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인프라

구글 알파고 승리 뒤엔 ‘클라우드’가 있었다

백지영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전세계의 관심이 집중된 구글의 인공지능(AI) 알파고
(AlphaGo)와 세계 최정상 바둑기사 이세돌 9단의 9일 첫 대국은 알파고의 승리로 끝이 났다. 앞으로 4번의 대국이 더 남아있지만, 첫 대국에서의 인간의 패배는 모두를 충격에 빠뜨렸다.

체스와 달리 수학적 계산 뿐만 아니라 인문적 소양과 역사까지도 승부에 중요한 영향을 준다는 바둑에서 전세계 바둑기사 중 톱 클래스에 속한 이세돌 9단을 이긴 알파고의 힘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단순한 연산능력이 승부의 열쇠라면 인간이 컴퓨터를 이기기 힘들겠지만 바둑은 연산 뿐만 아니라 다양한 경우의 수와 인문사회적 지식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인공지능에게 난공불락의 대상으로 지목돼 왔다. 때문에 이번 알파고의 승리는 더욱 다른 의미를 가진다.

이에 따라 이러한 총체적인 정보를 처리하는 알파고에 사용된 컴퓨팅 파워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쏠리고 있다. 컴퓨팅 파워는 알파고의 ‘두뇌’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알파고는 체스나 퀴즈쇼에 사용됐던 슈퍼컴퓨터가 아닌 클라우드 컴퓨팅 인프라를 활용한 최초의 사례다. 즉, 대국은 한국에서 펼쳐졌지만 실제 계산을 위한 두뇌는 미국 중서부에 위치한 구글의 데이터센터에서 돌아간다.

미국의 구글 클라우드 인프라에서 알파고가 착점을 계산한 뒤 고속 네트워크를 통해 대국 장소인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 설치한 모니터에 결과를 띄워준다. 이를 보고 구글의 직원인 아자황이 실제 수를 두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클라우드 컴퓨팅을 활용하는 알파고는 거의 무한대의 컴퓨팅 파워를 활용할 수 있는 것이 앞선 인공지능들과의 차이다.

다만 이번 대국에서 알파고가 클라우드의 장점을 살려 엄청난 양의 컴퓨팅 파워를 사용한 것은 아니다. 구글 측에 따르면, 알파고는 현재 단일 시스템 버전과 분산 시스템 버전 두가지 형태로 구성돼 있다. 이번 대국에는 이전 판후이 2단과의 대국 때와 마찬가지로 분산 시스템 버전을 사용했다.

분산 시스템 버전은 1202개의 CPU(중앙처리장치)와 176개의 GPU(그리픽처리장치)로 이뤄져 있다. 이중 CPU는 인텔, GPU는 엔비디아 제품이다.

클라우드 인프라의 특성상 더 많은 컴퓨팅 파워의 투입도 가능하지만, 컴퓨팅 능력을 더할수록 알파고의 핵심 능력인 몬테카를로 트리 검색을 와해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하드웨어(HW) 확장보다는 알고리즘을 개선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이 ‘알파고의 아버지’ 데미스 하사비스 딥마인드 CEO의 설명이다.

현재 알파고는 수의 위치를 계산하는 정책망으로 탐색의 범위를 좁히고, 가치망을 통해 탐색의 깊이를 줄여 승률을 계산한다. 이를 통해 인간의 직관력을 흉내낸다. 특히 프로기사는 다음 수를 놓기 위해 초당 100개의 수를 고려하지만 알파고는 1초에 10만개를 검색할 수 있다.

사실 이같은 알파고의 계산 능력이 기존 슈퍼컴퓨터에서 사용됐던 것에 비해 아주 월등한 수준은 아니다. 물론 예전에 비해 개별 프로세서의 성능이 좋아지면서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알파고에 투입된 CPU와 GPU의 개수는 고작 1378개에 불과하다.

실제 지난 1996년 체스 세계 챔피언이던 게리 카스파로프와 대결한 IBM의 인공지능 슈퍼컴퓨터 딥블루는 초기에는 32개 마이크로프로세서에 16개씩, 총 512개 프로세서를 장착해 초당 10억회 연산이 가능했다. 이후 IBM은 이를 한층 강화한 디퍼 블루 슈퍼컴퓨터를 통해 1997년 카스파로프에 완승을 거뒀다.

이어 2011년 2월 미국 유명 퀴즈쇼 제퍼디!에 투입된 IBM의 또 다른 인공지능 컴퓨터였던 ‘왓슨’ 역시 IBM의 슈퍼컴퓨터 블루진을 이용한 것이다. 블루진에는 3.5GHz로 작용하는 CPU만 2880개, 메모리는 16TB이 탑재됐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클라우드 인프라를 활용한 인공지능의 무한한 가능성이다. 구글은 알파고와 같은 인공지능을 통해 단순히 바둑과 같은 게임이 아니라 인류를 위한 더 큰 일에 쓰겠다는 목표를 재차 강조한 바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의료 분야다.

그동안 인공지능은 슈퍼컴퓨터와 같이 고가의 장비에서 구동되는 것으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누구나 필요한 만큼 IT자원을 빌려쓰고, 사용한만큼만 과금하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인공지능을 보다 저렴한 가격이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알고리즘만 갖고 있으면 IT인프라 구축 걱정 없이 인공지능 구현이 가능한 세상이 됐다.

특히 승부를 떠나 이번 대국은 구글이 인공지능 분야의 ‘선두기업’이라는 확고한 이미지와 함께 자사의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의 위력을 제대로 보여준 이벤트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구글로써는 알파고를 통해 자사 클라우드 서비스의 의미 있는레퍼런스도 쌓게 됐다. 구글은 지난 2013년 첫 상용 클라우드 서비스를 출시했지만, 아마존웹서비스(AWS)와 마이크로소프트(MS) 등과의 치열한 경쟁 속에 고전하고 있다.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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