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승장구 모바일 뱅크, 은행 혁신 기폭제 될까?
우리은행의 ‘위비뱅크’, 하나은행의 ‘1Q뱅크’, 신한은행의 ‘써니뱅크’로 시작된 은행권 ‘모바일 뱅크’ 서비스가 대구은행의 ‘아이엠뱅크’ 등 지방은행으로까지 빠르게 확산되며 올 한해 디지털 뱅킹의 주요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본래 모바일 뱅크는 올 하반기 본격 서비스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시중은행들의 대항마 성격이 강하다. 100% 비대면으로 계좌개설이 가능하고 고객들의 금융니즈가 큰 환전, 소액 중금리 대출 및 간편 해외송금 등 특화서비스를 강화했다.
이처럼 모바일 뱅크가 내세우는 특화 서비스는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시중은행과 차별점으로 내세우는 장점들을 대부분 흡수한 모양새다.
성적도 나쁘지 않다. 우리은행 위비뱅크는 출범 반년 만에 중금리 대출 누적기준 총 780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그동안 은행권의 사각지대에 있었던 중금리 대출에 대한 성공이 다른 은행에도 자극을 주고 있다.
그렇다면 은행들의 모바일 뱅크는 어디까지 진화할 수 있을까? 대부분의 금융권 관계자들은 은행의 모바일 뱅크는 태생적인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위비뱅크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우리은행도 위비뱅크를 사업부 차원의 틈새 비즈니스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물론 우리은행은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기존 스마트금융사업단을 스마트금융사업본부로 격상시키며 비대면채널에 대한 지원을 보다 강화하며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하지만 이 조차도 은행 고유의 업무를 건드리지 않는 한에서 진행되는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모바일 뱅크가 중금리 대출 등 특화 서비스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결국 은행의 메인 비즈니스를 건드리는 것을 경계하는 모양”이라며 “모바일 뱅크가 은행의 핵심 업무까지 수렴해야 은행의 혁신이 이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은행의 각 부서는 새로운 채널이 등장할 때마다 부서 간 융합보다는 서로의 이해타산에 맞춰 바라보는 성향이 있다. 예를 들어 올해 3월 본격 서비스될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와 같은 경우도 은행 부서간 이견을 조율하는 것이 상당히 힘들게 전개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자산관리, 대출부서 등 이해관계가 다른 부서끼리 하나의 서비스를 만든다는 것은 상당한 조율이 필요한 작업”이라며 “탑다운 형태의 업무지시가 내려지지 않는 한 신규 채널의 안착은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현재 서비스되고 있는 모바일 뱅크가 탑다운(Top down)이 아니라 현업 부서에서 먼저 제안해 서비스 된 바텀업(Bottom up) 방식이라는 점도 주목된다. 결국 금융 서비스에 대한 이해를 누구 보다 잘 알고 있는 현업 부서에서 먼저 제안된 새로운 채널 서비스가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바텀업 방식으로 제안된 새로운 금융 채널 서비스가 안착하기 위해선 경영진의 적극적인 육성의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인터넷전문은행 등 새로운 금융환경 변화가 예고되고 있는 상황에서 무엇보다 고객의 니즈와 금융 서비스를 잘 알고 있는 현업의 사업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것이 은행 경영진의 주요 화두가 될 것이란 지적이다.
특히 이러한 신 채널 서비스에 대해서 은행들이 기존과 같은 관점에서 접근하면 성공하기 쉽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핀테크로 인해 뱅킹 등 은행들의 고유 업무서비스가 새로운 채널로 이전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 은행들의 혁신을 이끌어내기 위해선 모바일 뱅크와 같은 신채널 서비스가 은행 고유의 업무까지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해야 한다는 것이 금융 IT업계의 전망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존 스마트 뱅킹이나 인터넷 뱅킹과 같은 관점에서 모바일 뱅크를 보면 안된다. 모바일 뱅크는 완전히 다른 은행의 차세대 채널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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