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호 칼럼

[취재수첩] 원교근공(遠交近攻)

윤상호
- KT 4배 빠른 LTE 커버리지 3등, 각성 계기 삼아야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원교근공(遠交近攻). 중국 전국시대 고사다. 먼 나라와 친하고 가까운 나라를 쳐서 점차로 영토를 넓힌다는 뜻이다. 전국시대 진나라의 국시로 중국 전토를 처음으로 통일하는 기반이 된 외교정책이다. 외교에서 유래된 말이지만 다양한 분야에서 암시하는 바가 큰 말이기도 하다.

평창올림픽이 2년 앞으로 다가왔다. 국내 통신사는 2018년 올림픽을 계기로 세계 최초 5세대(5G) 이동통신 서비스를 선보이기 위해 각축을 벌이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KT다. KT는 5G를 4세대(4G) 이동통신 경쟁에서 뒤쳐졌던 실패를 만회할 호기로 보고 있다. 2018년 시범서비스 2020년 상용화가 목표다.

5G는 아직 국제 표준이 정해진 상태가 아니다. 2020년 상용화를 하더라도 얼마나 많은 사람이 5G로 넘어갈지 예상할 수 없다. 개인(B2C)서비스로 5G가 필요한지도 검증이 필요하다. LTE 속도도 충분히 빠르다. 최소 향후 5년의 경쟁은 5G가 아닌 4G에서 이뤄진다. 이는 5G 경쟁에서 앞서가는 것도 필요하지만 4G 경쟁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또 한 번 KT가 우선순위를 잘못 판단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작년 말 발표한 ‘2015년도 통신서비스 품질평가 결과’는 이러한 우려의 근거 중 하나다.

작년 통신 3사는 4배 빠른 LTE 세계 최초 상용화를 두고 난타전을 벌였다. 세계 최초 상용화를 내세운 SK텔레콤에 대해 KT와 LG유플러스는 소송으로 맞붙었다. 특히 KT는 조목조목 따져가며 SK텔레콤이 거짓을 말하고 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SK텔레콤이 세계 최초 마케팅을 접고 KT가 작년 10월 소송을 취하하며 일단락 됐지만 뒷맛은 개운치 않았다. 이들이 싸웠던 이유가 소비자를 위한 것이었는지 남의 회사 발목을 잡기 위한 것이었는지 명확치 않았기 때문이다.

미래부 평가에는 4배 빠른 LTE 서비스 범위, 즉 커버리지 평가가 포함됐다. 전국 기준 KT의 커버리지는 19.42%. SK텔레콤 51.4%와 LG유플러스 34.59%와 차이가 크다. 단순 계산으로 SK텔레콤은 2명 중 1명 LG유플러스는 3명 중 1명은 4배 빠른 LTE 혜택을 보지만 KT는 5명 중 1명만 수혜를 입는다. 수치가 공개된 LTE 서비스 품질은 다운로드는 SK텔레콤이 업로드는 LG유플러스가 1등이다.

황창규 KT 대표는 2016년을 맞아 임직원에게 보낸 메일에서 ‘고객인식 1등’이 되자고 역설했다. 품질 기술 상품 고객서비스 등 모든 측면에서 최고로 인정받을 수 있어야한다고 당부했다. 가까운 고객에 잘해야 미래의 고객도 모이는 것이다. 고객인식 1등을 위해선 5G도 좋지만 4G는 기본이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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