D램, 낸드플래시뿐 아니라 AP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까지 손길을 뻗칠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전기차 역량 강화에 나설 듯
삼성전자 자체적으로 자동차용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이나 미세전자기계시스템(MEMS) 개발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이전에도 국산 자동차용 반도체가 개발됐다고는 하지만 안전이나 엔진, 몸체와는 거리가 먼 것들이다. 인포테인먼트나 운전자를 보조하기 위한 장치이기 대부분이다. 삼성전자가 아우디에 공급한 부품도 마찬가지다. 업계에서는 지금부터 제대로 시작한다고 해도 엔진과 안전에 적용되는 자동차용 반도체를 개발하려면 최소 20년은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자동차용 반도체 개발은 단기간에 성과를 얻기가 어렵다. 실제로 지난 2003년 정부는 ‘10대 차세대 성장동력사업’을 추진하면서 자동차용 반도체를 함께 선정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그룹 내 부품회사인 현대모비스가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정부도 50억원의 자금을 지원했으나 이렇다 할 결과물은 나오지 않았다. 자동차 기술 유출과 투자 위험 문제 등에서 접점을 찾지 못한 것이 이유였다. 이후 현대자동차는 현대오트론을 설립하고 MCU 개발을 마쳤으나 이 정도로는 큰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다.
그래서 수장으로 임명된 박종환 부사장의 역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생활가전에서 잔뼈가 굵은 박 부사장은 컴프레서 전문가다. 컴프레서는 냉매를 압축, 냉장고나 에어컨을 비롯해 주요 생활가전에 쓰이는 핵심 부품이다. 밖에서 보면 그저 거무튀튀한 금속 덩어리처럼 생겼지만 내부는 복잡한 메커니즘의 결정체로 자동차 엔진과 원리나 역할이 같다. 최근에는 인버터 기술을 접목한 친환경·고효율 모델 개발이 트렌드다.
MCU는 특정 시스템을 제어하기 위해 만들어진 반도체를 말한다. 최근 선보이는 컴프레서는 BLDC(Brushless Direct Current)모터가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기존에는 AC모터를 주로 이용했지만 최근에는 BLDC모터를 통해 전력소비량은 물론 진동과 소음을 대폭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BLDC모터는 AC모터보다 가격이 비싸고 제어가 까다롭다. 개발을 위한 다양한 소프트웨어 기술력이 필요한 것도 문제다. 삼성전자의 경우 ‘컴프레서↔BLDC모터↔MCU’를 망라하는 종합적인 개발 능력을 갖추고 있다. 전기차는 배터리와 함께 인버터 기술을 구현하기 위한 BLDC모터, 그리고 이를 제어하는 MCU에 따라 전반적인 성능에 영향을 끼친다. 박 부사장에게 전장사업팀을 맡긴 것도 컴프레서가 전기차와 비슷한 구석이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향후 전장사업팀의 과제는 전사가 갖춘 제품을 얼마나 잘 엮어주느냐에 달려 있다. 원만한 의사결정과 함께 독자적인 연구개발(R&D) 결과물을 수년 이내에 내놓을 수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수환 기자>shulee@insightsemic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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