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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색전’서 완패한 이세돌, 인공지능에 설욕 가능할까

이대호

- 10일 두 번째 대국 시작…이 9단, 승률 50% 예상
- 알파고, 첫 대국서 종잡을 수 없는 진행 보여
- 전체 판세 보면서 뒀다면 인간 뛰어넘은 기력 갖춘 셈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인류 대표 이세돌 9단이 인공지능(AI)과의 바둑대결에서 완패했다. 설마 했던 일이 현실이 된 것이다. 더욱이 이 9단이 “첫판을 진다는 생각 자체를 안 했다”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기에 완패 이후 충격이 더욱 컸다.

물론 에릭 슈미트 구글 알파벳 회장이 “누기 이겨도 인류의 승리”라고 말했듯, 인간이 만든 AI가 인간을 이겼다는 것도 경사라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시기가 예상보다 한참 빨랐다.

알파고는 지난해 10월, 판후이 2단을 꺾은 지 5개월여 만에 비교불가의 고수 이 9단마저 첫 대국에서 이겼다. “아직은 저와 승부를 논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했던 이 9단의 발언이 결과적으로 실언이 된 셈이다.

이 9단은 당초 자신의 5전 전승을 예상하다 대국 전날 “5대0이 아닐 수 있다”며 한발 물러섰고 대국 이후엔 한 번 더 자신의 승률을 낮췄다. 이 9단은 알파고와 각각 5대5, 승률 50%의 승부가 될 것으로 봤다.

일단 8일 진행된 첫 대국은 ‘탐색전’ 성격이 강하다. 이 9단이 실험적인 포석을 들고 나왔는데, 이 부분이 주요 패인이 됐기 때문이다. 이 9단은 “포석이 너무 실패했다”며 “그런 점만 (보완)한다면 저에게 승률이 있지 않겠나. 이제 (승률) 5대5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두 번째 대국까지 이 9단이 연거푸 진다면 본인은 물론 세간에 미치는 충격이 상당하리라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이 9단이 실험적인 수 없이, 오직 이기기 위한 전략으로 나올 것이란 예상이 가능하다.

승부의 관건은 ‘알파고의 기력’에 달렸다. 첫 대국에선 알파고가 이 9단을 밀어붙이기도 하면서 간혹 어이없는 수를 두는 경우가 나왔다. 프로기사라면 도저히 생각지도 못할 곳에 돌을 놓은 것이다.

이와 관련, 경기 해설을 맡았던 김성룡 9단은 “한순간에 알파고가 뚜렷하게 망한 장면이 있었는데, 형세가 만만치 않았다”며 “나중에 알파고가 이길 수 있는 원동력이 되지 않았겠나”라고 복기했다.

이어서 김 9단은 “(알파고가) 전혀 인간같이 두지 않았다. 인간의 감정을 배제한 바둑을 뒀다”라고 감상평을 내놨다.

김 9단의 이 같은 발언의 배경엔 알파고가 흐름을 타지 않았다는데 있다. 프로 기사라면 좋은 수 혹은 나쁜 수가 있을 때 그 흐름을 타서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경기를 이끌어 가려는데, 알파고에게선 이러한 인상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알파고가 인간 입장에선 ‘종잡을 수 없는 경기’를 펼친 것이다.

그러나 알파고의 어이없는 착수도 인간 입장에서 봤을 때 ‘엄청난 실수’다. 알파고가 최적의 수만 두도록 설계돼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간 실수 역시 전체 판세를 읽는 가운데 나왔다고도 생각할 수 있다.

이와 관련, 김 9단은 “저는 부분적으로 보고 알파고가 전체를 봤을 수 있다”며 “전체를 볼 수 있다면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9단은 “알파고는 부분적으로 손해를 보더라도 전체에서 이길 수 있다면 그길로 간다는 것”이라며 “사람이 하기엔 불가능한 부분이다. (전체를 보기엔) 경우의 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알파고의 기력은 대국이 좀 더 진행되면서 파악 가능하다. 일단 이 9단을 이길 정도로 ‘충격적 수준의 기력을 보였다.

여기에서 김 9단의 분석이 맞는다면, 알파고의 기력은 충격을 넘어 그야말로 ‘상상 이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을 뛰어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알파고의 실수마저도 이제 ‘실력’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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