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北 미사일 사태후 中 리스크 고조…IT수출 후폭풍 우려

박기록

- 마늘파동 재연 우려속, 중국 무역보복 가능성은 높지 않을것 전망

- IT수출비중 큰 중국, 정치적 리스크 고조 큰 부담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설연휴가 끝나면 ‘북한 미사일’ 사태에 따른 후폭풍이 우리 경제및 IT산업 전반에도 영향이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 설연휴 기간이라 이렇다할 IT 업계의 반응이 집계되지는 않고 있지만 대(對)중국 수출 비중이 큰 IT업계의 긴장감도 고조될 수 밖에 없는 흐름이다.

특히 이번 사태로 한-미 당국자들의 입을 통해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배치 협상이 탄력이 받는 모습을 보이자 이에 중국측이 즉각 부정적인 견해를 내놓으면서 심상치 않은 기류가 전개되고 있다.

앞서 지난 1월초, 북한의 수소폭탄 실험 이후 한미간 사드배치 논의가 불거지자 우리 나라에 대한 중국측의 ‘경제보복’시나리오가 이미 제기된 바 있다. 이번 사태로 인해 상황은 더욱 악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경제보복 시나리오에 대후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긴 하지만 아직까지는 중국 외교부 등 당국자의 입에서는 ‘경제보복’이라는 단어가 직접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는 점에서 과거 ‘마늘파동’때와는 돌발적 상황이 나올 가능성이 비교적 적다는 분석이다.

◆사드 배치시 중국 경제 보복? = 앞서 윤병세 외교부장관도 지난 8일, 긴급소집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사드의 한반도 배치시 중국의 경제 보복'과 관련한 의원들의 질의에 “우려를 표명한 것 외에는 구체적 사안에 대해 듣고 있는 것은 없다”고 답변했다.

‘마늘파동’이란 지난 2000년, 저가의 중국산 마늘이 물밀듯이 밀려들어와 국내 농가의 피해가 확산되자 우리 정부가 긴급조치로 세이프가드를 발동해 기존 30%대 관세율을 315%로 올려 방어에 나섰고, 이에 중국측이 보복으로 휴대전화 등 한국산 제품의 수입을 막아버린 사건을 말한다.

물론 우리 정부는 이후 중국측과 적절한선에서 타협을 맺어 사태를 풀긴했지만 급팽창하던 중국의 힘을 절감한 사건으로 손꼽힌다.

다만 통상전문가들은 사드 배치를 둘러싼 갈등이 고조돼 중국측이 직접적으로 한국산 제품에 대한 무역보복에 나설 경우, 당장은 FTA 협정을 무력화시키는 방식보다는 한국산 제품에 대한 검역및 검수과정을 심화시키는 등 ‘보이지 않는 제재’를 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럴경우 통관절차가 늦어지고 제때에 수출입 물품이 수급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경제둔화로 인해 이제 7%성장 시대가 마침내 꺾여버린 중국이 FTA와 같은 국가간 경제협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거나 눈에 띄는 무역보복을 하기가 여의치 않다는 분석이다.

더구나 중국은 마늘파동 이후 1년뒤인 2001년12월에 WTO(세계무역기구)에 가입함으로써 책임있는 세계 경제질서의 회원국으로 편입됐다. WTO는 부당한 무역보복을 금지하고 있고, 이는 제소가 가능하다. 쌍방간 무역협정인 FTA는 다자간 협정인 WTO에서 진화된 형태의 협정으로, 기본 원칙은 WTO가 준용된다. 또한 중국은 우리나라도 가입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갓 출범시킨 상황이다.

◆‘수출회복’ 절실한 시점, 중국 리스크 부담 = 하지만 우리 경제및 IT산업계 입장에선 중국 리스크가 불거지는 것은 어떤 형태로든 달갑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무엇보다 올해 통상분야에서 우리 정부의 최대 역점과제는 수출회복이고, 이를 달성하기위한 정책적 키워드가 ‘중국’이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1월, 산업통산자원부는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한-중 FTA를 활용한 수출회복’을 올해 핵심 정책과제로 보고한 바 있다.

실제로 우리 정부는 하루라도 빨리 한-중 FTA의 효과가 앞당겨질 수 있도록 지난해 12월20일부터 협정을 공식 발효시켰고, 앞서 지난해 9월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 열병식에 참석하는 등 중국에 공을 들인 바 있어 지금과 같은 예상치못한 상황전개는 정부로서도 난감할 수 밖에 없다.

산업통산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1월 우리나라 수출은 367억달러로 전년동기대비 18.5% 하락했고, 수입도 314억달러로 전년동기대비 20.1%가 줄었다. 수치상으론 무역수지가 53억달러 흑자지만 수출보다 수입 감소가 더 커서 생긴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라는 점에서 반갑지 않다.

◆설연휴 이후,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 상황전개에 촉각 = 주력품목 수출부진으로 물량 감소, 유가급락 및 공급과잉으로 석유제품․ 석유화학․ 철강․ 반도체․ 평판DP 등 주력품목 수출단가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 글로벌 경기침체가 우리 수출실적에도 직격탄이 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IT산업과 관련이 깊은 주력 품목중 무선통신기기, 즉 휴대폰의 경우 중저가폰 위주로 시장 재편되고 있는데다 3월 신제품 출시에 따른 대기수요 등으로 수출 감소폭이 컸다. 공급과잉과 수요부족을 겪고 있는 IT품목중 PC용 D램(4Gb)은 전년동기대비 3.59 달러에서 1.89달러로 47.4%나 폭락했고, LCD 32인치도 95달러에서 55달러로 전년동기대비 42.1%나 가격이 하락했다.

우리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은 성장둔화세와 함께 주력 IT품목을 중심으로 공급과잉에 따른 단가 하락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우리 나라의 올해 대 중국 수출은 1월 전년동기대비 21.5%나 감소했다. 사드 배치 논란과 같은 정치적인 이슈를 제외시켜 놓더라도 이미 '중국 수출' 상황이 녹록치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정부는 대통령업무보고에서 2월중 한-중 FTA 활용을 높이기 위한 전략 창출과 함께 비관세작업반 가동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중국 리스크를 극복하기위한 강도높은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현재로선 설연휴 이후,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우리 정부의 후속 대응조치, 또 한-미간의 사드배치 협상의 진전여부, 그리고 이에 반응하는 중국측의 대응 등 여러 가지의 상황 전개에 대해 국내 IT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워야할 상황임은 분명해 보인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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